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파편화된 신체의 형形은 바다의 부유물과 같은 것: 박치호 개인전 《Big-Man: 다시 일어서는 몸》
[Gallery] 파편화된 신체의 형形은 바다의 부유물과 같은 것: 박치호 개인전 《Big-Man: 다시 일어서는 몸》
  • 손희(본지 에디터)
  • 승인 2022.07.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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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_전남도립미술관
이미지 제공_전남도립미술관

  《Big-Man》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2021년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 사업’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 기획으로 박치호의 개인전 《Big-Man: 다시 일어서는 몸》이 지난 6월 21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2021년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 사업’에 따른 전시로 《강운 개인전: 운운하다》에 이어 진행되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여수 경도에서 태어나고 자라 추계예술대학교를 졸업한 후 현재까지 줄곧 여수에서 활동한 박치호 작가는 199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예울마루, 남포미술관,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진행해온, 명실상부 전남지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다시 일어서는 몸, 2022. 259x194cm, 린넨천 위에 아크릴물감
다시 일어서는 몸, 2022. 259x194cm, 린넨천 위에 아크릴물감

  전시관에 들어서면 잿빛의 어두운 캔버스에 그려진 이목구비 없는 얼굴과 마치 오랜 시간 여수 바닷속 심연에 갇혀 있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힘겹게 건져 올려진 듯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연상케 하는 축 처진 몸이 보인다.

  그는 그동안 개인의 상처와 사회 현실과의 관계를 캔버스를 가득 채운 어둡고 거대한 몸으로 표현해왔다. 그의 작품 속 몸은 눈에 띄는 윤곽이나 뚜렷한 형체도 없이 기울어져 부유한다. 표정도 형체도 알아볼 수도 없는 흐릿한 두상들은 죽음을 면전에 둔 이 같기도, 지난한 삶을 힘겹게 이어온 이들이 던지는 물음 같기도 하다.

  박치호 작가는 불안정한 테두리 안에서 정착되지 않고 표류하며 떠나가는 것 혹은 잊혀진 것들, 바다에 무심히 버려진 잔해들처럼 삶의 잔재들에 오랜 시선을 두며 “모든 사람은 상처를 안고 태어났고, 신체는 상처의 집集이며 이를 직면하고 치이는 과정이야말로 나를 찾는 과정이다”며 내면과 깊이 동화하는 관찰자이자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8전시실 전경
8전시실 전경

  “파편화된 신체의 형形은 바다의 부유물과 같은 것이라며,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박치호 작가의 이번 전시는 신전작 20여 점을 포함한 회화, 조각, 드로잉 등 70여 점으로 구성됐다.

  그의 작품을 깊게 들여다보면 아득한 밤바다에서 해안가로 밀려오는 정체 모를 부유물을 뒤집어쓰고, 그 파도를 꼼짝없이 맞아야하는 삶의 적막감이 온몸을 덮친다. 박치호 작가는 “작가는 개인을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진득한 공감자로, 불완전한 사람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에 대한 인정과 상처에 대한 성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전시가 기억된 상처가 저장된 검고 거대한 몸의 형상을 통해 성찰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의미를 사유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망각, 2021. 220x150cm, 린넨천 위에 아크릴물감
망각, 2021. 220x150cm, 린넨천 위에 아크릴물감

  박수지 큐레이터는 “도시란 식별 불가능할 정도의 수많은 몸을 켜켜이 쌓아놓은 지층과도 같다. 박치호가 태어난 곳이자, 그가 지난 수십 년 간 매일을 벼려온 여수 또한 그곳만의 지층이 있다. 그리고 그 토양에는 여수를 여타의 도시와 다르게 만드는 여수만의 기억이 잔재한다. 어쩌면 그 기억은 여수에 존재했던 몸들로 증언 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증언 가능한 몸은 겁 없이 큰 소리 내어 말 하는 법이 없다. 조용히 삭이는 것이 익숙해진 이들에게 다가가 부러 목소리를 부여하는 일도 여의치 않다. 작가는 그저 그 몸들을 유심히 보고 세밀히 감지할 따름이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 《Big-Man: 다시 일어서는 몸》의 주제를 대표하는 작품 〈다시 일어서는 몸〉은 화면 안에 가시적 윤곽선이나 뚜렷한 색 대비 없이 불분명한 자세로 불안정한 시선을 유도한다. 이는 상실과 삭제, 망각 등 온전하지 않은 존재의 결핍에서 오는 적막감을 드러낸다. 또한 신작 〈드로잉〉과 〈두상〉 시리즈 입체 작품에서는 분절된 구도로 전체의 관계 속에서 유기적 독립성을 발휘하고 의식과는 무관하게 떠오른 단상들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이선영 평론가는 “박치호가 여태까지의 작업에 붙인 ‘floating’이란 키워드는 우선 현대인의 떠도는 삶을 떠올리지만, 그가 태어난 곳이 섬이고 도시에서 학업을 마치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작업하고 있는 삶과 예술의 여정을 반영한다. 현대적 삶에서 부유浮游는 은유이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실제였다.”고 평했으며, 홍경한 평론가는 “작가 박치호는 당대 직면한 불안한 상황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살아가는 동시대 인간의 삶을, 그리고 다양한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현실을 몸통만 남은 존재로, 극도의 불안을 내재한 신체로 그려낸다. 작가는 이를 ‘기억된 상처가 저장된 거대한 몸’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6월 21일 진행한 개막식 진행사진
6월 21일 진행한 개막식 진행사진

  전남도립미술관 김세령 학예연구사는 “박치호 작가의 시선은 삶의 흐름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개인의 사건에 있다. 또한 그의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은 불완전한 사람에 대한 주의 깊은 관심과 관찰이다. 특히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의 삶을 잘 듣는 그는 세부를 바라보면서도 대상 자체가 아니라 대상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방향을 앞서 보고 있다. 그것을 감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이지호 관장은 “몸의 형상을 통해 나와 타자와의 관계성을 연결 짓는 박치호 작가의 예술관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 미술계 활성화와 작가의 작업 역량 강화를 유도하고 공립미술관 정체성 확립 및 지역 공감의 현대미술관 이미지를 제고할 것”이라 밝혔다.

  “인간의 의미 사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박치호 작가의 전시는 8월 21일까지 두 달 간 전남도립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올 여름, 남도 여수 밤바다로, 풍광 좋은 광양으로 떠나보자. “바다의 부유물과 같은” 나의 몸도 위로해보자. 그리고 다시 일어서자

 

  《Big Man》의 작가 박치호는?

  전남지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박치호 작가는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994년 노좆바다 단성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여수 노마드갤러리에서 《사람 옆》(2014), 《실체라는 부유》(2014), 쿤스트 독 갤러리 《Floating》(2015) 갤러리 해안통 《2015실체라는 부유》, 예울마루 《부유》(2019), 행촌미술관 스튜디오창고 《기억의 집 2021》 등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단체전으로는 《Garden of Delights 2008》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본전시 《청년작가 5인전>, 창원마루갤러리 《Like a flower》, 예울마루 《선의 힘전》, 아르블루갤러리 《ICAPU》, 울산중구문화의거리 《일신우일신》, 남포미술관 《프랜즈전》, 노마드갤러리 《공재, 그리고 화가의 자화상전》, 행촌미술관 《2020여수국제미술제》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2021년에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후 고향 여수에 내려와 작업에 매진해온 박치호 작가의 결단과 외로운 창작의 결과를 엮은 화집 『부유 FLOATING』를 출판하였으며, 손상기기념사업회설립에 참여하여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 《쿨투라》 2022년 7월호(통권 9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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