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다시 영화와 마주할 시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다시 영화와 마주할 시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 설재원(본지 에디터)
  • 승인 2022.10.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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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저녁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BIFF와 함께하는 쿨투라 씨네콘서트’ 열려

올해로 27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가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모습으로 10월 5일(수)부터 14일(금)까지 열흘간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71개국의 242편의 공식 초청작에 111편의 커뮤니티비프 상영작을 더해 총 353편의 작품이 영화의 전당,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소향씨어터 등 7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관객을 마주한다.

작년까지 팬데믹의 영향으로 축소된 형태로 운영되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제는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본연의 영화축제로 완전히 돌아온다. 기나긴 팬데믹이 끝나고 드디어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극장 내 좌석을 100% 이용하는 것은 물론, 작년에는 진행하지 못했던 미드나잇 패션Midnight Passion을 비롯하여 영화 지원 사업인 아시아영화펀드, 플랫폼부산, 포럼 비프, 그리고 올해부터 샤넬과 함께하는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 등이 모두 재개된다. 이용관 이사장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와 맞물리는 향후 10년을 세계적인 영화제로 재도약하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겠다”며 “온 세계 영화인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모두가 행복한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오랫동안 시네필들이 기다려 왔던 관객 프로그램을 전면 재개한다. GV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관객라운지도 다시 오픈하며 F&B 서비스를 확대하여 한층 즐거운 영화제 경험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팬데믹 시기에 시작한 해외 관객과 부산을 연결하여 진행하는 동시 GV 역시 그대로 운영되며, 지난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동네방네비프’는 올해 부산시 전역으로 확대되어 열린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예전 영화제가 중심부를 확대하는 단일 전략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탈중심적인 확산을 포함한 투 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며 “영화의 전당 일대에 좋은 영화, 영화인을 초청해 풍성한 이벤트로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활 공간 가까이 찾아가 축제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며 올해 영화제가 영화나 프로그램 면에서는 역대 최상급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하 ACFM) 역시 3년만에 정상 개최된다. 특히 올해부터 ACFM은 기존의 E-IP마켓을 확장한 부산스토리마켓을 출범시킨다. 이는 세계 최초의 스토리마켓으로서 국내외 주요 콘텐츠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이 대거 참여하며, 도서와 웹툰, 웹소설 등 영화제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스토리 거래의 장이다. 또한 ACFM 컨퍼런스에서는 피칭을 통해 한국, 아시아, 프랑스의 선별된 원작·영상 IP가 소개되며, 콘텐츠 유관기관 및 업체의 다양한 세미나가 준비되어 있다.

개막작과 폐막작

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식은 배우 류준열과 전여빈의 사회로 진행된다. 배우 류준열은 〈글로리데이〉(2015)로 제20회 부산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어 관객들을 마주한 기억이 있고, 배우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2017)로 제22회 부산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영화제 측은 “3년 만의 정상 개최되는 영화제의 시작을 부산과의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두 배우가 진행하게 되었다”며 “두 배우의 유려한 진행이 개막식의 분위기를 한층 더 북돋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람의 향기〉
〈바람의 향기〉

개막작은 이란 하디 모하게흐Hadi Mohaghegh 감독의 〈바람의 향기Scent of Wind〉가 선정되었다. 〈바르두〉(2013)으로 장편 데뷔를 한 모하게흐 감독은 전작 〈아야즈의 통곡〉(2015)을 제20회 부산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선보이며 뉴 커런츠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람의 향기〉는 지금 시대에도 인간의 선의가 남아 있는지 의심스러운 현 세태 속에서 사람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적 전통을 이어받은 모하게흐 감독의 〈바람의 향기〉는 느리고 차분하게 진행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90분의 휴먼드라마이다.

전신 마비의 아들을 간호하며 살아가는 하반신 장애가 있는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은 장애로 인한, 혹은 장애물로 인한 어려움 앞에서 항상 서로 외면하지 않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누군가를 돕는 장면 만으로 영화는 잊을 수 없는 풍경들을 만들어 낸다”며 “숱한 영화가 세상의 비참에 주목하는 동안 그 비참을 이겨내는 인간의 따듯한 마음을 전하는 귀한 작품”이라고 평한다.

폐막작은 일본 이시카와 케이Kei Ishikawa 감독의 〈한 남자A Man〉이다.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2016)으로 주목을 받은 이시카와 케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한 남자〉는 2018년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내가 알던 사람이 한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바뀔 때 우리의 이성과 감정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한 남자〉는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하여 정치적인 문제로 담론을 확장시켜 나간다. 미스터리 장르의 틀 안에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올해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Orizzonti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한 남자〉 ⓒ2022 A Man Film Partners

더 풍성해진 영화프로그램

올해 영화제에는 전 세계 거장들의 화제작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올헤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 노아 바움백의 〈화이트 노이즈〉, 제임스 그레이의 〈아마겟돈 타임〉, 자파르 파나히의 〈노 베어스〉, 크리스티안 문쥬의 〈R.M.N.〉,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루카스 돈트의 〈클로즈〉 등 올 한해 가장 주목받은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또한 지난해 신설된 드라마 시리즈 섹션인 ‘온 스크린’에서는 라스 폰 트리에의 〈킹덤 엑소더스〉 등 9편의 드라마 시리즈를 OTT보다 한발 앞서 선보인다.

올해의 특별전도 눈길을 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는 홍콩영화의 아이콘 양조위가 직접 선정한 그의 주연 영화 6편으로 구성된 ‘양조위의 화양연화’로 부산을 찾는다. 오랜만에 큰 화면에서 양조위의 대표작 〈2046〉, 〈동서성취〉, 〈무간도〉, 〈암화〉,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등을 그와 함께 볼 수 있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이다. 또한 지난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2021)와 〈우연과 상상〉(2021)으로 높아진 일본 영화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는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도 특별전으로 기획됐다. 2010년 이후 데뷔한 새로운 일본 감독들을 소개하는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도쿄국제영화제 이치야마 쇼조 집행위원장, 오사카아시안영화제 데루오카 소조 프로그래머와 스킵시티국제D시네마영화제의 하세가와 도시유키 프로그래머가 영화 선정에 참여해 그들이 지목하는 차세대 일본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21세기에 등장한 대담하고 혁신적인 10편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21세기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시선’도 특별전으로 마련되었다.

6일(목) 오후 2시 〈아바타: 물의 길〉 약 15분 분량의 〈아바타: 물의 길〉 풋티지 영상을 국내 최초로 상영한다. 상영 직후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제작을 맡은 존 랜도 프로듀서와 함께하는 토크 이벤트가 현장에서 이어지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온라인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BIFF와 함께하는 쿨투라 씨네콘서트

창간 이래 부산영화제와 두터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본지는 《쿨투라》 100호를 맞아 ‘BIFF와 함께하는 쿨투라 씨네콘서트’를 진행한다. 7일(금) 오후 5시에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한산〉으로 올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준 김한민 감독과, 최근 CGV 특별전과 이정재의 스크린 데뷔작 〈젊은 남자〉의 재개봉, 영화인생을 총정리한 대담집 『배창호의 영화의 길』을 펴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배창호 감독, 코리안 리얼리즘으로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한국영화의 영원한 청춘 이장호 감독이 함께한다.

전찬일 영화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되는 ‘BIFF와 함께하는 쿨투라 씨네콘서트’에서는 세 감독이 전해주는 영화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아끼는 OST를 팝페라 가수 김선희와 오페라가수 손가슬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또한 패널로 유성호 문학평론가와 강태규 음악평론가가 참여해 ‘쿨투라’ 스타일의 폭넓은 문화교류의 장을 만들 예정이다.

 


이미지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 《쿨투라》 2022년 10월호(통권 10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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