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LA 아트 쇼에서 만난 세 명의 작가
[갤러리] LA 아트 쇼에서 만난 세 명의 작가
  • 김준철(미술평론가, 본지 미주지사장)
  • 승인 2020.03.30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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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th LA ART SHOW(Feb 5~9, 2020)

  25주년을 맞이한 '2020 로스앤젤레스 아트 쇼(LA Art Show)'가 LA컨벤션센터에서 2월 5일부터 9일까지 열렸다. 미 서부 최대 미술 축제 중 하나인 LA 아트 쇼는 1만 8000㎡가 넘는 규모의 공간에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현대미술 작품들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1994년 패사디나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미술품 딜러협회(FADA) 주관으로 14개 갤러리 250명이 참가한 소규모 미술품 거래장으로 시작한 이후 UCLA 존 우든 센터로 장소를 옮겼고 바커 행거에 이어 2009년 LA 컨벤션 센터로 이전, 연인원 7만 명이 찾는 국제적 미술 시장으로 성장했다.

  6일부터 9일까지는 다운타운 LA의 매직 박스 앳 더 리프(Magic Box at The Reef)에서 LA의 신예 아티스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슈퍼파인! 아트 페어 LA 2020(Superfine! Art Fair LA 2020)'도 열렸다. 특히 다양성의 도시 LA로 모여드는 다인종 아티스트들이 회화와 비디오 아트, 팝아트 만화 등 다채로운 현대미술의 장르를 보여주는데 마리사 카이치올로가 큐레이팅한 ‘다이버스아트LA’(DIVERSEartLA) 섹션은 최근 현대미술계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신진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성 섹션에서는 LA 출신 작가 그롱크(Gronk)가 신작 <피라미즈Pyramids>를 공개했다. 헨리 퍼셀의 세미 오페라 <인디언 여왕The Indian Queen>(1695)을 2013년 피터 셀라가 각색, 작업한 오페라 스테이지로 재현하는 작품이다. 멕시코 여왕 쳄포알라와 왕위를 빼앗긴 비운의 왕자 몬테추마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오페라는 LA 아트쇼가 열리는 기간 그롱크가 실제 크기의 무대를 만들어 하나의 퍼포먼스로 무대에 올렸다.

  소형 광장 위에 16개의 커다란 니먼드 조각상들이 서있는 설치 작품 빅토르 프레소의 <니먼드의 탄생>은 2020 아트쇼의 화제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머리가 유난히 크고 튀어나온 배와 짧은 다리가 웃음을 짓게 하는 반면 지나치게 단순화된 형상이 악의와 열등감, 오만함 등 인간이 감추고 싶은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슬로바키아 출신 작가인 빅토르 프레소는 미술품 컬렉터들 사이에 우스꽝스럽지만 교활한 표정의 ‘피커스Picus’ 조각상을 만들어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빈센트 곤잘레스 미미카는 칠레 남부의 두 도시를 흑백사진으로 보여준다. 찰스 디킨슨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가 묘사하듯 세계 최남단 도시인 칠레 남부의 푼타아레나스와 식민도시였던 발파라이소를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프랑코 치하에서 존재하던 스페인 동성애 커뮤니티를 보여주는 <댁틸로스코피아 로사: 비디오 아트와 퀴어 건설> 그리고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아르헨티나 작가 레오 치아치오와 대니얼 지아노네가 ‘다양성과 프라이드’를 주제로 112피트 길이의 텍스타일 설치작품을 공개한다. 한인 작가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서양화가로 활동하는 페이스 갤러리 장소영 대표가 융합예술의 대표주자로 미술과 뷰티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노마드 사진작가 캐롤라인 유씨가 <왕좌The Throne> 시리즈에 이어 <미국인 되기Becoming American> 사진 작업을 선보이는 등 25주년을 맞이한 LA 아트 쇼에는 한인 작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LA 아트쇼는 올해 도자기에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융합’을 도모한 조상연 씨의 작품을 주목했다. LA의 KARO 갤러리(대표 라이언 조) 작가로 작품을 선보이는 조상연 씨의 작품은 한국식으로 구워진 여러 개의 정사각형 도자기에 다양한 오브제를 그려넣어 하나의 또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아트. 하나하나가 개별적 작품으로의 스토리를 갖고 있으면서 여러 개가 연합으로 또 다른 주제로 엮이는 독특한 구조다. 그는 지난해에도 같은 형태의 작품을 선보여 전시작이 모두 판매되는 등 호응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독감 등으로 행사 관계자들이나 참여한 갤러리, 작가들도 걱정을 많이 했으나 오프닝 날을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은 성황을 보였다.

  올해의 전시에서 다른 점을 찾자면 예전에 비해 설치미술 쪽이 조금 축소되어 보였으나 반면 다양한 회화 작가들의 그림을 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아트 쇼에는 현재 미주를 비롯하여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고 인기를 얻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Ryan Cho 작가가 미주 및 한국 작가를 함께 초대하여 참여했다. Ryan Cho 작가를 포함 3명의 작가와 이번 행사와 또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INTERVIEW-1

크래커 안에서 만나는 융합, Ryan Cho

 안녕하십니까? 올해는 많은 작가 분들을 직접 초청하셔서 더 풍성한 모습으로 엘에이 아트 쇼에 참여하셨는데요. 우선 이번에 가지고 나오신 작품에 대한 소개를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먼저 ‘도자기’는 동양에서 시작했고 또 제가 작품 활동을 하며 미국에서 20여년을 살아오면서 습득한 서구적 문화경험을 접목시킨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즉, 도자기의 제작법으로 만들어진 크래커 위에 팝아트적 그림을 넣으면서 그 안에서 조화를 찾는 거죠. 다시 말해 도자기는 입체이고 회화는 평면인데, 이 부조화적 조화를 만들려는 시각적, 문화적 융합을 시도한 것입니다.

 결국 전체적 주제는 ‘융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보기에는 예전에 접했던 크래커시리즈 작품과는 또 다른 테마인 것 같은데요.

 그렇죠. 매번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또 지켜보는 분들의 기대심리도 있기에 모든 면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크래커 사이즈 안에서 다양한 표현을 했다면 이번에는 개수는 축소하고 대신 평면을 확대해서 보다 많은 의미를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여기 보니까 작품에 코비 브라이언트도 있던데요. 언제 작업하신건가요?

 이번 비보를 접하고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대나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시대의 감정을 함께 한다는 의미로 느껴지는데요.

 맞습니다. 그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이 작품은 NBA 쪽으로 기증될 것 같습니다.

  정말 의미 있는 일이 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 외에도 다른 작업들도 보이는데요.

 네, 기존부터 해오던 한지를 기본으로 여러 컬러의 레이어를 겹치고 깎아내며 안쪽에서 색을 우러나오게 하는 기법으로 색을 덧입히는 것이 아니라 색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작업을 한 것들이 있습니다.

 굉장한 노동력과 집중력이 요하는 작업이어서인지 한참 바라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특별히 한국작가 분들도 함께 많이 보이는데요?

 저를 포함해서 미주 작가 2명과 한국작가 8명, 총 10명이 함께 준비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전시회를 가지면서 인연이 된 분들 중에서 인상 깊은 작가 분들로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준비만 하셔도 바쁘실 텐데 어떻게 이렇게 초대하시게 되었나요?

 일단 제가 미주에서 활동을 하며 미주 작품의 흐름이나 또 미주 예술계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에 대한 눈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그런 작가 분들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 미주에 소개하고 싶고 또 서로 예술에로의 길에 조금이나마 힘이,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할 수 있죠. 무엇보다 좋은 작품을 만드시는 좋은 작가 분들을 미주에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하겠습니다.

  올해 아트 쇼는 어떤가요?

 제가 꾸준히 아트 쇼에 참여하고 있는데 작품의 질이나 다양성이 매년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 갤러리들도 매년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어 그 역시 반갑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아트 쇼 이후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많은 크래커시리즈 오더가 들어와 있어서 아마도 한동안 추가적 작업만으로 바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새로운 작품세계를 기대하고 지켜보겠습니다. 또한 좋은 작품을 만드는 많은 작가들을 미주에서 만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기회가 되고 인연이 된다면 힘닿는 대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NTERVIEW-2

한 올의 실에 담아내는 소망, Sooyon Kim 

  반갑습니다. 엘에이 아트 쇼 참여는 처음이신 것으로 아는데요?

 네, 맞아요. 물론 다른 여러 나라 아트 쇼에는 참여했었지만 엘에이 아트 쇼는 처음입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참여 작품들도 다양한 것 같아요.

 제가 듣기로 이번 참여하신 한국작가 분들 중에 이번 쇼에서 가장 인기도 좋고 판매도 상당했다고 들었는데요?

 그러게요. 하하하… 생각보다 이곳에서 만난 분들이 제 작품에 대한 선입견이 없고 또 우선 많이 마음을 오픈하고 작품을 대하시는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한국에서는 작품에 대한 시선이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제 작품을 접할 때 우선 노동력에 대한 호기심에 집중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물론 노동력에도 놀라지만 우선 제가 전하려는 의도를 파악하려는데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깊이 해석해내는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천을 직조하여 입는 것은 인간의 가장 일차원적인 모습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 근본이 되는 실이라는 재료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고 친숙한 재료인거죠. 또한 그 실의 얽히고설킨 모습은 우리의 삶과 너무도 닮아 있고 또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라는 단계에 집중해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그렇군요. 정말 작품을 자세히 보면 우리 삶의 수없는 관계가 각기 다른 색의 실들의 연결과 또 묶임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 같네요. 자세히 보면 실 하나하나가 굵기조차 다른 것 같은데요?

 잘 보셨어요. 실의 색, 굵기, 나아가 종류까지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거대한 천이라면 그 안에 한 줄 한 줄이 인간인거고 그 교합, 교류 속에서 다투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군상의 모습을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있는 거죠.

 조금 전에 보니까 남편 분이 축구하시는 김병지 선수 맞으시죠. 이런 힘겨운 작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접적인 도움이라기보다는 남편이 아무래도 선수로 활동을 활발하게 했으니까 지방으로도 많이 움직이고 또 집을 비우시는 날도 많으셨죠. 그러다보니 제가 본의 아니게 아빠의 역할까지 해야 했고… 사실 집중해서 작업을 해내기가 어려웠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이들에게 집중하다보니 잘못하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어설프게 끝나겠다는 생각에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있었죠.

 그러셨군요. 그럼 이 실을 재료로 만드신 작품은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2016년부터 작업을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이 작업을 처음 시작한 것은 13년 전부터였어요. 그때는 오브제로 물감 등을 올려놓기도 했는데 하다 보니 간결해지고 단순한 것을 찾아가게 되어서 지금은 실만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번 아트 쇼에서 느끼신 점이 있으시다면?

 잠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가 싱가포르, 스위스, 홍콩 등에서 아트 쇼에 참여하기도 했고 가는 곳마다 로컬 작가들의 특이성과 다양성도 만나게 되고 또 늘 만나는 작가들의 작품도 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다니면서 늘 느끼는 하나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가능성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한국 작가들의 작품성이 단순한 모방을 지나서 어느새 세계적인 예술을 이끌고 앞서 나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마디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 말씀을 들으니 괜스레 제가 어깨가 우쭐해지고 힘이 나는데요. 인터뷰 감사하고 앞으로 더 활발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NTERVIEW-3

자연에 귀 기울이는 기쁨, Esther Shim

 미주에서 활동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미국에는 언제 오셨나요?

 저는 미국에 1975년도에 왔어요. 비즈니스도 해오고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에 미술공부도 꾸준히 해왔고 그게 이어져서 지금까지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그 무엇보다 이민자의 삶 속에서 예술을 꾸준히 지키고 해온다는 것이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이번에 출품하신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겠습니까?

 저는 보이는 것들에 관심이 많아요. 특별히 자연에서 그 주제들을 자주 찾습니다. 많은 창조물 중에 자연을 매개체로 하는 것들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편안하고 자유로움을 주고 그 과정에서 기쁨을 얻는 것 같아요.

또한 보이는 것이 또 다른 의미에서는 정신적 부분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를테면 자연의 리듬이나 섭리, 과학적인 규칙들까지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꽃과 잎사귀만 봐도 너무나 완벽한 조화를 만나고 감동하게 되거든요. 그런 제가 느낀 것은 담아내고 싶은 거죠.

 네, 이번에 제가 만난 모든 작가님들의 작품들이 모두 상당한 노동과 정성을 들이셔야만 하는 작품들인 것 같은데요. 작가님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은데요.

 제 작업은 Layered, 끊임없이 찍고 찍으면서 그 안에서 Dimension을 표현해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가님의 작업은 상당히 공감대를 폭넓게 형성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즉,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작가의 의도를 선명하게 전달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요. 관람자들이 제 그림에서 정신적 공감대를 느낀다면 그것만으로 전 제 작업에 충분히 만족하고 성공한 것이라 보고 있어요.

 이번 아트 쇼에서의 반응은 어떤가요?

 많이들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요. 어느 곳에서든 자연은 하나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 역시 이번에 아트 쇼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궁극적으로 교류의 의미에서 함께하게 되었고 또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3인의 작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 거대한 아트 쇼의 중심부에서 묵직하게 전해지는 한인 작가들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예술적 농도라고 하기 보다는 상업적 가치에서도 어느 작품에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아쉬웠던 부분은 많은 한국 갤러리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지만 조금 더 충분한 기획력을 가지고 보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준비하여 나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깊이 이곳에서의 입지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렇게 아쉬움이 큰 만큼 Ryan Cho 작가가 초대하여 함께 자리한 10인의 작가 작품이 훨씬 귀하고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끝으로 인터뷰를 함께 하지 못한 남은 작가님들의 이름도 기억했으면 한다.

  Gyehyeon Kim, Jungsun Moon, Taehee Han, Jinwoo Park, Daeha Kwon, Namsook Kwon.

 

 

* 《쿨투라》 2020년 3월호(통권 6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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