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끌고 다니는 꿈
김동호
언제부터일까, 꼭꼭 닫아두었던 방문 열어보니
짙푸른 여름이 마당 가득 초록으로 서성여
긴 겨울 동안 잠가둔 내 마음 열어보니
달콤한 그대 아직도 그 자리에 서성이고 있어
세월 닮은 물줄기는 굽이치며 소리치는데
내 사랑은 구부릴수록 아파와
어느새 닳아버린 사랑의 연골, 구부릴 수 없네
엿가락처럼 구부리고 싶은 사랑 구부릴 수 없어
새벽을 기다리다 보면 밤은 더 많은 불면을 데려와
더 많이 떨어진 꽃잎 밟으며 어디로 끌고 가야 하나
겨울 햇살보다 쇠잔해진 사랑인데
그대, 새벽 어디까지 끌려다녀야 하는가.
- 김동호 시집 『기억의 우물』(리토피아) 중에서
김동호 시인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1998년 계간 《순천문학》 추천을 받아 지금까지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별들은 슬픈 눈을 가졌다.』(2019년)가 있다.
* 《쿨투라》 2023년 1월호(통권 10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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