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전양준 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의 영화 오딧세이: 전양준, 『영화관에서의 일만 하룻밤』(작가)
[북리뷰] 전양준 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의 영화 오딧세이: 전양준, 『영화관에서의 일만 하룻밤』(작가)
  • 양진호(본지 에디터)
  • 승인 2022.05.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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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고의 국제영화제이다. 그 기초를 닦은 이들 중 한 사람이 바로 전양준 전 위원장이다. 그는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과 뜻을 모아 1996년 5월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했다. 수많은 좌절을 견뎌낸 그의 노고 덕분에 지금 부산국제영화제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사랑을 받는 영화 축제가 될 수 있었다. 『영화관에서의 일만 하룻밤』은 오랜 시간 동안 영화, 그리고 영화제와 함께한 그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영화제를 위해 헌신한 그의 기록은 한국 국제영화제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의미한 텍스트이며, 영화 행정가 혹은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젊은 영화인들에게는 ‘교과서’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1부 ‘첫걸음’에서는 저자가 본격적으로 국제영화제에 관심을 갖기 전에 영화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세계의 영화제를 탐험하며 배운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2부 ‘시네마기행 1: 스케치’에서는 저자가 예술영화 프로듀서로서의 행보를 걷고자 마음먹고, 국제영화제를 메이저 영화제 중심으로 두루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을 품은 채 용기를 내어 세계 영화제를 공부해나갔던 시기의 기록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기간 동안 영화제의 장점들을 공부하고 그것을 부산국제영화제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3부 ‘시네마기행 2: 운영’에서는 영화제 운영가의 관점에서 저자가 본 국제영화제들의 성공 비결, 그리고 흥미로운 영화제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영화제들이 현재에도 그 명성과 흥행을 이어 가는 데 있어서 원동력이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저자가 발로 뛰며 얻어낸 해답들이 담겨 있다.

  4부 ‘프랑스, 영화’에는 ‘프랑스’와 ‘영화’라는 키워드를 연결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았다. 칸영화제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관련된 세계의 영화제 및 영화 행사들에 대해 여기서 다뤄진다. 특히 저자는 프랑스 영화 프로듀서이자 칸영화제 자문위원이었던 ‘피에르 리시엥’ 씨와의 오랜 인연에 대해 여기서 소개한다. ‘칸의 남자’로 불린 리시엥 씨는 오랫동안 한국영화를 유럽에 소개했고, 임권택·홍상수·이창동 감독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책에서는 2018년 5월에 저자가 리시엥 씨의 추도식에 참석해 한국영화에 대한 그의 사랑, 그리고 저자 자신에게 준 많은 가르침 등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진다.

  리시엥 씨는 1970년대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고 했다. 국내 영화제작자들을 만나 칸영화제 출품을 권유하러 찾은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그를 만나고자 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당시 한국 영화제작자들은 막대한 이익이 걸린 외화 수입 쿼터가 보장되는 대종상영화상 수상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이에 낙담한 리시엥 씨는 다음 해 평양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신상옥 감독을 만났다고 한다. 아마 그때 두 사람의 만남이 1994년 신상옥 감독을 한국 영화인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만든 계기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한국영화의 영원한 친구 피에르 리시엥」 중에서, 본문 136쪽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

  5부 ‘영화관에서의 일만 하룻밤’에서는 저자가 중동의 신생 영화제와 유럽·미국의 아시아영화제(아시아 영화를 주제로 하는 영화제)들에 초대되어 경험을 전수하기도 하고, 또 그들과 한국영화계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한 활약상이 담겨 있다. 그는 중동 영화제들의 화려함 뒤에 있는 치밀한 성장 전략을 다룬다. 유럽과 미국의 아시아영화제들에 대해 저자는 “한국영화의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그 의미에 대해 강조한다. 또 6부 ‘다시 영화제로’는 저자가 중국과 동유럽 영화제들의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을 접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중국의 영화제들이 다양하고 풍부한 가치를 담아내는 동유럽 국가들의 영화에 손을 내미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함으로써 부흥을 꾀하고 있다고 저자는 책에서 언급한다. 그리고 날로 변화하고 있는 영화 시장, 주변 환경 속에서 다소 정체된 부분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영화제들도 중국 영화제들의 이러한 방향성에 주목하고 거기서 현재를 개선해 나갈 해법을 발견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전양준 전 위원장은 1996년부터 2016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 부집행위원장,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신생 영화제였던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영화제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주도했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으로 복귀했으며, 2021년 계약이 만료되면서 영화제를 떠났다.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뮌헨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가 하였으며, 2020년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였다.

〈오아시스〉 팀 레드카펫 롤링. 이창동 감독, 문소리 배우, 명계남 대표
〈오아시스〉 팀 레드카펫 롤링. 이창동 감독, 문소리 배우, 명계남 대표

  또한 프로듀서로서 〈박하사탕〉(1999)과 〈오아시스〉(2002)의 공동제작을 맡아 해외 배급과 영화제 출품을 전담하였다. 저서로 『새로운 한국영화를 위하여』(이론과 실천), 『가치의 전복자들』(청담사), 『닫힌 현실 열린 영화』(제3문학사), 『세계영화작가론1』(이론과 실천) 등이, 역서로 『이미지의 모험』(열린책들) 등이 있다.

  2005년 문화포장, 2011년 체코 외무부 메달, 2014년 피렌체한국영화제 공로상, 2020년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명예 황금자전거상을 수상했다.

  『영화관에서의 일만 하룻밤』은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 그리고 지금 한국의 영화제를 이끌고 있거나 영화 행정의 꿈을 가진 이들에게 ‘처음’의 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영화와 함께한 저자의 흥미로운 모험담에는 영화제의 ‘낭만’ 뿐만 아니라 ‘현실’도 담겨 있어서, 영화를 사랑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일이 매우 고단하지만 숭고하기도 함을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전양준 전 위원장의 진심과 마주하며 독자들은 한국영화와 영화제에 대한 사랑으로 조금 더 빠져들 수 있게 될 것이다.

 


 

 

* 《쿨투라》 2022년 5월호(통권 9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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