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전기철 시인의 「전혜린, 울리히 벡, 그리고 슈바빙」
[새 시집 속의 詩] 전기철 시인의 「전혜린, 울리히 벡, 그리고 슈바빙」
  • 전기철(시인)
  • 승인 2024.01.30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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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린, 울리히 벡, 그리고 슈바빙

전기철

 

몸에서 삐긋이, 문 여는 듯한, 어쩌면 철거덕, 쇠 채우는 것 같은, 까무룩히,
졸고 있다가 알지 못하는 길모금에서 노랗게 웃는 고양이가 양냥거리듯, 날
가지가 툭, 부러지듯이

전혜린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요.

귀 울음 속 보들레르의 지팡이 내닫는 소리, 뒝벌 소리 같기도, 까마귀 소
리 같기도, 핼쑥하고 습한 그림자가 빛방울 사이에서 단춤을 추는 듯, 푸른
모자를 쓴 나무가 멀찌감치 걸어오는 듯

전혜린은 왜 일요일을, 뮌헨을, 맥주를 생의 한가운데로 불러들였을까요 .

 

- 전기철 시집 『박쥐』 (b판시선) 중에서

 

 


전기철 전남 장흥 출생. 1989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나비의 침묵』, 『풍경의 위독』, 『아인슈타인의 달팽이』, 『로카탱의 일기』, 『누이의 방』, 『풍경, 아카이브』, 산문집 『도시락』, 『거미의 집』 등이 있다. 현대불교문학상, 이상시문학상, 포이트리슬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 《쿨투라》 2024년 2월호(통권 11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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