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눈물
함명춘
쌍계사에서 화개장터까지
뼈를 깎아 세운 가지와
살을 뚫어 틔운 꽃잎과
입술을 깨물면서까지 터뜨린 향기를
잇고, 붙여서 낸 벚꽃의 십 리 길
이제야 좀 쉬려 했는데
봄은 벌써 다 됐다고
돌아가자고 자꾸 재촉하니
함박눈 같은 눈물만 뚝, 뚝
- 함명춘 시집 『종』 (걷는사람) 중에서
함명춘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빛을 찾아나선 나뭇가지』 『무명시인』 『지하철엔 해녀가 산다』를 냈으며, 편운문학상을 수상했다.
* 《쿨투라》 2024년 4월호(통권 11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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