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K-스타] 방탄소년단 ··· 누구냐 넌?
[안진용 기자의 K-스타] 방탄소년단 ··· 누구냐 넌?
  • 안진용(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 승인 2018.09.01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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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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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한민국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경험했다. 지난 5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것이다. 게다가 영어가 아닌 언어로 부른 앨범이 빌보드 메인 차트 중 하나인 ‘빌보드 200’ 정상을 밟은 것은 이례적이다.
비유하자면, 한국 선수가 올림픽 100m 달리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할까? 신체적 조건 등을 따졌을 때 동양인이 이 종목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의 일곱 젊은이들이 그들의 언어로 부른 노래를 담은 앨범이 전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차트 정상에 선다는 것 또한 현실이 되기 전까지 그 누구도 “가능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업적이었다.

앞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2위에 오른 적은 있다. 이 역시 경천동지 할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싱글 차트는 앨범 전체가 아니라 노래 1곡의 성적을 비교하는 차트다. 그래서 독특한 퍼포먼스나 이슈 등을 맞물려 ‘마카레나’, ‘람바다’, ‘라밤바’ 등 비(非) 영어권 노래들이 깜짝 1위를 차지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이 곡을 끝으로 더 이상 빌보드 무대에 등장하지 못하고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로 끝났다.

하지만 ‘빌보드 200’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우연히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 ‘1곡’이 아니라 특정 가수 앨범 전체를 듣는 이들이 많아야 차트에 진입할 수 있다. 이는 곧 방탄소년단의 팬덤과 연계된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가, 그들의 새 앨범이 발표되면 이를 구입해서 앨범 수록곡 전체를 듣는 팬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그룹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고, 또 개척해나가고 있는 방탄소년단, 누구냐 넌?

#공식을 깬 방탄소년단

1990년대 중후반 ‘1세대 아이돌’이라 불리는 HOT, SES, 젝스키스 등이 등장한 후 한국의 아이돌 역사도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이전에는 동네에서 ‘좀 논다’는 이들이 모여 팀을 결성하고, 연예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데뷔했던 반면 이 시기 이후에는 전문적인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기획형 아이돌’의 시대가 열렸다.

그들이 얼굴을 알리는 과정에는 일련의 공식이 있다. 철저한 훈련을 통해 노래, 춤, 연기 등을 배우고 정해진 콘셉트에 맞는 신곡을 발표하며 대중 앞에 선다. 인기가 높은 몇몇 멤버는 각종 예능,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고 이는 그룹 전체의 인지도로 이어진다. 이런 과정 속에서 SM-YG-JYP엔터테인먼트라는 강력한 3각축이 구축됐고, 그들이 내놓는 그룹들은 배턴을 이어받듯 인기를 얻었다. 숱한 스타들을 거느리며 이제는 방송사에도 뜨끈한 입김을 불어넣는 이들의 강력한 매니지먼트 파워는 좀처럼 흔들릴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이런 대형 기획사가 아닌 중소 기획사 출신이다. 그들이 ‘흙수저 아이돌’이라 불린 이유다. 그러다 보니 TV 노출도 많지 않았다. 주로 TV를 통해 연예인과 대중문화를 접하는 40대 이상 대중이 "방탄소년단은 본 적이 없는데 왜 이리 인기가 높으냐"고 묻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창구를 통해 유명해졌을까?

#스마트폰 시대의 영웅, 방탄소년단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2017 빌보드 뮤직 어워즈’. 이 자리에 공식 초청받은 방탄소년단은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거머쥐었다. 이 부문은 저스틴 비버가 6년 연속 독식해왔다. 그 아성을 방탄소년단이 뛰어넘은 것이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은 올해도 같은 부문을 2연패했다.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은 1년간 앨범·음원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공연 및 소셜 참여 등을 측정해 수상자를 가린다. 쉽게 말하면 ‘지난 1년간 전 세계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소통한 가수’를 뽑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SNS 세대들과 웹(web) 상에서 소통하며 탄탄한 팬덤을 구축해왔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눈 앞에 보이지는 않아도 그들을 지지하는 수억 명의 팬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SNS 상에서 가장 유명한 지구인’인 방탄소년단은 유튜브와 트위터, 네이버 V앱을 통해 다양한 SNS 콘텐츠를 선보인다. 여기서 핵심은 ‘창구의 단일화’다. 멤버 7명이 개별 계정은 쓰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멤버 별로 팬덤이 나뉘지 않고 모든 팬들이 오직 ‘방탄소년단’이라는 하나의 그룹에 집중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 결과 방탄소년단이 운영하는 SNS인 트위터 팔로어 수는 한국 최초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또한 최근에는 그들의 유튜브 채널 역시 구독자 1000만 명을 돌파해 업체 측으로부터 이를 증명하는 ‘다이아몬드 크리에이터 어워즈’ 트로피를 받았다. 이 외에도 방탄소년단은 그들이 직접 운영하는 ‘방탄 밤’이나 영상 일기 ‘방탄 로그’ 등을 통해 모든 멤버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팬들과 소통하며 확실한 팬서비스를 안기고 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현재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지탱하는 팬클럽 ‘아미’(ARMY)가 탄생된 셈이다.

그런데 이런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른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 테일러 스위프트 SNS

#해외 스타들이 먼저 찾는 방탄소년단

지난 5월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 무대에 오른 미국 유명 가수 켈리 클락슨은 분홍색 귀마개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여러분의 환호에 대비해 귀마개를 썼다"고 너스레를 떨며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보이밴드입니다, 방탄소년단!"이라고 소개했다. 방탄소년단이 등장하자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초대받은 내로라하는 가수들도 만면에 미소를 띠며 그들을 반겼다. 방탄소년단이 무대를 선보일 때는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현지 팬들이 한국어로 쓴 응원 도구를 흔들고 한국어 가사를 따라불렀다.

방탄소년단의 달라진 위상은 좌석배치에서 드러났다.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초청받았을 때는 뒤쪽 자리에 앉았지만 1년 후에는 무대 무대 정중앙 앞의 1열 자리를 배정받았다. 함께 초청받은 테일러 스위프트, 애드 시런, 켄드릭 라마, 브루노 마스 등보다 무대에 가까운 자리였다.

방탄소년단을 향한 세계적 스타들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해 ‘톱 여성 아티스트’와 ‘톱 셀링 앨범’ 등 2관왕에 오른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SNS에 방탄소년단과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BTS 4EVER(방탄소년단 영원하라)’라는 문구까지 넣었다. 시상식 전에는 미국의 원조 아이돌 그룹이라 할 수 있는 백스트리트 보이스가 방탄소년단과 함께한 사진을 공식 SNS에 공개했다. 그들은 "우리는 방탄소년단의 엄청난 팬이다.(We are such huge fans of @BTS)"라며 자신들의 이름 약자인 ‘BSB’와 방탄소년단의 영문 그룹명 ‘BTS’를 합쳐 ‘BTSB’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국가인 미국에서는 ‘인기=권력’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롯해 세계적인 스타들이 방탄소년단을 언급하며 그들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다는 것은 방탄소년단과의 친분 과시가 자신의 인기와 위상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서양 여성들은 동양 남성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오랜 편견과 선입견이 있었는데 방탄소년단은 이런 뿌리깊은 인식까지 단박에 바꾸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 《쿨투라》 2018년 9월호(통권 5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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