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월평] 위대한 사랑의 승리자 '투란도트'
[공연 월평] 위대한 사랑의 승리자 '투란도트'
  • 최교익(연극연출가·신한대 교수)
  • 승인 2019.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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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어원을 살펴보면 오페라는 원래 라틴어 오푸스(opus:작품)의 복수형이다. 오페라 초창기에는 드라마 무지카dramma in musica 또는 드라마 페르 무지카 dramma per musica라고 했다. 이 어휘의 뜻은 ‘음악을 위한 극’인데 처음부터 오페라는 (서사가 있는)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음악극이라는 것이다. 드라마가 있는 음악극, 즉 오페라는 음악과 문학(대본), 연극적 요소와 미술, 그리고 무용 등이 적절히 섞인 종합무대예술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페라는 비제의 <카르멘>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푸치니의 <라 보엠>, <투란도트> 등이 있다. 이들 오페라의 공통점은 한 나라에 국한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또한, 웅장하고 익숙한 아리아는 매체를 통해 우리의 삶속에 스며들고 있다.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만 보더라도 “아파트 광고”, “분유 광고”, “라면 광고”에 이어 “김연아 아이스 쇼” 까지 주종을 다투지 않고 있으니 ‘팬덤문화’로만 여겨졌던 오페라가 대중들에게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8월,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가족오페라 <투란도트>가 막을 열었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자코모 푸치니가 2막까지 작곡했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 슬픈 역사를 갖고 있다. (훗날, 그의 후배 프랑코 알파노가 뒤이어 완성함.) 예술의 전당 에서 공연한 오페라 <투란도트>는 Arrange 대본 형식의 공연이다. 제작 단계부터 여러 말이 많았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태양도 어떠한 말들도 <투란도트>의 매회·매진 행진을 막을 수 없었다. (철저하게 관객의 시선에서 제작된) 연애물의 뮤지컬과 연극이 아닌 오페라가, 더군 다나 이탈리아어로 공연하는 오페라가 매진된다는 것은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직접 공연을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출연 배우를 통해 티켓을 어렵게 구한 후, 공연을 보고 나서야 <투란도트>의 승승장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분석을 아래와 같이 서술하여 독자들과 공유해 본다.

첫째, 오페라 <투란도트>는 3시간 이상의 긴 러닝타임을 2시간 이내로 줄이며 ‘가족오페라’라는 타이틀을 걸었다. 사실, 3~4시간의 공연을 집중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전공자 이외에는 흔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의 경우, 연극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2시간이 넘는 연극 공연에 집중하지 못한다. 괜히 허리가 아프고 하품이…) 막과 막 사이의 인터미션(20분)을 빼면 1시간 30분 정도의 공연이다. 총 90분 정도의 러닝타임은 나이어린 관객들과 비전공자인 일반인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적절한 시간이었다.

둘째, 오페라의 필수요소인 연기와 춤, 노래가 적절하게 잘 버무려져 있으며 무대효과 또한 신선함을 선보였다. 공연을 보고 나서 가슴깊이 상기되었던 것은 연출력이었다. 표현진 연출은 아리아가 울려 퍼지는 그 사이사이, 적시적소에 무용과 배우들의 호흡을 넣어 무용이 부담되거나 연기가 거칠게 표현되는 것을 방지하며 서로가 잘 어울리게 다듬었다. 그래서 아리아를 중심으로 한 <투란도트>의 서사가 입체적으로 부각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입체성을 더한 것은 무대였다. 표현진 연출은 무대 표면 자체를 위·아래로 수직상승과 하강을 반복시켰는데 이러한 연출 기법은 신분의 차등을 표현한 것이었다. 시각적으로 표현된 신분차등은 결국, 진실한 사랑으로 인해 의미를 상실한다. 이렇듯 연출이 의도한 무대적 메타포는 주제를 강화시키며 노래와 함께 극을 긴장감으로 몰입시켰다.

셋째, 사실 철저히 관객에게 맞춰진 오페라였다. 앞서 서술한 러닝타임(90분)으로 인해 지루한 노래는 빼고 주옥같은 아리아로(관객이 좋아하는 것으로만) 공연을 엮었다. 또한, 김수호 외 5인의 배우와 무용수들이 연기한 12지신은 관객에게 익숙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저마다 흥미롭게 표현하였고 이들로 인해 공연은 더욱 풍성해졌다. 필자가 본 오페라 <투란도트>는 관객이 원하는 포인트와 미장센으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이었다. 표현진 연출과 최희준 지휘자, 최석열 안무의 콜라보는 뜨거운 여름, 관객에게 피서지를 제공했고 관객들은 그 피서지에서 문화 충전을 하며 2019년 8월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공연  2019년 8월 8일 ~ 8월 18일

장소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작곡  자코모 푸치니 3막 완성 프랑코 알파노

연출  표현진    

지휘  최희준

안무  최석열

 

 

* 《쿨투라》 2019년 9월호(통권 6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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