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찔레
[새 시집 속의 詩] 찔레
  • 김수우
  • 승인 2021.12.0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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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시인

찔레

 

설악, 겨울 골짝을 걷다 찔레 덧가지를 얻었습니다

별빛에 얼어 낮달에 녹고 눈발에 얼어 저녁놀에 녹으며

풍경을 넘는 붉은 발가락, 억년을 걸었는지 뜨겁습니다

찾아오는 바람인 듯 돌아가는 꿈길인 듯 만해사에 드니

왕말벌 한마리 죽어 법당을 무덤으로 삼고 적막합니다

찔레, 말벌을 만나러 오던 먼먼 눈빛인지 약속이었는지

찬란한 그물에 걸리는 향기, 염주알로 익었습니다

서로에게 한짝 신발이었을 생, 고맙습니다 참 붉습니다

- 시집 『뿌리주의자』 중에서

 

 


김수우
1995년 《시와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길의 길』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붉은 사하라』 『젯밥과 화분』 『몰락경전』,
산문집 『쿠바, 춤추는 악어』 『어리석은 여행자』, 옮긴 책으로 『호세 마르티 시선집』 등이 있다.
부산작가상, 최계락문학상 등 수상.

 

* 《쿨투라》 2021년 12월호(통권 9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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