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Theme] 실력파 프로듀서 슈가의 진가는 협업에서 더욱 빛난다
[11월 Theme] 실력파 프로듀서 슈가의 진가는 협업에서 더욱 빛난다
  • 안진용(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 승인 2021.11.02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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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뮤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이룬 업적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렵다. 숱한 성과 중 주어진 공간을 채울, ‘보다 더’ 가치 있는 업적을 골라내는 작업이 버겁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BTS 멤버 중 더 돋보이는 멤버를 꼽는 일 또한 어렵다. 일곱 멤버가 각기 다른 매력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성’이라는 카테고리만 놓고 봤을 때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슈가다. 그는 실력파 프로듀서로서 BTS 활동 외 다른 뮤지션과도 교류가 가장 활발한 멤버다.

  슈가는 그로서, BTS의 멤버로서, 또한 프로듀서 어거스트 디(Agust D)로서 올해 상반기 세계 최대 규모 음악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서 다양한 기록을 새로 썼다. 그는 이 3가지 활동명으로 모두 스포티파이에서 1억 회 넘게 스트리밍된 곡을 보유한 첫 한국의 아티스트다. 그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믹스테이프 《D-2》는 한국 솔로 아티스트 앨범 중 가장 빠르게 3억 스트리밍을 돌파했고, 《D-2》의 타이틀곡 <대취타>는 스포티파이 한국 바이럴40 차트 2위까지 올랐다. 또한 어거스트 디로서 스포티파이에서 500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고, 누적 스트리밍은 5억 회를 돌파했다.

  슈가의 진가는 협업에서 더욱 빛난다. 그는 아이유를 비롯해 이소라, 에픽하이, 헤이즈, 수란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특히 동갑내기인 아이유와 함께한 <에잇(Prod&Feat. SUGA of BTS)>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그 시작은 2017년 발표된 수란의 <오늘 취하면(Feat. 창모)(Prod. SUGA)>이다. 수란은 당시 신인이었음에도 슈가의 후광과 탄탄한 음악성에 힘입어 각종 음원차트를 섭렵했다. 또한 슈가는 에픽하이의 앨범 수록곡 <새벽에>의 작곡과 편곡을 맡았고, 이소라와 협업한 <신청곡(Feat. SUGA of BTS)>을 통해 40대 이상 리스너들에게도 어필했다.

ⓒ 이광재
ⓒ이광재

  슈가를 향한 러브콜은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미국 팝스타 할시와의 협업곡 <SUGA’s Interlude>에서는 제목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슈가라는 프로듀서의 색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다. 또 다른 미국 팝스타 맥스의 신곡 <블루베리 아이즈(Blueberry Eyes)>에는 한국어 작업으로 참여했다. 맥스가 임신 중인 아내를 위해 쓴 곡에 슈가는 ‘내 그림자를 가른 한줄기 빛/어둡기만 한 내 삶을 뒤집어 놓은 너/나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지/너를 만나기 전엔 그저 보잘것없던 나’라는 가사를 붙였고, 이 가사는 뮤직비디오에 한글 자막으로 삽입됐다.

  슈가가 BTS의 유명세에 기대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것은 오해다. BTS가 빌보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2017년 무렵이다. 하지만 슈가는 이보다 앞선 2016년,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10곡을 담은 믹스테이프 《어거스트 디(Agust D)》를 공개했다. BTS로 데뷔 전부터 느꼈던 심경과 아이돌로서 감내해야 했던 편견, 자아를 곧추세우려는 노력 등을 고스란히 담은 이 앨범은 팬들의 눈과 귀를 넘어 마음을 움직였다. 이 앨범은 그를 ‘아이돌’이 아닌 ‘뮤지션’으로서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고, 두 번째 믹스테이프의 《D-2》는 9월 초 3억 9000만 스트리밍을 돌파해 4억 고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 음악 시장의 독특하면서도 대표적 산물인 ‘아이돌’. 통상 가요기획사의 철저한 관리와 통제 하에 육성되고 만들어진 그룹 단위 가수를 뜻한다. 그렇기에 ‘래퍼’나 ‘프로듀서’와 같은 독창적이고 자립적인 키워드라는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이 생겼다.

  하지만 슈가는 이 단어들이 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오고 있다.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아이돌 그룹들이 소위 ‘자체제작돌’이라 불리며 더 주목받는 것도 같은 궤다. 결국 그의 이런 활동은 단순히 슈가라는 인물의 개인적 가치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아이돌’이라 이름 붙은 모든 가수들의 가능성을 활짝 여는 동시에 그들을 향한 편견을 깨는 과정이기에 더욱 값지다.

 

안진용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저서로 『방송연예산업경영론』(공저)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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