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Theme] 드라마 바캉스
[7월 Theme] 드라마 바캉스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3.06.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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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쿨투라와 ‘드라마 바캉스’를 즐겨요

올 여름 바캉스는 어디로 떠나볼까? 어떻게 나를 잘 비워내고 충전해볼까? 오늘도 우리가 묵묵히 일상의 팍팍한 삶을 버텨내는 이유 중 하나는 ‘바캉스’라는 마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아니면 방콕에서 나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는 등등의 바캉스에서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와, 그 드라마 속 캐릭터와 사랑에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 또한 멋진 일탈이자 ‘휴식’이요, 가슴 설레는 바캉스가 될 것이다.

자, 이제 드라마와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번호 《쿨투라》 테마는 ‘드라마 바캉스’이다. 〈안나〉(정재형)와 〈슈룹〉(주찬옥)을 비롯한 〈우리들의 블루스〉(구선경), 〈파친코〉(양근애), 〈시맨틱 에러〉(김세연).〈지금 우리 학교는〉(최정인), 〈성난 사람들〉(이호섭), 〈구미호뎐1938〉&〈박하경 여행기〉(김민정) 등 《쿨투라》의 전문 필자들이 선정하고 리뷰한 9편의 드라마 속으로 나만의 여행을 떠나보자.

인터뷰에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신작 〈보이즈 어프레이드〉를 들고 처음 한국을 찾은 아리 에스터 감독을 설재원 에디터가 만났다. 그는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며, “보의 세상에 관객이 빠져서 그 세상에 직접 있는 것처럼 둘러싸이는 경험”을 전한다고 밝혔다.

장재선의 ‘시로 만난 별’은 배우 한혜진을, 강수미와 ‘함께 보는 미술’은 하이디 부허의 스키닝을 소개하고, 이색 갤러리로 “세계 미술 현장에서 한국 미술의 자리”를 가늠해보는 《아트바젤 2023》(장재선 기자), “호텔의 모든 공간이 마법의 전시장”으로 바뀌는 《호텔아트페어 인 대구》(이정훈 객원),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을 탐방(김명해 객원) 리뷰했다. 
강유정의 영화월평 〈귀공자〉의 매혹적인 행간에 밑줄도 긋고,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에도 참여하여 시원한 드라마 바캉스를 즐겨보자.

〈안나〉 무시에서 인정까지 _ 정재형
〈슈룹〉 임화령, 가장 진보적인 캐릭터 _ 주찬옥
〈우리들의 블루스〉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_ 구선경
〈파친코〉 역사를 살아낸 얼굴들 _ 양근애
〈시맨틱 에러〉 BL물 속 트랜스 아이덴티티, 그리고 성장 _ 김세연
〈지금 우리 학교는〉 어느 날 갑자기, 그곳에서 생긴 일 _ 최정인
〈성난 사람들〉 대립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이다 _ 이호섭
〈구미호뎐1938〉 〈박하경 여행기〉 ‘민트초코’스러운 여름의 맛 _ 김민정

 


〈본문 속으로〉

그런데 더 명징한 사실은 네오아방가르드가 미술 형식의 차원에서 주어진 경계를 일탈하고, 개념에 근거한 물질적 구현으로서 작품/작업이라는 패러다임을 열어젖혔다는 점이다. 네오아방가르디스트로서 부허는 그 패러다임 이행에 포함되는 작가다. 그녀가 전위예술 운동에 앞장섰다는 뜻이 아니라 조형성이 그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부허를 대표하는 표현기법인 ‘스키닝(skinning)’에 주목하면 그 맥락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강수미와 ‘함께 보는 미술’ | 세계_막_나: 하이디 부허의 스키닝」(강수미 교수, 미술비평가) 중에서, 본문 14쪽  

이번에 《아트바젤》을 보며 새삼 느낀 것은, 단순히 미술품 매매 현장이 아니라 세계 미술인들의 교류 현장이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서양화과 교수인 문경원 작가는 “세계 각국의 미술관장, 큐레이터, 비평가들을 너무 많이 만나 깜짝 놀랐다”라고 했다. 전준호 작가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아트바젤》 현장 뿐만 아니라 바젤 거리를 걸어가다가 만난 세계 각국 미술 애호가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특유의 유머를 섞어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이었다. - 「아트바젤 바젤 2023 | 세계 미술 현장에서 한국 미술의 자리는 어디에 있나」(장재선 문화일보 부국장) 중에서, 본문 25쪽  

호텔아트페어는 호텔의 모든 공간을 전시장으로 삼아 미술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로 199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개최된 후 뉴욕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다. 침대와 TV, 세면대, 기타 고급 장식장으로 꾸며져 있는 호텔 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들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어서 이색적인 전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호텔인터불고 대구 더파크빌리지 5층은 스탠다드 객실 뿐만 아니라 패밀리 타입의 다양한 스위트룸 객실들이 많아서 방마다 다른 인테리어와 구조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올해는 새롭게 리뉴얼 된 대구화랑협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행사 출품작들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다. - 「호텔아트페어 인 대구 | 호텔의 모든 공간이 마법의 전시장으로」(이정훈 객원기자) 중에서, 본문 28쪽  

이 미술관의 원점인 ‘마츠카타 컬렉션’을 만든 마츠카타 코지로(1866-1950)2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조선 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사업가로 런던에 체재하던 1916년부터 미술품 수집을 시작해 10년 동안 3천 점이 넘는 서양미술 작품을 사 모았다. 그러나 1927년에 닥친 경제공황으로 회사는 경영위기를 맞았고, 수집한 미술품은 경매와 화재로 모두 흩어지거나 소실되고 말았다. 그러던 중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적대국의 재산으로 취급되어 프랑스정부에 접수 보관하던 ‘마츠카타 컬렉션’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이후 양국의 우호 관계의 증표로서 일본에 다시 반환되었고, 지금의 국립서양미술관이 전시하고 있다. 개관 초기의 ‘마츠카타 컬렉션’은 프랑스 근대회화작품이 주였으나, 그후 자체 구입과 독지가들의 기증으로 현재는 회화, 조각, 소묘, 판화, 공예 등의 분야에 걸쳐 약 6,0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미술관 탐방 | 예술의 원천을 찾아서 - 도쿄 국립서양미술관」(김명해 화가) 중에서, 본문 32-33쪽  

가족은 드라마의 원천으로서 소재를 많이 줄 수 있는 테마인 것 같아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끊어낼 수 없는 관계라는 게 가족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제 작품 속 가족이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과 다르다는 말씀을 많이 하는데요, 저는 반대로 이렇게 질문하고 싶어요. 일반적인 가족이란, 그 보통의 가족은 어떤 모습인 걸까요? 아무리 건강해 보이는 가족이라 해도, 가족 관계라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 안에는 뭐랄까 기대감도 있고, 실망과 스트레스 이런 것도 있어서 다 나름대로 힘든 게 있어요. 저는 그런 껍데기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한 겹씩 벗겨내면 가족이라는 것, 그리고 가족 관계의 본질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주제가 일정 부분 제 모든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것 같고, 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은 어떤 것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을 가족답지 않은 모습으로 바꾸면 어떨까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가족과 의무감, 해방감 등을 다루고 있는데, 각 공간이 다른 공간들을 전부 다 비추는, 서로를 반사하는 거울의 방 같은 느낌을 주게 만들었습니다. - 「인터뷰 -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아리 에스터 감독 | 머리를 왜 깨부수냐고요? 재밌잖아요!」(설재원 에디터) 중에서, 본문 39-41쪽

유미는 주격-나, 즉 거짓말 하지 않는 진정 아름다운 자기를 쫓으려 미국에서 캐나다까지 길을 떠난다. 그가 마주한 마지막 장면은 불멍이다. 우리 모두에게 불멍의 질문은 이런 것이다. 〈나의 아저씨〉의 지안이 종국엔 평안(안)에 도달(지)했듯이, 〈안나〉의 유미는 마침내 오롯한(유) 아름다움(미)에 도달했는가? - 「테마 – 드라마 바캉스 | 무시에서 인정까지 - 〈안나〉」(정재형 영화평론가, 동국대 명예교수) 중에서, 본문 52쪽

화령은 그동안 사극에서 보여지던 여성상, 중전 캐릭터가 아니다. 대단히 적극적이고 능동적인데다가 현대극에서도 보기 드문 진보적인 삶의 태도를 지녔다. 대군들을 왕실 교육현장으로 내몰다가도 여인의 영혼을 지닌 계성대군(유선호 분)의 삶을 이해하고 그 아들을 위한 길을 열어준다. 그리고 혜월각에서 태어난 천민 초월(전혜원 분)과 무안대군(윤상현 분) 사이의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애정까지도 인정해준다. 더구나 이런 관용과 포용력을 자신의 소생에게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 「테마 – 드라마 바캉스 | 임화령, 가장 진보적인 캐릭터 - 〈슈룹〉」(주찬옥 드라마 작가, 중앙대 교수) 중에서, 본문 54쪽

공감 가는 소재로 따뜻한 휴먼드라마로 완성된 〈우리들의 블루스〉는 사실 다분히 판타지다. 현실에서는 장애인 언니를 가진 영옥이 정준과 해피엔딩으로 가기 쉽지 않다. 둘은 사랑한다 해도 주변의 반대와 걱정이 많을 것이고 언니를 돌보는 일은 계속 녹록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날 공산이 크다. 영주와 현은 지금은 영주가 공부를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운 후에 현이 진학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계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중략) 과연 현실에서 저럴까, 저럴 수 있을까? 라고 생각되는 지점들이 바로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준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한다. 우정은 지켜지기를, 위태로운 우울증 환자는 잘 치유되기를, 오랫동안 비껴가기만 했던 남녀의 인연은 뒤늦게라도 이어져 서로의 아픔을 보듬게 되기를, 나이 마흔이 넘도록 어머니를 원망했던 아들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또 위로받기를, 우리가 마음으로 바라는 그 방향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시청자가 안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 현실로 보면 판타지에 가까운 결말이지만 그래서 편안한 대중성을 확보하게 된다. - 「테마 – 드라마 바캉스 |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 〈우리들의 블루스」(구선경 드라마 작가) 중에서, 본문 61-62쪽

〈파친코〉는 자신의 정체성을 통해 경계를 와해시키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감정을 담아내 소설의 활자를 입체감 있게 일으켜 세운다. 〈파친코〉에는 여러 얼굴들이 있다. 생존에 맞선 두려움과 열패감, 환희와 갈망, 자부심과 용기를 보았다.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역사를 살아낸 그 표정들을, 오늘의 한국을 나타낸 그 얼굴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 「테마 – 드라마 바캉스 | 역사를 살아낸 얼굴들 - 〈파친코〉」(양근애 문화평론가, 명지대 교수) 중에서, 본문 67쪽

학교에서 권력/인기를 거머쥐고 있는 ‘인싸남’이 자기 매력을 잘 모르는 귀여운 ‘아싸녀’에게 반하는 것은 전형적인 순정만화 문법이다. 〈시맨틱 에러〉는 이 스토리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추상우’라는 잘생긴 남자에게 ‘아싸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이는 실재하는 동성애의 재현과는 거리가 멀며, 단지 수용자들의 욕망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굉장히 매력적인 남자들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정체성을 전환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수용자들은 남녀의 구분이 없어진 이 서사에서 ‘장재영’과 ‘추상우’ 두 인물에게 번갈아 감정이입을 하며 스스로 정체성 전환을 경험하기도 한다. 고로 트랜스 아이덴티티는 〈시맨틱 에러〉가 지니는 중요한 형식적 특성이 된다. - 「테마 – 드라마 바캉스 | BL물 속 트랜스 아이덴티티, 그리고 성장 - 〈시맨틱 에러〉」(김세연 미디어비평가) 중에서, 본문 69쪽

드라마는 철저한 디스토피아를 그려낸다. 귀남을 통해 결코 계도가 될 수 없는 악을 목격하기도 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속이 불편했던 부분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자의적인 합리화이다. 이는 또 다른 방식의 섬찟한 폭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가장 힘든 순간에 첫사랑의 풋풋함을 꿈꿀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교사가 그때, 그곳에 있었고, 계급에 대한 특혜를 바라지 않는 국회의원도 있었으며 적어도 자신의 그릇된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어른이 존재했다. 그리고 드라마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희생의 가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좀비로 변해가는 공포 속에서도 친구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좀비가 되었어도 친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있었다. 싫어했던 친구와 진심을 나누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이 드라마는 대부분을 소멸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들을 통해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드라마의 제목 〈지금 우리 학교는〉은 아직 완벽하게 완성된 문장이 아니다. 이는 절망과 포기의 끝에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의 불씨를 그려내고자 한 의도는 아닐까? - 「테마 – 드라마 바캉스 | 어느 날 갑자기, 그곳에서 생긴 일 - 〈지금 우리 학교는〉」(최정인 영화 프로듀서, 중앙대 교수) 중에서, 본문 77쪽

그러므로 결말부의 ‘화해’가 급작스럽게 느껴졌다는 일각의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에이미와 대니는 언제나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으며, (약간의 화학적 보조가 필요했던) 결말부의 ‘영적인’ 대화는 그 이해를 완성하고 더욱 단단하게 결속하기 위한 매듭이었을 뿐이다. 《성난 사람들》이 보여주는 진실은,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말하듯 대립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이며, 그 우정 속에서는 천국과 지옥의 결혼식이 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모든 거짓을 벗어던지고 해방감을 나눈 그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함께 발견한 그 진실을 가지고서, 다시금 거짓된 세상 속으로 걸어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물론 세상은 언제나 그랬듯 오해의 방아쇠를 당기고, 그들이 찾아낸 우정과 진실이 끝내 살아남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에이미와 대니가 나눈 우정이란, 삶에서 한 번쯤은 찾아내고 살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 「테마 – 드라마 바캉스 | 대립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이다 - 〈성난 사람들〉」(이호섭 서양고대철학 연구자) 중에서, 본문 81쪽

2020년 방영된 시즌1은 토착신과 토종 요괴를 등장시켜 ‘K-판타지’란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는 극찬을 받으며 국내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시즌2는 ‘K-판타지’ 세계관을 한층 더 확장한다. 시즌1에서 구미호와 인간 여자의 로맨스 서사가 확 줄어들고, 그 빈자리에 한국 산신과 한국 토착신들이 한 무더기 등장한다. 그동안 ‘K-판타지’ 하면 ‘로맨스판타지’(로판) 장르가 대표적이었다. 〈도깨비〉 〈별에서 온 그대〉 〈호텔 델루나〉…. 로맨스가 넘실대는 한국 판타지 역사에서 〈구미호뎐 1938〉은 이게 바로 K-판타지라고 패기 넘치게 출사표를 던지듯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굵게 긋는다. 로맨스 없이도 판타지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해낸 모범 사례랄까. - 「테마 – 드라마 바캉스 | ‘민트초코’스러운 여름의 맛: 구미호 박하경뎐 2023」(김민정 드라마평론가) 중에서, 본문 83쪽

“당신이 만난 배우들 중에 가장 인상이 좋았던 사람은 누구냐?” 언론사에서 대중문화팀장을 지냈던 나에게 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때 이런저런 연기자들을 언급하는데, 꼭 빼지지 않고 거론하는 이가 한혜진 배우이다. 그와는 두 번 만나서 인터뷰를 했고, 역시 두 번쯤 전화 통화를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좋은 인상을 준 배우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고교 때부터 ‘얼짱’으로 불렸던 미모의 힘이 크긴 할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예쁘다는 것을 넘어서는 선한 기운이 얼굴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를 만나본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넘친다고. - 「시로 만난 별 Ⅱ 배우 한혜진 | 하트 수세미」(장재선 시인) 시작노트 중에서, 본문 93쪽

그런 의미에서 박훈정 감독의 작품을 볼 때면 늘 액션과 대결의 긴장감을 기대하게 된다. 〈범죄도시〉 류의 완화된 폭력의 판타지가 아닌 이번엔 얼마나 다르고 세련된 방식의 액션신을 보여줄지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박훈정은 한국 영화 산업에서 보기 드문,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이다. 어떤 점에서 박훈정은 비디오 렌탈 샵에서 하루 종일 B급 영화를 보며 자기 세계를 꿈꿨던 쿠엔틴 타란티노를 떠오르게 한다. 박훈정 역시 특별히 영화학과나 아카데미에서 수련하거나 학습한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귀공자〉는 오랜만에 박훈정 감독의 코드를 욕심껏 재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석, 최우식, 김선호처럼 선이 고운 소위 꽃미남 배우를 기용해 차갑고, 날렵한 액션을 꿈꾸는 것도 나름의 코드이다. 눈에 띄는 신인 강태주의 기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김선호라는 배우가 가진 의외성을 액션에 녹이려 애쓰고 있다. - 「영화 월평 | 박훈정표 영화의 지속 가능성, 〈귀공자〉」(강유정 교수, 영화평론가) 중에서, 본문 96-97쪽

올해의 영화제는 ‘영화+’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며 오늘날의 영화는 무엇인지, 영화의 본성과 영화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한국영화, 특히 장르영화 분야는 K-시리즈, K-팝, K-웹툰 등의 한국 대중문화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문화산업 전체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작품의 원천 스토리나 창작인력의 단순한 교류를 지나 영화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가 논의되는 시기에 이르렀다. ‘영화’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논의, 다양한 질문이 가득한 지금, 부천영화제는 영화의 의미를 시대에 맞게 확장하고자 한다. -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생동하는 영화: 변화 그리고 확장」(설재원 에디터) 중에서, 본문 99쪽

2023 서울국제도서전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특히 대형 출판사는 물론, 서점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재기발랄한 소형 출판사들과 독립출판물들이 빛을 발하며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넘어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난 서울국제도서전은 다시금 국내 최대의 책 축제이자 한국과 세계를 책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 「2023 서울국제도서전 |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김혜원 인턴기자) 중에서, 본문 113쪽

‘가왕’ 조용필의 신화는 오늘도 현재진행형이었다. 74세의 조용필은 올림픽주경기장에 운집한 3만 5,000명의 관객들을 위해 쉴틈 없는 공연을 펼치면서 말 그대로 '명품' 콘서트를 선사했다. 젊은 세대 팬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응원봉을 활용한 콘서트 기획을 선보여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시너지를 발휘했다. 역시 조용필은 한류의 원조다웠다. 이처럼 아이돌 팬덤을 넘어 중장년 팬층으로 확장된 ‘K-응원봉’을 선보인 것 또한 조용필만이 연출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할 것이다. -「조용필 데뷔 55주년 콘서트 | 조용필은 어떠한 형용사도 필요 없는 ‘가수 조용필’이었다」(손희 에디터) 중에서, 본문 118쪽

서울시와의 협업으로 대규모로 진행된 여의도 행사에는 총 4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방탄소년단 활동 10년의 역사를 담은 ‘BTS 히스토리 월’, 〈달려라 방탄〉 무대의상 전시로 팬들은 추억을 되살렸고, 포토존으로 완성된 ‘방탄 가족사진전’, BTS 주요 곡 제목과 의미 있는 문구를 타투 스티커로 체험할 수 있는 ‘타투 스티커 체험 부스’ 등 다양한 전시 및 특별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또한, BTS 리더 RM은 이날 현장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오후 5시, 김남준입니다’ 코너를 진행했다. RM은 “여러분께 늘 감사하고, 늘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준 아미 여러분 감사드리고 BTS 10주년을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라고 10주년 소회를 밝혀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뷔와 정국에게 깜짝 전화 연결을 하는 등 특별함을 더했다 - 「2023 BTS FESTA | BTS의 성공적인 10년, 기대되는 앞으로의 10년」(박혜연 인턴기자) 중에서, 본문 121쪽

지난 18일, 111년 전 침몰한 타이타닉의 잔해를 보기 위해 나선 잠수정이 실종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더불어 전 세계의 ‘다크투어(Dark Tour)’에도 관심이 쏠렸는데, 다크투어란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을 뜻한다.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또는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으로도 불리며, 우리말로는 ‘역사교훈여행’으로 불린다. 국립현대무용단이 23~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캐스케이드 패시지(Cascade Passage)〉 또한 이러한 다크투어를 주제로 하고 있었다. - 「무용 | 예술에 담은 재난이 휩쓸고 간 자리 - 현대무용 창작집단 ‘뭎’ 〈캐스케이드 패시지〉」(권준안 인턴기자) 중에서, 본문 124쪽

디카시는 현란한 영상문화 시대에 최적화된 문학 형식으로서, 사진과 시의 조화로운 결합을 통해 축약된 예술적 성취를 견인한다.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순간 포착의 사진을 찍고, 거기에 촌철살인의 짧은 시를 덧붙이며, SNS를 통해 동호인 상호간에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사정이 그러하니 자연히 디카시의 이론이나 창작방법에 대한 강론에 목마르게 된다. 기실 디카시는 복잡한 이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방법을 몰라서 잘 못 쓰는 것이 아니다. 각기의 사진과 시를 안목 있고 수준 높게 발굴하는 기량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기에 ‘디카시를 쓰기는 쉽다, 그러나 잘 쓰기는 어렵다’라는 수사가 등장한다. 바로 이 디카시 잘 쓰는 법에 관한, 정색正色의 교본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김종회 교수가 펴낸 『디카시, 이렇게 읽고 쓴다』는 이 같은 디카시 창작방법론의 요구에 부응하자는 의미를 가졌다. 그러므로 정연한 논리의 전개보다는, 디카시 현장의 실전적 경험을 함께 나누는 방향을 선택했다 - 「북리뷰 | 디카시라는 이름의 새로운 문예 장르, 새 얼굴의 문화 한류 - 김종회 교수의 디카시 강론 『디카시, 이렇게 읽고 쓴다』」(유혜영 에디터) 중에서, 본문 129쪽

저자는 한국전쟁이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영화를 통해 중국 대중에게 귀환하는 과정은 국가가 대중에게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단순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비록 제한적이지만, 그 여정 곳곳에는 오랫동안 이 전쟁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애도할 길이 막혔던 계층의 목소리와 시선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 「북리뷰 | 중국인들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나 - 『항미원조: 중국인들의 한국전쟁』」(김혜원 인턴기자) 중에서, 본문 131쪽

 


갤러리
10 강수미와 ‘함께 보는 미술’ 세계_막_나: 하이디 부허의 스키닝 | 강수미
18 《아트바젤 바젤 2023》 세계 미술 현장에서 한국 미술의 자리는 어디에 있나 | 장재선
26 호텔아트페어 인 대구 호텔의 모든 공간이 마법의 전시장으로 | 이정훈
30 미술관 탐방 예술의 원천을 찾아서 -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 김명해

인터뷰
38 아리 에스터 감독 머리를 왜 깨부수냐고요? 재밌잖아요! | 설재원

테마 드라마 바캉스 
48 〈안나〉 무시에서 인정까지 | 정재형
53 〈슈룹〉 임화령, 가장 진보적인 캐릭터 | 주찬옥
58 〈우리들의 블루스〉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 구선경
63 〈파친코〉 역사를 살아낸 얼굴들 | 양근애
68 〈시맨틱 에러〉 BL물 속 트랜스 아이덴티티, 그리고 성장 | 김세연
72 〈지금 우리 학교는〉 어느 날 갑자기, 그곳에서 생긴 일 | 최정인
78 〈성난 사람들〉 대립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이다 | 이호섭
82 〈구미호뎐1938〉 〈박하경 여행기〉 ‘민트초코’스러운 여름의 맛 | 김민정

문학
88 새 시집 속의 詩 김광규 박용재 류성훈 박화남
92 시로 만난 별 하트 수세미 - 배우 한혜진 | 장재선

영화
94 영화 월평 박훈정표 영화의 지속 가능성, 〈귀공자〉 | 강유정
98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생동하는 영화: 변화 그리고 확장 | 설재원
102 20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 박영민
106 ‘김기영 영화의 재조명’ 국제학술대회 | 해나

리뷰
110 서울국제도서전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 김혜원
114 공연 조용필은 어떠한 형용사도 필요 없는 ‘가수 조용필’이었다 | 손희
118 《2023 BTS FESTA》 BTS의 성공적인 10년,기대되는 앞으로의 10년 | 박혜연
124 무용 예술에 담은 재난이 휩쓸고 간 자리 - 〈캐스케이드 패시지〉 | 권준안
128 새책 『디카시, 이렇게 읽고 쓴다』 『항미원조: 중국인들의 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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