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 코트다쥐르] 시 브리즈, 니스, 키스 그리고 여행자
[남프랑스 코트다쥐르] 시 브리즈, 니스, 키스 그리고 여행자
  • 김혜린(시인)
  • 승인 202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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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브리즈*, 니스, 키스 그리고 여행자

김혜린

우리는 곧잘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여행지의 골목에서 나는 낯설게 웃지만
코트다쥐르 아이들의 사랑 방식은 니스 해변을 꿈꾸는 것

조금씩 기울어진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파도처럼 넓은 보폭을 갖는다

이상하지,
바다에 도착한 모두가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있다는 건

우리는 혀와 점막이 맞닿지 않으면 발음할 수 없는 버킷리스트
코끝에 반짝이는 햇빛을 바라본다
시선의 극에서
가능한 사랑을 만들어 낸다
하늘의 붉은 점막과 수평선을
서로 섞어 붉게 만드는 한 잔의 시 브리즈

지중해의 휘날리는 붉은 자국들을 바라보며
유리잔을 꼭꼭 씹어 입술을 남긴다
모두들 쨍하고 깨지며 인사하고
캄캄한 입속에선 해변처럼 사랑한다

우리는 모두 극까지 사랑하고 싶어
발뒤꿈치로 걷는 연인들
서로 물어뜯고 싶은 발자국들
설탕으로 된 모래사장에서
뒤집히고, 엉키고, 미끄러지는 다리 혹은 파도
부딪히기 위한 혓바닥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해파리

당신과 키스하고 싶은 풍경들

 

* 영화 〈프렌치 키스〉에 등장하는 칵테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뜻한다.


김혜린 1995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숭실대 문창과 및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23년 《문화일보》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 《쿨투라》 2023년 6월호(통권 10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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