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월평] 말과 노래, 언어의 불가능성과 존재 자체로의 가능성: 라쿠나Lacuna의 〈우리집 강아지 HAPPY〉, 그리고 〈언제나 여름〉
[음악 월평] 말과 노래, 언어의 불가능성과 존재 자체로의 가능성: 라쿠나Lacuna의 〈우리집 강아지 HAPPY〉, 그리고 〈언제나 여름〉
  • 이준행(음악가)
  • 승인 2022.08.0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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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_MPMG

작사에 자신만의 사유를 담는 그룹은 과연 몇이나 될까. 본격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가 열림에 따라 누구든 예술에 뛰어들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다. 따라서 예술가라고 불리는 집단의 폭은 이전 시대에 비할 바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넓어졌다. 그러나 어떤 분야의 양적 증가는 필히 질적 저하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하나의 노래는 크게 3가지, 배경음, 곡조의 멜로디, 그리고 가사로 이루어진다. 이 3요소가 적절한 조화를 이룰 때 좋은 곡들이 나올 수 있다. 그 중 가사는 창작자의 사유를 담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표현의 무기이다. 3요소 중 하나를 지탱하는 가사 영역에 대한 창작자의 관심이 사그라드는 현상은 그렇게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 자기 자신도 사유하지 않는 음악을 독자에게 그대로 가져다놓는 것은 자유를 빙자한 방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사유를 깊게 파고드는 보석 같은 밴드가 하나 있다. 보컬과 기타의 장경민, 베이스의 김호, 드럼의 오이삭, 기타의 정민혁, 4인으로 구성된 이 밴드의 이름은 ‘라쿠나Lacuna’이다. 밴드 라쿠나는 나른하고 따뜻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모던 락 밴드로, 최근 홍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주목 받는 이유는 이들의 음악이 누가 들어도 상당히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들음직한 음악’이라는 말로는 이 현상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사운드 너머에 넘실거리는 무언가가 더 있다. 우리는 그 편안함 속에 꿈틀거리는 치열한 사유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아야만 한다. 2022년 2월에 발매된 앨범 《Summer Tales》의 두 수록곡 〈우리집 강아지 HAPPY〉, 그리고 〈언제나 여름〉 속에 그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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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아지를 키우는 이유에 대해 / 나는 네게 한 수 백가지 정도를 말했지만
사실 우리 집에 강아지 같은 건 없어 / 알러지 때문에 사실 만지지도 못해

우리 강아지 이름은 해피야 / 행복하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어
언젠가 나도 어른이 되면 해피를 만날 거야

〈우리집 강아지 HAPPY〉에서 강아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존재하지 않는 강아지의 이름이 ‘해피’임이 의미를 준다. 결국 화자에게는 행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화자는 이 존재하지 않는 행복을 키우는 이유를 이미 수백 가지 정도 말했다고 우리에게 전달한다.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 가치들을 수백 가지의 ‘말’, 즉 언어로서 표현한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수백 가지의 언어로 표현할 수는 있지만, 언어로 이것을 온전히 표현하기는 불가능하다. ‘알러지’로 표현되는 불가능으로부터 우리는 이 존재를 만질 수 없다. 우리는 여기에서 언어로는 어떤 소중한 가치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언어의 불가능성을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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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주 / 혼자 외로워하며 시간을 보낼 거야
나는 너를 기다리는 날에는 종일 / 네가 불러줬던 노래를 부르고 있을 거야

우리 강아지 이름은 해피야 / 나를 절대 혼자 놓아두지 말아줘
눈을 감고 자는 동안에도 / 나는 종일 네 생각만 해

화자는 어른이 되면 행복을 만날 것이라고 말한다. 흐르는 시간은 언어의 불가능성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어떠한 가치를 온전한 것으로 얻고싶다는 욕망은 ‘종일’이라는 시간 안에서 이루어진다. 종일이라는 표현에는 그 어떠한 여백도 느껴지지 않는다. 행복을 행복 그 자체로 욕망하는 ‘네 생각’의 시간은 혼자만의 지독한 외로움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온전한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네가 불러줬던 노래’를 이어 부름으로써 이루어진다. 해피 그 자신으로부터 출발한 노래는 사실 해피의 존재 그 자체를 의미한다. 존재를 그 존재 자체로서 향유하려는 이 외로운 ‘노래’는 수백 가지의 말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화자는 종일의 시간으로도 해피의 존재 자체와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이 노래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여름〉에 와서 해피는 사랑이라는 다른 이름이 된다. 명칭이 달라져도 언어의 불가능성을 존재의 가능성으로 치환하려는 욕망의 사유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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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저 단어일 뿐이야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없어서
나의 전부를, 나의 모든 걸, 나의 여름을
사랑이란 말에 담는 게 아쉬울 뿐이야

텍스트가 아닌 가창의 방법으로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는 음악이라는 장르가 가진 가장 큰 무기이다. ‘사랑은 그저 단어일 뿐이야’의 가창 부분은 라쿠나Lacuna의 사유를 정면으로 관통한다. 가사의 텍스트는 ‘사랑은 그저 단어일 뿐이야’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보컬의 가창은 ‘사랑은 그저 다 너일 뿐이야’라는 동시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이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사랑을 하나의 언어로서 제한하려는 언어의 불가능성을 거부하는 동시에 ‘다 너일 뿐이야’라는 온전한 존재의 가능성을 욕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자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표현하고 있다. 곡을 듣는 우리 역시 이 부분에서 언어 텍스트의 제한을 벗어나 ‘노래’ 속에서 이것을 느낄 수 있다. 텍스트의 불가능성을 노래로서 극복하고자 하는 형식적 시도에서도 우리는 라쿠나가 말하고자 하는 불가능성과 가능성의 사유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집 강아지 HAPPY〉와 〈언제나 여름〉의 가사는 치열한 사유의 과정을 녹여내는 것에 그리 거창한 소재가 필요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강아지 이야기와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언어로서의 ‘행복’은 존재하지만 행복 그 자체로는 가닿을 수 없음을 표현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존재로부터 흘러온 그 노래를 따라 부름으로써 존재의 가능성을 향유하려 하는 욕망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저 단어일 뿐이야’라는 노래를 따라 부를 때, 우리는 단어 너머에 위치한 ‘다 너’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텍스트의 불가능성을 넘어선 노래의 힘, 우리는 지금 그 힘이 넘실거리는 라쿠나의 여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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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행
음악가. 락 밴드 벤치위레오 보컬, 기타로 활동 중.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시 전공 박사과정 수료. 시와 음악의 연관성, 그리고 시와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 《쿨투라》 2022년 8월호(통권 9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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