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균형을 향한 움직임: 메켄텔러 문화 센터
[Gallery] 균형을 향한 움직임: 메켄텔러 문화 센터
  • 김준철(미술평론가, 본지 미주특파원)
  • 승인 2020.11.26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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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ements Seeking Balance: Muckenthaler Cultural Center

  한여름부터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가는 10월까지 세인의 관심을 끄는 한 전시회가 열렸다.  본의 아니게 문화적 거리 두기까지 해야 하는 침울한 시기여서 문화생활에 목말라 있던 터라 전시회 소식이 단비 같았다. 전시회가 열린 곳은 캘리포니아 풀러턴(Fullerton)에 위치한 <메켄텔러 문화 센터(Muckenthaler Cultural Center)>로 지난 8월 17일부터 10월 9일까지 ‘균형을 향한 움직임(Movements Seeking Balance)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회화 전시회를 개최한 것이다.

  ‘Muckenthaler house’는 1924년에 풀러턴의 언덕 꼭대기에 Walter와 Adella Muckenthaler에 의해 지어졌다. 8.5 에이커의 면적에 18개의 방이 있는 맨션을 문화 센터로 사용하기 원했던 Harold Muckenthaler는 1965년, 시에 기증하였다. 1999년에 Muckenthaler House는 Muckenthaler Cultural Center로 개명하고 국립 사적지로 지정되었다.

  한인 작가 8인이 중심이 된 이번 전시회는 온 세계가 지치고 힘겨운 시기에 희망의 빛을 선사했다.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박선욱 교수는 “작품에 담긴 메시지가 지금 이 시기에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에 대한 유의미한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욱 교수는 이 전시의 기획을 맡은 초청 큐레이터로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롱비치 미술대학 교수이며 브랜드 전략가로 크로스 컬처 영역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디자인 전문가이다. 앞으로 소개할 일이 많겠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번 전시회에 대한 인터뷰만 간략하게 하였다.

김준철(이하 준) 이번 전시회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기획해 오신 것으로 아는데, 개최 여부를 두고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박선욱(이하 박) 처음 전시회를 기획한 데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해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응답이 필요하다는 모멘텀이 작용했습니다. 이후 준비 과정에서 코로나19 전파 양상이 그다지 녹록지 않았고 대면 관람을 기본으로 해왔던 미술 전시회의 특성상 코로나19는 큰 악재였습니다. 그런데 개최하기로 마음을 굳힌 이유는 어쩌면 이전의 생활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되었죠. 즉, 전환의 시대에 낼 수 있는 책임 있는 목소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는 메시지 즉, 행동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왜?’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 분명했고, 남은 것은 “그럼 어떻게?”라는 방법론이었으니까요.

그 방법론은 무엇이었죠?

현재 우리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관람을 허용하되 방역 지침을 준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현란한 테크놀로지보다 따뜻한 목소리와 그림을 적시는 듯한 음악, 친절한 한영(韓英) 해설 자막을 입혀 영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입힌 영상이 모두에게 괜찮다는 무언의 위로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여 작가는 어떤 절차로 선발하신 건가요?

여덟 분의 작가는 이미 우리 미술계에서 내로라하는 이름을 걸고 있던 분들이었고, 더욱이 절차상 가려 뽑을 만큼 작가들에게 특별한 보상을 줄 수 있는 전시회가 아니었습니다. 전시회의 취지와 의미를 공감한 분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이번 8인전을 구성한 것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러 난관 때문에 더 많은 작가를 섭외하지 못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 전시회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작가의 도움으로 계속 확대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시회 주제가 “균형을 향한 움직임”인데 전시된 작품들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250여 년 전 이 땅에서 자유와 평등을 찾고자(Seeking)했던 이민자들의 노력은 자칫 목숨을 잃을 만큼 삼엄한 가운데에서도 견고히 뿌리를 내려 번영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할(To seek) 것은 ‘조화와 균형’이라고 생각됩니다. 조화와 균형은 분명 실존의 문제이고 이는 우리 사회의 안전핀이 되어줄 평화의 기저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예술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이상을 꼽는다면 평화에 버금갈 것이 없어 보입니다. 공존과 평화를 갈구하며 인간이 창조해낸 기술과 문명이 결국 자연에 깃드는(Nestleinto nature) 여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볼 때, 이 복잡 다단한 자연계가 그러하듯 특수하고 고유하며 가변적인 상대의 상황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예술가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회의 제목이 “균형을 향한 움직임”이라고 우연처럼 정해졌지만,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내면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작가들은 마치 강에 살던 물고기가 바다로 나가듯, 어느 날 갑자기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나무를 옮겨 심듯 모국에 내렸던 뿌리를 새로운 땅에 내리며 생존을 위한 적응과 투쟁 속에서 저마다 다른 해결책을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은 그리 흔치 않죠.

 그렇다면 이번 전시회에 담긴 모습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보아주길 바라시는지요?

박 그게 작가나 기획자의 마음처럼 되지는 않겠죠. 하지만 작가들은 이처럼 보이지 않는 그들의 역정과 의지를 시각적으로 구성한 작품에 담아 작가로서 지난 수십 년간 겪고 견디며 치열하게 성장한 일과, 또한 가정의 구성원이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균형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노력을 작품에 투영시킨 부분을 함께 공감해 주신다면 감사한 일이겠죠.

  단아한 느낌의 전시관은 마룻바닥과 벽난로, 테이블 그리고 피아노 등이 놓여 있어서 전시 공간이 아늑하고 따뜻해 보였다. 참여 작가들은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각자의 스타일과 기법으로 표현했지만, 작품 내면에 흐르는 정서는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공통된 가치와 관계의 흐름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전시회가 주는 느낌은 참여 작가들의 삶의 여정이 오롯이 담겨 마치 여덟 편의 서사시를 한데 묶어 엮은 듯했다. 그러나 전시회의 중심을 관통하는 한 소(素)를 찾는다면 바로 그들의 중심에 깊이 뿌리박힌 고유성과 주체성이라 하겠다. 참여 작가는 모두 한국 태생이며 각자 미국에 이민 온 시기와 동기가 다르다. 그러나 작품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상징적 형상은 그들 각자가 이루어낸 새로운 세계의 발견과 지나온 발자취를 담고 있었다. 즉, 그들 자신 또한 이민자들이 겪고 극복해야 했던 수많은 시련을 버티고 이겨 낸 내면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풍요는 이러한 노력과 그에 대한 성과의 집결체나 아쉽게도 수많은 공로는 마땅한 영향력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21세기는 이러한 다문화적 지식을 서로 알리고 나누며 소중히 여겨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경험의 지혜들을 전하고 받아들일 때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세상은 그제야 비로소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며 현시대에 대해 안타까움과 바람을 동시에 전했다.

  김진실은 지난 40년간 그녀 앞에 펼쳐진 숲이 무성했던 한국 시골의 정다운 정경과 황량하고 복잡하면서 아름다운 캘리포니아의 자연을 담으면서 서서히 자연의 물리적인 형태보다 자연이 나의 내면에 미치는 깊은 영향을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발견한 동시에 자연도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전하는 것 같다.

  김구자의 작품은 천진한 아름다움과 환상적인 긴장감을 동시에 지닌 자연적인 요소를 초현실적으로 표현했다. 빛과 어두움의 대비를 리듬과 패턴의 자연 음계에 담아 표현한 작가는 ‘Cosmic Fantasia(우주의 환상곡)’ 시리즈를 통해 우리에게 자연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윤정은 작품 속에서 소천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 물결의 형상을 한 작품 속 요소들은 남편과 함께했던 지난날의 달콤했던 기억과 그녀의 항시적인 자연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것 같다. 그녀는 자기작품 속에서 자연의 무한함과 인간의 유한함에 대한 조화와 균형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김영신은 현대 미술 속에서 한국 전통 도자기의 재발견과 재해석이라는 모멘텀을 화두처럼 제시해온 작가이다. 단순히 형태에서뿐 아니라 한국 도자기에 담긴 균형과 조화, 기품과 간결함이라는 정신세계를 끌어낸 기량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자신의 예술 뿌리를 한국 전통 도자기에 두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흙이 주는 생명 에너지와 자유로움을 추구해온 작가의 평생 노력을 지켜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였다.

  페기 리는 그녀의 예술 작품과 삶을 하나로 보는 것 같다. 인류와 사회에 대한 그녀의 관심사를 반영한 작품 속에서, 그녀는 인류가 인간들 서로 간의 관계에 점점 더 무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작품에서 수없이 분할하고 있는 선들이 이루는 것은 역설적으로 통합된 네트워크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현세의 인간들이 서로에 대한 도덕, 존중 및 사랑의 중요성을 기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지영의 작업엔 그녀의 호기심 가득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녀는 주위의 평범한 사물의 한계와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그들을 철저히 해체한 후 다시 선택한 핵심적인 요소만으로 재구성한다. 그녀의 손끝에서 마른 페인트, 사진, 천 조각 등은 그녀의 생각대로 작품 속 요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듯하다.

  박수정은 ‘플렉시글라스(Plexiglass)’에 새긴 반복되는 라인을 통해 평정을 찾고 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그녀의 선은 밀착된 면 사이를 오가며 빛과 색을 새긴다. 선과 선 사이에는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고 곧이어 형용할 수 없는 숫자의 연관성이 일어난다. 그녀 작품의 조용한 복잡성은 색조와 형태, 시간과 공간, 예술가와 청중 사이의 수많은 모호한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박영구는 식물의 성장과 대지, 밤하늘을 도는 불가사의한 여행을 그의 예리한 통찰과 해석으로 표현한다. 공중에 떠다니는 식물이 변화하는 신기한 모습으로 채워진 그의 화폭은 즉흥적인 브러시 스트로크와 생기 넘치는 색조로 가득하다. 캔버스에 얼어붙은 그의 자연은 오일과 아크릴 페인트로 생명을 불어넣어 우리가 보지 못한 삶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포착한다.

  8인의 작가전을 둘러보며 박선욱 교수가 기획한 ‘균형을 향한 움직임’이 무엇을 뜻하고 바라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작업과 연구를 겸하고 있는 스튜디오는 엘에이 다운타운 아트 디스트릭에 있으며 전시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ANDLAB이라는 그 전시 공간은 1999년부터 70회 이상 국내 외 작가 500여 명의 개인전과 그룹 전시를 해 왔던 곳이다. ANDLAB의 모든 전시는 박선욱 교수가 직접 큐레이팅했으며 작년부터 한국, 미국, 중국의 판화와 드로잉 작업(Works on paper)을 중심으로 전시 계획을 세웠으나 Covid-19으로 계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계획 역시 ‘균형을 향한 움직임’을 하고 있으며 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선욱(Sunook Park)
뉴욕 리핀코트 社에서 삼성그룹 리브랜딩 작업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과 비영리기관의 브랜드 작업을 해오고 있다. 모교인 아트센터(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롱비치 미술대학의 정교수이자 앤드랩아트디자인연구소 대표를 겸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연세대학교에서 방문학자와 객원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제고와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많은 전시 기획을 큐레이팅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
BRAND & CORPORATE IDENTITY: (금융) 한미은행, BBCN은행 (화장품·제약·건강) BENEV, Lanu, Cellum, Colgate-Palmolive, PacifiCare, Guidant, HepaHope, 7 Hands, Bioprile, Cyclic,(영화) Imaginus Zoo, Black Hole Screenings (스포츠•레저) BeachBody, Sante Fe Sports, SOAP, (음료·식품) Emei Water China, CHADO, Tuning Fork, Maison Riz, Judyfoods, CoffeeWalk (소프트웨어) Mindtix, BlueFractal (글로벌기업) SAMSUNG Corp., BellSouth Corp. (비영리 부분) 미국 남가주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아프리카 우간다 AGYA, 고대마야문자연구소 MAM, 미국 L.A. 김영옥중학교, 미국심장협회 MARKETING & PROMOTION ELEMENT DEVELOPMENT: Disney’s Pete’s Dragon, HYUNDAI Motors, Speedo, ANTA, JINRO Corp, JayOne, KIA Motors, Payless Shoesource, Revive - www.sunookpark.com

 

* 《쿨투라》 2020년 11월호(통권 7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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