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만난 별 Ⅱ 배우 전도연] 비밀의 햇빛에 갇히지 않고
[시로 만난 별 Ⅱ 배우 전도연] 비밀의 햇빛에 갇히지 않고
  • 장재선(시인)
  • 승인 202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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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햇빛에 갇히지 않고
- 배우 전도연

장재선(시인)

 

그 분의 비밀스러운 햇빛이
어디에 비칠지 언제나 불안하지만
그 불안에 갇히지 않았기에
햇빛이 당신을 따라왔을 것이다


빛이 당신을 비칠 때도
그 분의 뜻을 헤아리기보다는
크든 작든 당신의 걸음을
앞으로 옮기고자 했다


빛을 가리키던 손가락들이
당신을 찌를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 불안도 견뎌야 할
시간으로 품었다


여전히 궁금한 내 안의 것들을
이 세상에서 더 써버리고 싶기에
나이의 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고
자꾸 자꾸 앞으로 나아간다.

 


시 작 노 트

“와우, 정말 상큼하구나!” 전도연을 봤을 때, 감탄을 절로 흘렸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시사회에서였다. 문화일보홀에서 영화를 상영하기 전, 무대에 오른 그녀의 모습은 극 중 17세 소녀 홍연처럼 앳되고 귀여웠다.

그게 1999년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연한 영화 〈헤피엔드〉는 정반대쪽의 이미지였다. 세기말 가정의 붕괴, 기존 가치관의 해체를 주제로 삼은 이 영화에서 그녀는 욕망이 넘치는 여주인공역을 맡아 과감한 성애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폭넓은 연기 폭을 지닌 전도연은 당연히 한국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엔 영화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녀는 그런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쳤다. 올해 인기를 얻은 드라마 〈일타 스캔들〉과 영화 〈길복순〉은 그녀의 연기 폭이 얼마나 넓은지를 새삼 증명했다. 50이 넘은 여성 배우도 로맨스와 액션물 주인공으로 당당히 활약할 수 있음을 널리 보여줬다.

어렸을 때 꿈이 ‘현모양처’였다는 그녀는 친구를 따라 우연히 대학 방송연예학과에 지망한 것을 계기로 배우로 살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자존감이 낮다”라면서도 “내 일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한다. 그 말에서 연예계의 풍랑 속에서 톱 배우를 오래 지켜온 공력이 느껴진다. 나이에 갇히지 않는 배우로서 자신을 더 소모하고 싶다는 그녀가 앞으로 어떤 캐릭터들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장재선 문화일보 선임기자.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들』, 산문집 『영화로 보는 세상』 등 출간.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 《쿨투라》 2023년 6월호(통권 10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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