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월평] 시간을 거슬러 이루어진 사랑: 뮤지컬 〈홍도 1589〉
[공연 월평] 시간을 거슬러 이루어진 사랑: 뮤지컬 〈홍도 1589〉
  • 최교익(연출가, 신한대 교수)
  • 승인 2020.11.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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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관광브랜드 공연 뮤지컬 〈홍도 1589〉
ⓒ〈홍도 1589〉

  90년대 이후, 여성에 대한 미의 기준은 더 이상 남성에게 순종적인 여인도 아니고 단아한 아름다움만을 가진 여인도 아니다. 기준이 바뀐 것이다. “21세기는 문화 산업의 시대이며 더 이상의 문화 쇄국정책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한일정상회담에서의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은 문화 보수적 국가에서 개방적 문화국가로의 초석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매체에 등장한 김희선. 그녀는 동서양을 섞어놓은 듯한 시원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다가왔고 곧 남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결혼과 더불어 휴식기를 가진 그녀는 간헐적으로 브라운관에 나타났고 현재 SBS 금, 토 드라마 <앨리스>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드라마의 내용을 간략하게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엄마와 사랑하는 아들의 기막힌 이야기’. 한 줄로 쓰고 나니 폐륜적인 느낌이 나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빼고 나면 이 한 줄이 맞다. 오해를 대비해 부연설명을 곁들이자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아이를 낳고 죽은 김희선. 아이는 성장해서 비슷한 나이의 엄마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홍도 1589〉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언제, 어떤 예술장르에서든 신비롭고 또 흥미롭다. 그래서인지 이 소재는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과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종종 제작되어지고는 한다. 참고로 서울에서 타임슬립을 소재로한 뮤지컬을 나열하자면 <웃는 남자>, <마이 맘>, <시간에>, <명동 로망스> 등이 있고, 평점 높은 영화로는 <백 투더 비기닝>, <어바웃 타임>, <시간이탈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엣지 오브 투모로우>, <타임 패러독스> 등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공연은 전라북도 문화관광재단에서 제작한 관광브랜드 공연인 뮤지컬 <홍도 1589>이다.

ⓒ〈홍도 1589〉

   <홍도 1589>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자로 전주를 방문한 영화감독 동현은 정여립과 관련된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던 중 미스터리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홍도로 자신이 400년 동안 살아왔고, 기축옥사로 죽은 리진길의 딸이자 정여립의 외질손녀라고 말한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동현은 점점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리고 400년전, 본인이 그녀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뮤지컬로 탄생한 판타지의 사랑이야기는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소설 『홍도』를 원작으로 한 공연이다. 1589년과 2020년. 다른 시간 속 두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은 시대를 거슬러 이루어진 사랑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홍도 1589〉

  재단의 홍승광 단장은 뮤지컬 <홍도 1589>의 매력이 전라북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 그 이유는 3개의 레이저 빔프로젝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국적인 영상미와 유사 홀로그램. 그리고 맵핑 영상까지 볼거리로 가득한 것은 물론 가곡 <동심초>를 재해석한 뮤지컬 넘버 <동심초>를 비롯하여 18개의 넘버가 공연장을 찾은 관광객의 시청각을 쉴 새 없이 채워주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는 전북관광문화재단은 공연장 운영좌석을 220석 중 75석으로 제한했다. 관객의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염두에 두지 않은 공연은 2차 피해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9월 26일 까지 진행된 무관중 공연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발표에 따라 다시 재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2월 12일 까지만 진행될 공연에 관객들은 아쉬움을 표한다. 도내 관광객과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서 제작된 <홍도 1589>는 수·목 오후 7시 30분과 금·토 3시에 전주에 위치한 전북예술회관 4층 공연장에서 진행된다. 전주의 한옥마을을 여행으로 방문하거나 전주비빔밥을 먹으려고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12월 13일이 다가오기 전에 일정을 잡고 극장으로 향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홍도 1589〉

 

공연 2020년 5월 29일 ~ 12월 12일
장소 전북예술회관 대공연장
단장 홍승광
연출 권호성
작곡 양승환
안무 최병규
음악감독 이술아
드라마트루기 진남수

 

* 《쿨투라》 2020년 11월호(통권 7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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