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월평] 영웅 · 음모 · 사랑의 비극적 노래 '패왕별희'
[공연 월평] 영웅 · 음모 · 사랑의 비극적 노래 '패왕별희'
  • 최교익(신한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
  • 승인 2019.04.3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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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를 가만히 생각하면 200341, 우리 곁을 떠난 장국영과 2019년 국립극장 레파토리 공연 <패왕별희>에서 우희를 연기한 김준수가 자연스럽게 하나 된다. 그들의 유약한 외형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정서적 표현과 몸짓은 관객의 호기심과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만우절에 사망한 장국영이 김준수의 혼으로 거짓말처럼 환생하는 순간이었다.

 

20194, 국립극장은 창극과 경극의 새로운 조합을 이끌어냈다. 전통판소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립창극단을 통해 중국 전통 예술인 경극 <패왕별희>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1월부터 시작된 연습은 4월 공연에 앞서 무수한 추측을 남기며 기대를 모았다. 긍정적 기대보다 부정적 시각이 주를 이루었지만 중국 연출가 우싱궈(吳興國 Wu Hsing-kuo)는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관객의 청각을 만족시키는 판소리와 손끝하나로 온 세상을 표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스처·걸음걸이·동작 하나 하나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경극의 만남. 연출가 우싱궈는 두 장르의 필요 충분요소들을 이미 꿰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청각 중심의 창극과 시각 중심의 경극은 <패왕별희>를 통해 시청각의 조화로운 미학으로 융화되었다.

서로 다른 장르를 하나의 공연으로 엮은 국립창극단의 파격적인 기획, 그에 어울리는 연출가로 우싱궈는 단연 탁월했고 국립극장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이미 연출가 우싱궈의 삶은 새로운 장르의 결합과 해체, 파격적인 실험을 예고했다. 그의 실험적 연출 방식으로 인해 그는 중국 전통을 배격했다며 스승과 전통 집단으로부터 파면 당했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는 예술적 감각에 동료 예술가들은 그의 손을 잡아주었고 <투란도트>를 예술적 경지에 오르게 한 세계적인 연출가 장이머우도 그 중 하나였다. (장이머우는 2008년 북경올림픽 공식오페라 진시황의 주연을 우싱궈에게 맡겼다.) 덕분에 우싱궈는 중화권 최고 배우이자 연출가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창극 <패왕별희>는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회왕은 제후들에게 함양에 먼저 입성한 자를 왕으로 삼겠다고 약속한다. 전쟁의 신 항우가 있는 초나라는 북에서, 유방이 일으킨 한나라는 남에서 진군한다. 유방이 함양을 먼저 차지했으나 항우의 군대에 패하고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다. 유방이 항우를 찾아가 목숨을 구걸하자 항우는 호인답게 홍문에서 연회를 연다. 항우의 책사 범증이 홍문연에 함정을 만들어 유방을 죽이려 하지만 항우는 그것을 공정한 승부가 아니라며 그의 충언을 물리친다. 그 사이 유방은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다. 전세를 가다듬은 유방은 책사 장량의 조언을 듣고 십면매복, 사면초가 등 다양한 병법과 전술로 전투에서 점점 승기를 잡아간다. 항우의 연인 우희는 패전의 기색이 짙어진 항우를 도울 방법을 찾지만 쉽지 않고 결국...

국립창극단 레퍼토리공연 <패왕별희>45()부터 14()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공연되었다. 173, 260분의 서사로 이루어진 공연은 국립창극단 기악부의 라이브 연주로 서정적·드라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영상과 배우의 어우러짐은 물론 의상의 눈호강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공연을 성공적인 결과로 이끈 것은 연출가로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뮤지컬 <서편제>의 이자람이 작창과 작곡 , 그리고 음악감독으로 참여했고 영화 <와호장룡>으로 제73회 아카데미 미술상(Best Art Direction)을 수상한 예진텐이 의상디자이너로. 그리고 세계최고의 소리꾼과 국악 연주자들이 모인 국립창극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이다. 판소리의 본질 의 정서와 경극의 시각적 예술을, 한국과 중국의 공연 미학을 한 자리에서 함께 느끼고 싶다면 언젠가는 다시 공연될 <패왕별희>를 주목해보자.

 

공연 2019. 4. 5~ 411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연출 - 우싱궈(Wu Hsing-kuo)

극본안무 - 린슈웨이(Lin Hsiu-wei)

작창음악감독 - 이자람

작곡 - 이자람손다혜

의상장신구디자인 - 예진텐(Tim Y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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