[시로 만난 별 Ⅱ 배우 장나라] 그래도 장미향이 남는다
[시로 만난 별 Ⅱ 배우 장나라] 그래도 장미향이 남는다
  • 장재선(시인)
  • 승인 2024.01.30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래도 장미향이 남는다
- 배우 겸 가수 장나라

 

사람들에게 나눠 줄 장미를 피우기 위해

밤을 새운 노동으로 수척해질수록

성 안팎에서 환호는 커졌다

갈수록 넓어지는 마당에서

너름새로 견딘 시간들은 아랑곳없이

너의 나라가 왔다며

열광했다

그 나라를 키우는 동안에

함께 노래하며 소리쳐 준 그들은

장미의 성을 지키겠다는 수호자였으나

때로는 꽃의 숨을 짓누르는 폭군이었다

숨길을 잇고 이어

꽃을 피우고 나눠주며

지금껏

손에 남은 향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수호자 쪽에 믿음을 걸고

함께 걸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시작노트

배우이자 가수인 장나라 씨를 만난 것은 15년 전이었다. 그 때 그는 스물여덟의 젊은이였다. 자신이 주연한 영화 개봉을 앞두고 무척 떨린다고 했다. 그 만남을 통해 그가 외모에서 풍기는 것처럼 선량하고 여린 품성을 지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체중 관리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육안으로 보기에 아주 여위어보였음에도 몸무게를 더 빼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좋아하는 고기를 못 먹는 것을 빼면 견딜 만해요.” 애써 웃는 모습에서 화려한 영광 뒤의 고통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지금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올해 한 종편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에서 중층 캐릭터의 주인공 역을 멋지게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는 ‘막강 동안童顔’에 어울리게 약간 어린 아이 같은 말투를 지녔다. 그게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는데 방해 요소가 될 법도 하건만, 끝없이 변신하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왔다. 〈나의 해피엔드〉에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감정 변화를 묘사하는 걸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남모르게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는 ‘희망의 천사’로 불리기도 한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국내외에서 기부를 하는 한편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해 왔다. 이는 그의 가족 신조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장미를 나눠주면 내 손에 장미향이 남는다.’

 

 


장재선 시인.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들』, 산문집 『영화로 보는 세상』 등 출간.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문화일보 대중문화팀장, 문화부장 등 거쳐 현재 전임기자.

 

 

* 《쿨투라》 2024년 2월호(통권 116호)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