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리뷰]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무대의상의 역할
[패션 리뷰]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무대의상의 역할
  • 이영재(패션 디자이너, 한양대학교 교수)
  • 승인 2021.03.26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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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이영재교수의 예술의상
ⓒ<사진2> 이영재교수의 예술의상
ⓒ<사진3> 홍익대학교 양지선의 졸업작

  필자는 대학에서 의류직물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산업계에서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해왔으며, 학계에 입문 후에는 후학들에게 패션디자인을 가르쳐 왔다. 패션계에 30년간 몸담아왔던 지난날들을 돌아보니 수많은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1995년에는 ‘한국예술의상협회1’가 발족되었고 필자는 몇 년 후 이 협회의 일원이 되었다. ‘예술의상(Art to Wear)’이란 의상을 의식주(衣食住)의 인간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예술작품으로 제작한 것을 말한다. 예술의상은 인체를 기반으로 한 조각품(<사진1>)부터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의상(<사진3>)까지를 지칭하기에 입을 수 있는 의상도 포함된다. 그러나 예술적인 목적에 근간을 두기에 그 상품 가치가 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학계에서는 예술의상 무용론을 주장하는 교수들도 있다.

ⓒ<사진4> 영화 <승리호> 고스트씬 DJ 의상 학생작품
ⓒ<사진6> 복면가왕 부뚜막 고양이의상, 구글이미지검색
ⓒ<사진7> 미국 The Masked Siner의상, 구글이미지검색
ⓒ<사진8> 온리코스튬의 의상졸업작품 이미지를 모으기 위한 유튜브 동영상

  그러나, 패션 분야의 고부가가치 상품에서 독창성과 예술적 창의성은 타 브랜드와의 경쟁력을 갖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므로 필자의 소견으로는 결국 패션인들이 지향(志向)해야 하는 방향이라 사료(思料)된다. 그렇기에 패션을 교육하는 전문기관이나 대학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졸업작품 의상을 제작해 패션쇼나 전시 형태로 발표하게 하는 것이다. 국내 대학 교육기관에서는 해마다 3500명 정도의 졸업생이 배출된다. 이들이 졸업하기 위해 제작하는 졸업작품 의상은 최소 3500벌(한 학생당 평균 2벌 이상 제작함) 이상이 된다. 여기에 학원 등 전문교육기관과 패션이 서양에서 유입된 분야이므로 미주와 유럽 지역 등 선진국들의 패션교육기관 졸업작품 의상까지 합하면 수만 벌이 된다. 그러나 이들이 생애 최초로 만든 이 의상 작품은 완성도가 부족하여 상품적인 가치를 갖기 힘든 부분도 있기에 많은 의상 작품들이 발표 후 옷장 한구석에 틀어박혀 있거나 학교 실습실에 방치되어 쓰레기로 버려지기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이다.

 최근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BTS, 블랙핑크 등 K-pop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더욱 약진하고 있다. 필자가 학생들과 함께 협업 형태2로 의상 제작의 일부에 참여했던 영화 <승리호> 또한 전 세계 85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학계와 산업계가 서로 윈윈(win win) 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특히, K-예능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사진6>) 방송 포맷이 미국(<사진7>), 호주 등 전 세계 47개국에 수출되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한국 복면가왕의 의상에 졸업작품 의상이 활용된다면 예술적 완성도에서 한층 고차원적인 의상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또한 특이한 컨셉의 뮤직비디오 의상에도 활용될 수 있고 에스닉에 기반을 둔 한복 졸업작품은 사극에 활용하기에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대학의 교수 실험실 창업으로 ‘온리코스튬(OnlyCostume)’을 시작하게 되었다. 무대(공연)의상 공유 플랫폼으로 준비 중인 온리코스튬(<사진8>)이 여러 엔터테인먼트와 만나 협업하게 된다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일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1997년 한국패션문화협회로 개칭하였으며, 국내 패션디자인 교수, 강사들과 패션 산업계 디자이너가 주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회원수는 311명, 회원들의 창의적인 연구를 토대로 한 작품 활동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한국 패션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며 산학협력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IC-PBL 교육의 일환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 IC-PBL이란 Indusrty Cluster - Problem Base Learning의 약자로 학생들 수업에 전공분야 산업계의 문제를 가져와 해결함으로써 산업현장의 생생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영재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직물학과, 이화여자대학교디자인대학원 의상디자인과 석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의상학과 박사 졸업. 제11회 세계장애인기능올림픽 양장부분 심사위원장 및 기술위원. 중국 디쌍그룹 패션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현재 한양대학교 디자인대학 주얼리 &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무대의상 공유 플랫폼 ‘온리 코스튬(ONLY COSTUME)’ 공동대표.

 

* 《쿨투라》 2021년 3월호(통권 8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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