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Theme] 성장형 ‘비주얼 센터’, 뷔(V)
[11월 Theme] 성장형 ‘비주얼 센터’, 뷔(V)
  • 정민재(음악평론가)
  • 승인 2021.11.02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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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뮤직

  외모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되는 시대다. 지적은 절대 금물, 칭찬도 주의해야 한다. 의도와는 달리 외모 품평, 이른바 ‘얼평’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음에도 아이돌 그룹에서 ‘비주얼 센터’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출중한 외모로 그룹의 중심에 선다는 뜻에서 비주얼 센터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중의 시선을 단번에 낚아채고 팀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앞장서 왔다. 방탄소년단에서 이러한 역할을 주로 맡은 인물은 뷔(V)다.

  뷔는 탁월한 아이 캐처(eye catcher)다. 데뷔 초부터 그랬다. 우리 나이로 열아홉의 나이에 가수가 된 그는 풋풋하고 앳된 와중에도 선명한 이목구비를 뽐냈다. 쌍꺼풀 없이 커다란 눈, 날렵한 콧대와 턱선, 그려 넣은 듯 또렷한 입술 라인이 작은 얼굴 안에서 균형을 이뤘다. 그의 화려한 외모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이 각인되기 전부터 수시로 화제를 모았다. 활동 초기엔 기본기와 개성을 갖춘 멤버들에 가려 음악적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뷔 개인의 존재감만큼은 누구보다 막강했다.

  비현실적 외모만큼 놀라운 건 그의 목소리였다. 뷔는 방탄소년단 내에서는 물론, 케이팝 아이돌의 역사를 통틀어도 보기 드문 음색을 가졌다. 흔히 ‘동굴 목소리’로 통하는 중저음이다. 뜻밖의 깊고 단단한 소리는 그의 반전 매력으로 알려지며 인기에 쐐기를 박았다. 동시에 그룹의 다채로운 보컬 운용과 연출도 가능케 했다. 그의 타고난 저음역은 팀의 하모니와 개인의 임팩트 모두를 충족했다.

  <Fake Love>(2018)의 인트로를 떠올려보자. 낮게 깔리며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뷔의 보컬은 곡의 시작과 함께 서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는 그렇게 단 몇 초 만에 노래의 도입부를 완벽히 장악했다. 오직 뷔의 목소리이기에 할 수 있었던 대담한 오프닝이다. 그의 활약은 멤버들과의 화음에서도 두드러진다. 지민을 비롯해 상대적으로고음역에 강한 다른 보컬 멤버들과 뷔의 유니크한 중저음은 안정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이들만의 색깔을 그려낸다.

  그렇다고 그가 낮은 톤에서만 빛을 발하는 건 아니다. 너른 음역을 아우르는 솔로 곡에선 그가 가진 개성과 잠재력이 좀 더 분명히 드러난다. <Fake Love>에 앞서 《LOVE YOURSELF 轉 ‘Tear’》(2018) 앨범의 문을 여는 <Intro: Singularity>에서 뷔는 섬세한 호흡과 강약 조절로 불안의 정서를 표현했다. 능숙하게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어린 날의 자신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Inner Child>(2020) 역시 수작이었다.

  아직 숫자가 많진 않지만,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자작곡 또한 인상 깊다. 그가 만들고 부른 곡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은 단연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의 사운드트랙 <Sweet Night>이다. 보컬의 두꺼운 질감과 어쿠스틱 기타의 서정적인 라인이 잘 어우러진 노래는 발매 직후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며 그의 이름을 새롭게 했다. <네시>(2017), <풍경>(2019), <Winter Bear>(2019) 등 유튜브,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공개된 그의 개인 작업물들은 더 흥미롭다. 오늘날의 베드룸 팝(Bedroom Pop) 흐름과 그만의 감수성이 적절히 섞인 이 곡들에선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뷔는 데뷔 이래 끊임없이 내실을 다져왔다. 타고난 좋은 목소리를 부지런히 개발했고, 창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활동을 거듭할수록 그가 보컬리스트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그만의 음악 세계를 조금씩 보일 수 있었던 건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그러는 동안 그는 푸른 미소년에서 기품이 느껴지는 청년으로 무르익었다. 눈과 귀를 동시에 집중시키는 그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전 《이즘》 편집장. 멜론 스테이션 <인디스웨이> 구성 및 진행. EBS FM <펜타곤의 밤의 라디오> 고정 출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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