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도르의 〈기생충〉을 관람한 파리 현지 인터뷰
봉도르의 〈기생충〉을 관람한 파리 현지 인터뷰
  • 설재원(본지 에디터, 프랑스 특파원)
  • 승인 2019.06.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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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첫 프랑스 개봉과 현지인의 관람평

 지난 6월 5일, 드디어 <기생충>이 프랑스에서 공식적인 해외 첫 개봉을 했다. 개봉 후 첫 주말을 여는 금요일(6월 7일) 오후, 황금종려상 수상의 감동을 재확인하고자 15구에 위치한 고몽 꽁방시옹Gaumont Convention을 찾아 <기생충> 관람객을 만났다. 아내와 함께 극장을 찾은 나타프 폴Nataf Paul(76)은
“<기생충>이 이번에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평이 너무 좋아 처음으로 봉준호 영화를
관람했다”고 한다.

 그들은 “기대한 만큼 꼭 봐야 하는 좋은 영화”라며 “부유한 사람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콘셉트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영화의 가장 좋은 점으로 “흡입력 강한 스토리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꼽았다. “초반부에 웃으면서 보던 이야기가 마지막에 그런 결말을 맞을 거라는 상상은 전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다만, “사람이 과하게 많이 죽은 것 같아 70대 관객 기준에서는 너무 파격적이고 센 엔딩이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쥘리엥 샤를 Julien Charlot(30)은 “평소 스릴러 장르를 좋아해 <기생충>을 관람했다”고 한다.

 그는 “<기생충>이 내뿜는 이색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분위기”에 감탄하며 영화의 완성도에 주목했다. “프랑스에서 개봉되는 외국영화는 오락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뻔한 스토리의 미국영화가 대부분인데, 이 영화는 일상적인 소재를 색다른 이야기로 아주 완성도 높게 풀어냈다”며 호평했다.

 특히 “캐릭터와 상황이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어있어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를 보면서 생긴 궁금증이 상당 부분 해소되어 좋았다”며, “이런 완성도 높은 영화는 원어로 봐야 하는데 번역으로밖에 볼 수 없어 아쉽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영미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혹산 르 투멜랑Roxane Le Toumelin(27)은 봉준호 감독의 색이 물씬 느껴지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영화의 장점으로 꼽았다. “<설국열차>는 미국 느낌이 많이 들어 있었다면, <기생충>은 완전 봉준호 느낌이 살아 있다”며 역시 대단한 봉준호 영화였다고 전했다. 특히 그녀는 “한국에서 1년 정도 살아봐서, 한국문화를 조금 알아 더 재밌게 본 것 같다”며 극장에서 북한 말투를 보고 혼자 많이 웃었다고 첨언했다. 또한 자신은 “상류층도 하류층도 아닌 중산층이라 캐릭터들의 상황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영화”라고 전했다.

 

 나는 영화전문가의 평도 궁금하여 파리 디드로 대학Paris Diderot University을 찾았다. 그러나 방학을 해서인지 영화전공 교수들의 연구실 문은 잠겨있었고, 대면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디드로 대학
의 영화 역사 및 미학 교수인 쟈클린 나카슈Jacqueline Nacache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A4 2장이 넘는 정성스런 긴 답변을 불어로 보내왔다. 쟈클린 교수는 자신이 한국영화전문
가가 아니며, 이 글을 다시 읽어볼 시간이 없어서, 답변의 몇몇 언급에 대해서는 이해를 구했지만 정말 솔직하고 의미 있는 리뷰여서 그 전문을 옮긴다.

1 Professeure d’histoire et d’esthétique du cinéma à l’Université Paris Diderot. Anciennement critique de cinéma à Cinéma, La Revue du cinéma, et dans plusieurs autres publications. 파리 디드로 대학 영화 역사 및 미학 교 수. ‘시네마’, ‘시네마 잡지’, 기타 출판물에서 영화 비평을 함. 2 번역_장한업: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 졸업. 프랑스 루앙대학교에서 불어교육 학 및 사회언어학 석사, 불어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전공 교수,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석•박사) 주임교수. 이화여자대학 교 다문화연구소 소장.

 

 프랑스 언론에서도 극찬을 받고 있는 <기생충>

 짧은 코멘트가 아닌 <기생충> 관람에 대한 정성스런 답변을 보내주신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교수님은 한국영화전문가가 아니라고 했지만, 개봉하자마자 빠르게 <기생충>을 관람하고 인터뷰 질문지에 세밀하게 답변을 보내주신 쟈클린 교수님이야말로 진정한 한국영화전문가요, 애호가라고 말하고 싶다.

 <기생충>은 일반인들은 물론 칭찬에 조금 인색한 프랑스에서 이례적으로 르몽드LE MONDE, 르뿌앙 LE POINT, 라리베라시옹LA LIBERATION, 까이예 뒤 시네마CAHIER DU CINEMA, 프르미에PREMIER 등 대형 언론에서도 극찬을 받고 있다. 프랑스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출연한 게스트들은 <기생충>을 언급하며, 가늘게 떨리는 흥분과 고양된 정서를 감추지 않는다.

앙투안 귀요 PD(<프랑스 컬처>)는 “이 황금종려상은 그에게 너무나도 마땅히 주어져야 했던 것”이라며 봉준호 감독에게 바치는 헌사로 방송 전체를 가득 채웠다.

 2006년 봉감독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했던 올리비에 페르(<아르테TV>의 시네마섹션 디렉터)는 “그의 영화는 이제 겨우 7편이 나왔지만, 그에 대한 헌사를 제대로 바치려면 아마도 한권의 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에서 6월 5일 개봉한 기생충의 현재(18일 파리 시간) 누적 관객수는 60만 8527명이다. 짦은 시간에 프랑스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이다. 프랑스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역대 관객수 기록을 보면 1위가 설국열차(678,049명), 2위 아가씨(301,115명), 3위 부산행(275,938명)이다.

 현재 3주차에 접어든 <기생충>이 100만 관객을 돌파한다면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시아 영화 중 100만을 돌파한 첫 작품이 될 것이다. 이는 2013년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이후 6년만에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프랑스에서 100만을 돌파하게 되는 쾌거이다.

 나는 정말 행운아다. 내가 잠시 파리에 머물며 공부하고 본지 특파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도, 해외에서 첫 개봉한 파리에서 <기생충>을 관람하고 그 흥행 열기를 현지인들과도 고스란히 나눌 수 있는 것도 모두 뜻밖의 행운이다.

 파리 곳곳에서 느껴지는 <기생충>의 흔적

 파리 시내를 걸어본다. 걷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웬만한 거리는 모두 걸어다닌다. 파리는 산책하기에 너무나 좋은 도시다. 내딛는 거리마다 오랜 문화유적과 예술로 넘쳐난다. 더군다나 요즘은 파리의 거리 곳곳에서도 <기생충>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주말이면 늘 붐비는 몽마르트 언덕 아래에 위치한 파테 웨플러Pathé Wepler 극장은 <기생충> 포스터를 전면 스크린에 띄우며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파리 사람들이 가장 즐겨찾는 쇼핑 장소 생제르망 거리Boulevard Saint-Germain와 샹젤리제 거리Avenue des Champs-Élysées, 파리 중심에 위치한 마들렌 역Madeleine 등 지나는 곳마다 눈에 띄는 홍보물은 <기생충>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의 위대한 열기를 다시금 실감나게 한다.

 낯선 이방인의 도시, 파리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국영화 100년을 멋지게 장식해준 봉준호 감독, 당신이 있기에!

 당신은 아는지? 이곳 파리가 ‘봉도르Bong d'Or’의 <기생충>으로 인해 얼마나 더 반짝이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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