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한국영화 위기의 시대, 거역할 수 없는 새로운 물결을 읽다: 『다시 한국영화를 말하다: 코리안 뉴웨이브와 이장호』
[북리뷰] 한국영화 위기의 시대, 거역할 수 없는 새로운 물결을 읽다: 『다시 한국영화를 말하다: 코리안 뉴웨이브와 이장호』
  • 김혜원 인턴기자
  • 승인 2023.04.0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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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뉴웨이브’, 이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후반까지 한국영화의 새로운 혁신을 지향하며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영화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최와 함께 등장한 ‘코리안 뉴웨이브’는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1980)을 신호탄으로 당시의 한국영화와는 다른 서사, 스타일, 주제 등의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1980)은 이장호 감독이 만든 네 편의 전작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를 통찰하는 이장호만의 시선이 담겨져 있었으며 이는 1980년대 리얼리즘 영화의 첫 시작이었다. 이러한 한국영화사의 단편은 평론가들로 하여금 이장호 감독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고, 이장호 감독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 영화의 변화지점을 헤아려보는 작업을 시작하도록 했다. 이 작업은 작가 최인호와 김승옥의 역할 그리고 청년문화와 유신 시대의 검열, 1970년대 이후 민중문화와 접속, 여러 인물과 집단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영화사의 저변에 흐르는 정신과 풍경을 포착하고 동시대 동아시아의 뉴웨이브와 한국의 1980년대 변화의 흐름이 어떻게 연동되고 접맥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1960년 신상옥 감독이 설립한 한국의 첫 번째 기업형 영화사인 ‘신필름’에서부터 이장호를 주축으로 한국영화의 예술화라는 포부와 함께 혁신을 추구한 ‘영상시대’ 그리고 코리안 뉴웨이브로 이어지는 한국영화의 거대한 흐름을 통해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한국영화를 성찰하기 위해 써내려진 해당 저서는 영화평론가이자 연구자인 10인의 필자들에 의해 아름다운 모자이크화로 완성되었다. 부산대 영화연구소 문관규 소장은 신필름에서 영상시대를 경유하여 코리안 뉴웨이브로 이어지는 이장호 감독의 활동과 그와 인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들이 한국영화사의 주역으로 활동한 풍경을 스케치했다. 정민아 교수는 소녀라는 화두를 통해 영상시대의 여배우들을 폭넓게 조망한다. 조일동 교수의 「1970 청년문화와 영화 음악」은 청년세대의 문화와 향유된 영화 음악의 관련성을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이수향 평론가는 이장호 영화에 적극 참여하고 영향을 준 소설가 김승옥과 최인호의 작업에 대해 각색의 시각에서 탐구한다. 이현경 평론가는 1970년대 한국 멜로 영화 속 여성과 남성 인물이 여성은 희생양, 남성은 상처받은 인물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날카로운 비판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용철 평론가의 「집을 떠난 자, 길의 기억으로 남다: 이장호의 1980년대 영화」는 이장호의 작품 세계를 길 모티프로 꿰뚫고 있다. 성진수 평론가와 송아름 평론가의 글은 이장호에서 확장된 코리안 뉴웨이브 감독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사랑이라는 테마를 다루면서 코리안 뉴웨이브의 풍경을 네트워크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채경훈 연구원과 구혜원 박사의 글은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동시대 동아시아의 영화 수용과 변화에 대해 한 눈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는 이장호 감독과 여섯 번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신필름 입사에서부터 〈별들의 고향〉 연출, 영상시대의 활동과 1980년대 이장호 감독의 필모그래피 등 그의 여정을 복기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있다.

‘이장호 감독의 1965년 신필름에서 시작된 충무로 영화 작업은 1975년 7월 18일부터 1978년 6월 30일까지의 영상시대를 관통하였다. 영상시대 동인들의 예술로서 영화의 사유와 새로운 한국 영화에 대한 기대는 1980년대 한국 리얼리즘 영화로 개화되었다. 1980년대 이장호의 작업은 리얼리즘과 에로티시즘이라는 지그재그의 행보를 보였지만 그 기저에 흐르는 이념은 새로운 형식적 아방가르드에 대한 열망, 한국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예술적 실천이라는 한국적 아방가르드로 수렴된다. 이장호 감독은 코리안 뉴웨이브의 물결을 이끌어가는 우뚝한 구심점이었으며 한국영화사에서 리얼리티즘의 성취와 아방가르드의 실천이라는 전통과 전위의 과녁을 향하여 날아가는 막을 수 없는 하나의 화살이었다. ’
- 본문 35쪽

‘코리안 뉴웨이브‘라는, 새 세대의 영화 사조를 카리킬 때 늘 중요하게 언급되는 두 감독은 자신들이 지나온 1980년대를 등에 업고 1990년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기록하는 과거와 현재는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파격적이었고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것 이었다.’
- 본문 154쪽

1972년, 유신시대의 도래는 한국영화의 퇴락을 가져왔다. 박정희 정권의 엄혹한 검열 정책을 비롯해 경제성장으로 각 가정마다 TV가 보급되고, 국민들의 취미 활동이 다변화하면서 한국영화는 점차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1970년대 이장호, 하길종, 김호선의 등장은 청년문화와 영상시대라는 두 날개로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1980년대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한 흐름을 형성해가면서 코리안 뉴웨이브라는 거역할 수 없는 물결을 이끌고 1990년대로 넘어갔다. 『다시 한국영화를 말하다』는 한국영화와 동아시아영화 그리고 신필름에서 영상시대를 잇는 지배적인 흐름의 물줄기를 살펴보면서 이장호라는 핵심 인물이자 문제적 개인을 한국영화사의 풍경 옆에 배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바쁘게 변해가는 영화산업 속에서 무작정 앞을 보며 내달리기보다는 과거의 한국영화를 복기하고 성찰함으로써 앞으로의 영화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숙고할 것을 권하고 있다.

 


 

* 《쿨투라》 2023년 4월호(통권 10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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