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테마 - 배우 조승우] 내가 조승우를 좋아하는 이유
[11월 테마 - 배우 조승우] 내가 조승우를 좋아하는 이유
  • 조승우 팬페이지 운영자
  • 승인 2018.10.2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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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의 어느 날, <춘향뎐>의 ‘이몽룡’으로 스크린에서 반짝이는 신인배우 조승우를 처음 만났던 순간에는 내가 그를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서 오랫동안 응원하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춘향뎐>의 ‘이 도령’을 시작으로, 햇빛 비추는 창가에서 와니의 눈썹을 그려주던 <와니와 준하>의 ‘영민’, 엘리베이터 앞에서 부스스한 얼굴로 인주에게 활짝 웃던 <후아유>의 ‘지형태’, 뮤지컬 <카르멘>의 사랑에 미친 ‘돈 호세’를 연이어 만나면서 나는 점점 그의 충성도 높은 팬이 되어갔다.


그 후로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가 주변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조승우가 왜 좋아?”였다. 언제 어디서든 그의 빛나는 순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심장이 떨리는 유일한 배우, 나에게 이 세상 누구보다 멋져 보이는 배우, 모든 연기에 혼이 담겨져 있고, 뮤지컬 넘버가 그저 노래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표현하는 연기의 일부라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배우이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같은 작품이라 해도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전혀 다른 느낌과 에너지를 갖게 된다. 헤드윅의 우스꽝스러움 속에 숨겨진 슬픔, 돈키호테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열정, 살인마 이발사의 광기에 숨겨진 서슬 퍼런 아픔, 에이즈에 걸린 뉴욕의 무명음악가가 새롭게 찾은 생명에의 희망, 순수했기에 스스로를 파괴시킬 수밖에 없었던 베르테르의 처연한 사랑, 윤리와 열정 사이에서 금지된 사랑을 끊임없이 억누르다 결국은 폭발한 지바고의 예술혼과 휴머니즘… 그가 연기했던 수많은 인물들이 조승우의 색깔로 다시 창조되어 나를 비롯한 관객의 가슴 속에 아로새겨져 있다.


무대 위에서 그가 하는 모든 동작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가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모습은 관객을 무대 위의 캐릭터에 공감하게끔 만든다. 본인이 하는 작품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절대적인 존재감으로, 공연이 끝나고도 한참을 그 자리에서 여운을 느끼게 해주는 배우는 아직까지 나에겐 그가 유일하다.


그가 18년 동안 걸어온 배우의 길을 처음부터 지켜보며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오랫동안 흔들림 없이 그를 좋아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마음인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응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조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그의 넘치는 매력을 칭송하던 모든 일들이 이제는 전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같은 사람을 같은 마음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유대감은 생각보다 커서 서로에게 즐거운 관계가 형성되었고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하고 건조한 일상에 윤기를 주었다.


처음에는 온라인상에서만 활동하던 커뮤니티 회원들이 점차 가까워지면서 오프라인에서도 시간을 내어 만나고, 그의 작품을 함께 보며 그야말로 버닝 데이(Burning Day)를 가지며 만들었던 추억도 무수히 많다. 조승우가 출연한 영화를 다같이 모여서 보러 가거나, 드라마 첫 회를 함께 모여 볼 때면 영상을 보는 시간보다 영화와 드라마가 끝나고 신나게 떨었던 수다가 더 길고 재미있을 때도 있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세상 누구보다 잘생긴 배우라고 찬양하기도 하고, 연기의 어떤 포인트가 좋았는지 서로의 감상을 나누기도 하고, 다음 이야기를 상상해서 미리 마음대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앞으로 조승우가 했으면 하는 작품이나 인물에 대해 내 멋대로 캐스팅을 해보기도 했던…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팬심을 오랫동안 이어지게 하고 배우에 대한 애정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던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조승우라는 배우의 팬으로서, 좀 더 ‘잘’ 좋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여러 가지 일들을 시도하게 되었고, 결국 지금은 당시와는 전혀 다른 직업을 갖게 됐다. 내 삶에 활력을 주고 항상 열정으로 배우는 삶을 살게 해 준 그에게 항상 고맙다. 그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언제나 뒤에서 응원하는 든든한 ‘편’이 되는 팬이 되고 싶다.

 

 

* 《쿨투라》 2018년 11월호(통권 5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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