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Theme] 2020 오늘의 영화 수상작 '기생충'은 '월드 시네마'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2월 Theme] 2020 오늘의 영화 수상작 '기생충'은 '월드 시네마'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 유지나, 전찬일, 손정순
  • 승인 2020.02.05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 오늘의 영화' 좌담


 손정순(이하 손) 안녕하세요? 오늘 좌담에는 ‘2020 오늘의 영화’ 기획위원이신 유지나, 전찬일 선생님을 모시고 국내외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대학에서 현장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두 분을 좌담자로 모시게 되어 기쁩니다. 쿨투라(도서출판 작가)는 2006년부터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영화 가운데서 좋은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가려 엮은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를 발간해오며 독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15회 째를 맞는 2020년에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를 엮기 위해 문화예술인과 영화평론가로 구성된 100명의 추천위원을 위촉하여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 많은 추천을 받은 한국영화 11편과 외국영화 11편이 <202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로 선정되었습니다.
 특히 작년 2019년은 한국영화가 100년을 맞는 뜻 깊은 해였습니다.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와 미래를 조명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많은 행사들도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영화 100년의 쾌거로 ‘2020오늘의 영화’ 에서도 최고작으로도 뽑혔습니다. 먼저 두 분께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한 2019년 한국영화의 흐름과 의미를 여쭙고 싶습니다.

 

2019년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흐름


 유지나(이하 유) 2019년은 3·1운동과 같은 해인 1919년 (10월 27일) 단성사에서 연쇄극으로 상영된 <의리적 구토>(혹은 <의리적 구투>)를 기점으로 삼는 ‘한국영화 100년’의 의미를 찾아가는 많은 기념행사들과 학술작업이 이루어진 한 해였습니다. 제가 참여한 ‘한국영화 100년: 과거, 현재, 미래의 만남’은 예술원 회원이신 원로감독님 다섯 분의 작품을 다시 보며 관객과 토론하는 현재 속의 과거를 영화적으로 되새기는 자리였는데요. 저는 임권택 감독의 <티켓>(1986) 상영과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2019년 미투운동 이후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희망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상화된 여성 매매춘 현실을 고발하려고 만든 <티켓>은 현재 리메이크해도 좋을 문제작입니다. 그런데 “<티켓> 뿐만 아니라 (101편에 달하는) 자신의 다른 영화들에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떼어내고 싶은 장면들이 많다.”라는 임 감독님의 반성적 성찰은 한국영화 성장의 자양분처럼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한국영화의 현재인 2019년은 “전반기엔 <기생충>, 후반기엔 <벌새>” 라는 대중담론이 형성될 정도로 세계영화제 수상 기록과 국내 상영의 호흡이 어우러지는 풍요로운 한 해이기도 했지요. 특히 여성서사에 주목해볼만합니다. 어린 시절 가정과 사회를 돌아보는 김보라 감독의 <벌새>, 여성의 욕망을 탐구하는 <윤희에게>, 이어 소설로 화제를 모으며 각색영화로도 흥행성공을 보여준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작품들은 한국사회의 젠더 감수성을 개척해나가야 할 미지의 영역이자 쟁점이라는 점을 예고해줍니다. 그런 점에서 2019년은 천만관객 돌파를 내건 흥행중심 영화기사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다양한 영화 제작과 상영문화의 공존이란 점을 깨우쳐준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전찬일(이하 전) 유 교수님의 말씀에 저도 공감합니다. 저는 <기생충>의 기념비적 쾌거에 대해서는 충분히 거론된 만큼,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어벤져스:엔드 게임>과 <알라딘>, <겨울왕국 2> 3편의 외국영화와, <기생충>과 <극한직업> 한국영화 2편, 총5편이 천만 고지를 넘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성과였습니다. 특히 두 한국영화의 속내가, 17편에 달하는 그간의 천만 영화들과는 적잖이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대중영화는 불쾌는커녕 불편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금과옥조를 무색케 하며 불편하다 못해 불쾌하지까지 한 <기생충>이 천만 선을 돌파했다는 사실, 제가 <기생충>의 기록적 성취에 더 놀라는 이유입니다. 이런 예는 시선을 세계영화역사로 확장해도 찾기 불가능합니다. 반면 영화적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평하기 주저되는데도 <극한직업>은 1,600만을 넘어 <명량>에 이어 외국영화 포함 역대 흥행 2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더욱이 <극한직업>은 전격적 코미디 영화로는 천만을 넘기 힘들다는 정설 아닌 정설을 깨고, 국산 코미디 영화의 새 장을 열었지요. 목하 한국관객이 가장 원하는 것은 웃음 코드, 거기서 비롯되는 일말의 위로·위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7번방의 선물>도 코믹하긴 했으나, 그 영화는 최루성이 강한 휴먼 드라마이기도 해, <극한직업>처럼 본격 코미디로 분류하기는 곤란하다는 게제 생각입니다. 여하튼 이 두 영화의 천만 고지 등극은 우리나라 관객들의 외연과 내포가 그만큼 크고 깊다는 것을 뜻합니다. 한편 상기 천만 영화들은 날로 심화되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최다 스크린 1,400여 개에 그친 <알라딘>을 빼고 나머지 영화들은 2천개 전후의 스크린 싹쓸이로 관객의 볼 권리를 침해했다는 등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2천개에 근접했던 <기생충>도 예외는 아니었죠. 특히 <어벤져스: 엔드 게임>과 <겨울왕국 2> 두 편은 2,800개와 2,600개를 넘는 스크린들을 장악해, 이 땅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더 이상 업계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증거했습니다. 문체부도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는지, 관련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 대책이 과연 언제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워낙 업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탓이겠죠. 결산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두 분의 말씀을 들으니 2019년은 그야말로 뜨거웠던 한국영화 100년의 해였음을 상기하게 됩니다. 2020 오늘의 한국영화는 <기생충>(봉준호)을 비롯하여 <벌새>(김보라), <82년생 김지영>(김도영), <엑시트>(이상근), <미성년>(김윤석), <증인>(이한), <윤희에게>(임대형), <강변호텔>(홍상수), <김군>(강상우), <생일>(이종언), <블랙머니>(정지영) 포함 총 11편이 선정되었는데요 이 11편을 제가 다 관람했다는 사실은 선정된 영화가 작품성과 대중성까지 모두 확보했다고 봅니다. 특히 작년 금강역사영화제에서 <김군>을 보고 소름이 돋았는데, 이 다큐영화가 11편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한국영화 독자의 높은 수준을 실감하게 됩니다. 김보라 감독의 독립영화 <벌새>는 작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했는데 이 영화는 개막을 하자마자 전석이 매진되었고, 상영이 끝난 뒤에도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지는 등 해외 영화인들의 진심어린 응원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특히 좋았던 것은 유년시절에 대한 원형적인 감정에 깊게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벌새>는 ‘양성평등’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청소년 영화들을 모은 제너레이션 포틴 플러스(14+)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는데요, 순간 너무나 감격적이었습니다. 이후 수많은 해외 초청과 수상으로 이어졌는데요, <엘에이 아시아 퍼시픽 필름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할 때에는 현지 김준철 특파원을 통해 본지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야말로 <기생충>과 함께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외국영화는 <아이리시맨>(마틴 스코세이지)을 비롯하여 <조커>(토드 필립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결혼이야기>(노아 바움백), <두 교황>(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그린 북>(피터 패럴리), <가버나움>(나딘 라바키), <미안해요, 리키>(켄 로치), <겨울왕국 2>(크리스 벅, 제니퍼 리), <어벤져스: 엔드 게임>(안소니 루소, 조 루소), <경계선>(알리 아바시) 포함 총 11편이 선정되었습니다. 2019년 외국영화의 흐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