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영화음악의 중심지로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영화음악의 중심지로
  • 설재원(본지 에디터)
  • 승인 2022.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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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8월 11일(목)부터 16일(화)까지 6일동안 제천시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의 영화제는 ‘축제’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영화제의 중심 무대를 제천 의림지와 비행장으로 이동했다. 올해의 슬로건은 ‘아 템포a tempo’이다. 아 템포는 ‘본래의 빠르기로’라는 뜻을 가진 음악용어로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축제의 즐거움을 누리자는 의미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가진 정체성을 담고 있다.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변화점으로 ‘영화음악’을 언급하며, “올해부터는 영화제로서의 본래 기능과 사명뿐 아니라 그에 더해 한국 영화음악의 발굴과 세계 배급에도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20회를 맞이하는 2024년도까지 세계 영화음악가 네트워크를 발족시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전 세계 영화음악가들이 교류하는 마당으로 만들겠다”며 “돌아온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음악영화제로서의 더욱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지키며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하는 초석이 되어줄 것”임을 강조했다.

조성우 집행위원장/ 맹수진 프로그래머
조성우 집행위원장/ 맹수진 프로그래머

더욱 강력해진 140편의 음악영화 라인업

올해 영화제에서는 39개국에서 날아온 총 140편의 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 3년 전 128편이 상영된 15회 영화제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역대 최다 상영작 수이다. 특히, 장편과 극영화 부문이 더욱 강화되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한층 풍성해진 라인업을 구성하였다.

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은 바르토즈 블라쉬케Bartosz Blaschke 감독의 폴란드 영화 〈소나타Sonata〉이다. 블라쉬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소나타〉는 청력 장애를 가진 소년 그제고즈 플론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휴머니즘 드라마이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자폐아 그제고즈는 우연한 기회에 그의 장애가 자폐가 아닌 청각 상실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피아노를 통해 물리적,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제26회 소피아국제영화제에서 국제경쟁 부문 대상 및 관객상을 수상한 〈소나타〉는 팬데믹을 이겨내고 일상으로 다가가는 우리에게 ‘회복’과 ‘극복’이라는 단단하고 아름다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한국경쟁 부문을 살펴보면 4편의 장편과 13편의 단편영화들이 총 2,000만 원의 상금을 놓고 경쟁한다. 한국경쟁 부문의 17편은 모두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되며, 제작지원사업이 강화된 만큼 더욱 개성 넘치고 완성도 높은 작품들로 구성되었다는 후문이다. 국제경쟁 부문에서는 장르의 구분없이 음악을 소재로 한 다양한 최신 장편 음악영화를 만날 수 있다.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화제작과 수상작들 중 11편의 작품이 엄선되었으며,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에 5,0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개막작 〈소나타〉故 방준석 감독이 참여한 〈자산어보〉, 〈주먹이 운다〉, 〈신과 함께-죄와 벌〉, 〈후아유〉
개막작 〈소나타〉
故 방준석 감독이 참여한 〈자산어보〉, 〈주먹이 운다〉, 〈신과 함께-죄와 벌〉, 〈후아유〉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가장 공들인 프로그램은 새로 신설한 ‘필름콘서트’이다. 매일 밤 열리는 필름콘서트의 주인공은 〈마당을 나온 암탉〉과 〈봄날은 간다〉, 그리고 〈E.T.〉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과 〈봄날은 간다〉는 국내 최초로 한국영화 오리지널 필름콘서트를 제작하여 영화제 기간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함께 의림지 무대에서 초연을 펼친다. 그리고 세계 수준의 필름콘서트인 〈E.T.〉를 그대로 제천으로 옮겨 비행장 무대에서 진행한다. 또한 〈위플래쉬〉, 〈라라랜드〉의 작곡을 맡으며 영화음악계의 떠오르는 신성으로 부상한 저스틴 허위츠의 영화음악 콘서트도 세계 초연으로 비행장 무대에서 펼쳐진다. 영화제의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미국 본토에서의 필름콘서트를 제천으로 옮겨왔다”며 “해외에서나 볼 수 있는 정말 귀한 공연”을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상징과도 같던 ‘원 썸머 나잇’과 ‘쿨나이트’도 건재하다. 양일간 펼쳐지는 원 썸머 나잇은 12일(금)에는 ‘그루비 나잇’을 컨셉으로 사이먼 도미닉, 로꼬, 릴보이, 릴러말즈의 무대와 〈룩 앳 미: XXX템타시온〉이 상영되고, 15일(월)에는 ‘멜로우 나잇’이라는 이름으로 십센치, 선우정아, 이석훈, 폴킴, 잔나비, 이무진의 공연과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버려요〉가 상영된다. 13일(토) 하루 진행되는 쿨나이트는 홍이삭, 이짜나언짜나, 유토, 욘코, 빅원, 딥샤워가 심야 파티를 책임진다.

음악영화사 남진 〈가수왕〉음악영화사 〈작은별〉음악영화사 〈사운드 오브 뮤직〉
음악영화사 남진 〈가수왕〉음악영화사 〈작은별〉음악영화사 〈사운드 오브 뮤직〉

한국영화사는 음악영화사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한국영화사는 음악영화사다’는 ‘남진 특별전’과 ‘강문수 감독 추모상영’이 준비되어 있다. 한국 음악영화 아카이빙 프로젝트로 기획된 ‘한국영화사는 음악영화사다’는 잊혀진 한국 음악영화를 발굴하여 동시대 관객에게 소개하고 음악영화의 관점에서 한국영화사를 재기술한다. 지난해 음악영화와 영화음악의 개념을 재규정하고 한국 음악영화의 기원과 역사적, 문화적 특수성을 탐구했다면, 올해는 한국 영화산업과 음악산업이 상생을 모색했던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를 ‘남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탐구하며 남진의 음악영화 〈고향무정〉, 〈가수왕〉을 복원 및 상영한다.

이와 함께 올해 2월 세상을 떠난 한국 유일의 가족밴드 ‘작은별’의 아버지였던 故 강문수 감독 추모상영이 진행된다. ‘한국의 사운드 오브 뮤직’로 불리는 故 강문수 감독의 대표작 〈작은별〉 특별 복원 상영이 진행되며,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사운드 오브 뮤직〉도 같은 섹션에서 함께 상영된다. 이번에 복원되는 세 작품은 복원과 함께 『JIMFF 총서』로 발간되며 포럼 및 라이브 뮤직 토크가 진행된다. 남진과 자전거 탄 풍경의 강인봉, 강애리자가 꾸미는 특별 공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이외에도 한국 영화음악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故 방준석 음악감독을 기리는 ‘故 방준석 음악감독 추모전’이 열린다. 故 방준석 감독이 참여한 〈자산어보〉, 〈주먹이 운다〉, 〈신과 함께-죄와 벌〉, 〈후아유〉 네 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함께 영화를 만들었던 이준익, 류승완, 김용화, 심보경 감독과 방준석 감독의 동생인 방준원 제작자가 영화 상영 후 릴레이 토크를 이어가며 추모의 시간을 갖는다. 또한, 방준석 감독과 함께 듀오 ‘방백’으로 활동한 백현진의 추모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엔데믹을 맞아 올 여름 시원한 의림지의 풍광 아래 영화와 음악의 장 제천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쿨투라》 2022년 8월호(통권 9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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