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선 시인의 시로 만난 별들] 배우 겸 작가 차인표
[장재선 시인의 시로 만난 별들] 배우 겸 작가 차인표
  • 장재선
  • 승인 2019.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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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 페이스북
Ⓒ차인표 페이스북

인간의 질투로 이길 수 없네

장재선

브라운관에서 근육질 몸을 파는
그대를 처음 봤을 때 
욕지기가 치밀었으나
그 후로 20년 넘게 토할 수는 없었네

극중에서나 실제에서나
그대의 말과 몸짓은 한결같이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어서
인간의 질투가 이길 수 없었네

포도밭의 포도송이를 다 따지 말고
땅바닥에 떨어진 것도 줍지 마라
가난한 사람과 나그네를 위해
그들이 먹고 살게 남겨 두어라

그분의 명령을
사람의 언어로 지상에 전하느라
그대는 소설까지 썼고
그 책의 구석구석에서 나는 들었네

어둠은 빛을 가릴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남편은 결코 아내를 이길 수 없다

사람의 눈물과 웃음은
그 분을 잉태한 어머니에게서 받았기에.

 

  “당시 문화방송 MBC에 차인태 아나운서가 높은 자리에 있었다. 제작본부장 아니면 부사장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이름과 그분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친척이 아니냐? 낙하산이다’는 오해를 받았다.”

  차인표가 1994년 MBC 미니 시리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스타로 떠올랐던 때의 일을 회고한것이다. 당시 그는 워낙 갑자기 스타가 됐기 때문에 이런저런 오해가 많았다고 한다. 사실 그때는 <장학 퀴즈>를 오랫동안 진행했던 차인태 아나운서 이름이 훨씬 컸다. 나도 혹시 두 사람이 인척관계가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MBC에 낙하산으로 간 것은 아니지만, 차인표는 흔히 말하는 금수저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가 차수웅 전 우성해운 회장이다. 차 전 회장은 아들을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고한다. 그 때문에 차인표는 뉴저지 주립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공부했다.

  차인표는 어렸을 때 연기자를 꿈꿔 영화 <장군의 아들> 오디션을 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학졸업 후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진해운 미국지사에서 영업 사원으로 근무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여러 회사에 취직 원서를 냈지만 군필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사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방송국 공채탤런트 시험에 눈을 돌리게 됐고, SBS와 KBS 공채 시험에 잇달아 탈락한 뒤 1993년 MBC 22기 공채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다. 이 해에 드라마 <파일럿>, <한지붕 세가족>, <우리들의 천국> 등에 출연했으나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가 19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주인공 강풍호 역에 캐스팅 됐을 때 온갖 루머가 나돌 수밖에 없었다. 그의 캐스팅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배우가 아닌 사업가로 키우고 싶어했던 아버지 덕분이었다. 부모로부터 받은 준수한외모, 미국 유학 덕분에 가능했던 영어 회화, 유학시절에 미국 친구들에게 주눅 들지 않기 위해 보디빌딩으로 다진 육체미 등이 캐스팅 이유였기 때문이다. 강풍호는 극중 매회 근육질 상체를 노출시키는가 하면 색소폰을 부는 로맨틱한 모습으로 여심을 흔들었다.

  차인표는 그 후 MBC 장수봉 PD의 <까레이스키>(1994)를 거쳐 <그대 그리고 나>(1997), <별은 내 가슴에>(1997) 등으로 인기를 지속시켰다.MBC <왕초>(1999)에서는 거지왕 김춘삼 역으로 변신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2004년에는 MBC <영웅시대>에서 고 정주영 회장의 젊은 시절을 연기해 찬사를 받았다. 선굵은 캐릭터는 MBC <하얀거탑>(2007)과 SBS <대물>(2010) 등으로 이어졌다. 그는 영화 쪽에서도 활약했다. <알바트로스>(1996), <닥터 K>(1999), <목포는 항구다>(2004), <한반도>(2006), <크로싱>(2008), <타워>(2012), <감기>(2013) 등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속한다. 드라마 쪽의 성공에 비하면 영화에서는 다소 부진한 게 사실이지만, 스크린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2016년 KBS2 주말 연속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중견 연기자로서의 그의 내공을 널리 알렸다. 털털한 성격에 의협심이 강하고, 익살 맞으면서도 속이 깊은 양복 재단사 배삼도 역. 이로써 그의 연기 영역은 코믹 휴머니티 쪽으로 넓어졌고, 동시에 배우 생명이 훨씬 길어질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차인표는 2017년 할리우드 영화계 진출을 선언했다. 자신이 설립한 영화 제작사 TKC픽쳐스를 통해 미국 제작사와 손을 잡고 합작 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8년 가을부터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소탈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50대에 접어든 그가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차인표와 이런저런 일로 연락을 주고받을때마다 역시, 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그에게붙어 있는 ‘바른 생활 사나이’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언행을 하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처럼, 그는 아동학대 예방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북한 어린이 돕기와 전 세계 빈곤 아동들을 후원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역시 배우인 아내 신애라도 그와 함께 봉사 활동에 헌신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부부는 두 자녀를 입양하여 사회적으로 입양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도 했다.

  차인표 부부의 선행은 독실한 신앙에 바탕하고 있다. 나는 이들 부부가 기독교 정신을 일상에서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차인표는 배우로서는 드물게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잘가요 언덕』, 『오늘 예보』 등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나는 『오늘 예보』를 읽으며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문장이나 구성력이 전문 작가 못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우리 사회 밑바닥에 사는 이들의 삶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었다. 세상을 어렵게 견디는 이들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참으로 절절하게 다가왔다. 이른바 금수저들이 이 소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좀 허망한 바람일 수 있겠으나, 차인표를 보면 그런 소망이 절로 생긴다. 이웃과 더불어 걷는이들이 많아져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 《쿨투라》 2019년 4월호(통권 5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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