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신정일
날리지 않고
곧바로 떨어지는
꽃잎을 보아라
시들어 야윈 몸을
가리지도 않은 채 떨어지는
저 꽃잎, 꽃잎
바람도 불지 않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밤도 낮도 아닌
야릇한 시간에
유언도 없이
나비처럼 사뿐히 내려앉는
내 슬픈 영혼 보아라
- 신정일 시집 『아직도를 사랑하는 까닭은』( 작가) 중에서
신정일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이사장으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동학과 동학농민 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있다. 저서로 자전적 이야기인 『느리게 걷는 사람』, 시집 『꽃의 자술서』『아직도를 사랑하는 까닭은』, 시선집 『그곳에 자꾸만 가고 싶다』 등이 있다.
* 《쿨투라》 2023년 12월호(통권 11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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