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쿨투라 어워즈] 수상자 발표
[2024 쿨투라 어워즈] 수상자 발표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4.01.3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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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100명의 추천으로 선정한
‘2024 쿨투라 어워즈’ 수상자는

시 부문 「여름 판타지」의 하재연 시인
소설 부문 「인간의 쓸모」의 최진영 작가
영화 부문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
2024 쿨투라 어워즈 수상자
오늘의 시 - 「여름 판타지」의 하재연 시인 © Joinki © Korean Literature Now, LTI Korea
오늘의 소설 - 「인간의 쓸모」의 최진영 작가 ⓒ 김승범
오늘의 영화 -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 ⓒ 쿨투라

문화예술인 100명의 추천으로 선정한
‘2024 쿨투라 어워즈’ 수상자는

시 부문 「여름 판타지」의 하재연 시인 
소설 부문 「인간의 쓸모」의 최진영 작가 
영화 부문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

 

월간 쿨투라(발행인 손정순)는 한국문학과 문화콘텐츠 분야에서의 성취와 의미를 기념하기 위해 매해 문화예술인 100명의 추천으로 선정하는 ‘2024 쿨투라 어워즈’ 수상자를 본지 2024년 2월호(116호)에 발표했다. 

‘2024 쿨투라 어워즈’ 수상자는 시 부문 「여름 판타지」를 발표한 하재연 시인, 소설 부문  「인간의 쓸모」를 발표한 최진영 작가, 영화 부문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이 선정되었다.

 

‘오늘의 시’는 하재연 시인의 「여름 판타지」

하재연 시인의 「여름 판타지」는 “퀀텀(quantum)적 도약과 무의식적 원형성의 동시성이 몽환적 화법 속에 신묘하게 감지되는 시편”이다. 시간과 공간과 사물의 사실성을 부드럽게 변형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최소한의 감각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시간성과 공간성과 물성이 오롯하게 자신들만의 본령으로 깃들어 있다. 그 변형 과정을 시인은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빗댔는데 수상작은 모든 슬픔 있는 것들을 통해 우리를 위안하고 있는 아름다운 시편이기에 추천위원들의 높은 점수를 받아 ‘2024 오늘의 시’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시의 제목은 「여름 판타지」이지만 시의 끝 무렵에 이르기 전까지 여름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아요. 지구의 건너편에 있는 누군가는, 내가 겪고 있는 계절과는 완전히 다른 계절을 지나고 있다는 이상한 동시성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썼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느닷없이 사랑하게 되었을 때, 십 년만 먼저 또는 이십 년만 먼저 그 이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가정이나 상상은 헛되고 의미 없지만 부질없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클리셰 같기도 하죠. 무의미한 줄 알면서도 그런 시간의 흐름 속에 몸을 맡기고, 이리 저리 쓸려다니기도 하는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우리 삶에 있지 않나 싶어요.

- 「2024 쿨투라 어워즈 – 오늘의 시 | 밀려오는 시의 물결이 되어 - 「여름 판타지의 하재연 시인 인터뷰」(소유정 문학평론가) 중에서, 쿨투라 116호, 35쪽

하재연 시인은 인터뷰에서 “반구의 이쪽과 저쪽에서 발생하는 정반대의 계절감, 과거와 미래에 사로잡혀 현재를 상실하는 감각, 그리고 쓰여져 버린 것들과 이후에서야 시작될 수 있는 것들 사이에서, 파도처럼 계속해서 밀려오는 기억과 감정들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오늘의 소설’은 최진영 작가의 「인간의 쓸모」

최진영 작가의 「인간의 쓸모」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상용화되고 인공지능이 사회 시스템의 저변에 놓인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고찰하는 작품이다. 최진영 작가는 폭력과 불모의 현실을 부감하고 드러내면서 사랑의 미학에 가닿는 눈부신 과정을 통해 우리 시대의 대표 작가로 부상하였다. 어둑한 현실을 응시하면서 삶과 죽음, 구원과 절망, 신념과 사랑의 문제를 서사화해왔다. 「인간의 쓸모」는 인간의 본질을 실존적으로 탐구하면서도 최근 변화된 인간 이해의 토양들을 매개시키면서 우리가 여전히 함께 살아야 할 존재임을 부조한 명편이기에 추천위원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2024 오늘의 소설’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아주 많은 것이 AI 영역으로 넘어갈 텐데요. 소설 쓰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던 와중에 챗GPT도 처음 써봤어요. 그중에 인상적인 기억이 있는데요. ‘AI는 거짓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정보를 사용하고,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내용이었어요. 저는 거기에 인간적인 면들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반성하고, 후회하고, 뉘우치고, 깨닫고, 변화하는 과정. 다른 단어로 표현하면 삶이겠죠. 그 삶을 또 다른 단어로 표현하면 탄생과 성장과 노화와 죽음일 테고요. 그것은 AI가 할 수 없죠. 

그러한 삶을 또 다른 단어로 표현하면 의미를 채워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 「2024 쿨투라 어워즈 – 오늘의 소설 | 단순한 발생에서 충만한 의미로 - 「인간의 쓸모」의 최진영 작가 인터뷰」(허희 문학평론가) 중에서, 쿨투라 116호, 47쪽

“AI 공부를 열심히 하고 소설을 썼다”는 최진영 작가는 “「인간의 쓸모」는 ‘AI는 절대 할 수 없는,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소설”이라고 말한다. 이 질문은 “나의 모든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로 질문을 살짝 변주한다면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소설을 쓰면서 다양한 답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오늘의 영화’는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세기 한국 최고의 수입품’인 아파트를 향한 욕망과 이를 둘러싼 갈등과 폭력을 통해 지금의 한국 사회를 압축하여 그려내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기이한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의 장을 작동시키며 이웃을 예정된 죽음의 공간으로 추방하는 논리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에게 당장 유익한 원칙이 타자의 실존을 지우는 실천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은, ‘지금 여기’의 한국 사회를 성찰하는 데 유의미한 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공화국 신화에 의해 탄생한 괴물성이 우리의 지근거리에 편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점이 추천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아 ‘2024 오늘의 영화’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제가 원래 아파트라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한국에서 아파트는 재산의 기준 같은 게 됐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파트에서 태어나서 아파트에서 자라기도 했고, 그 아파트가 사라지고 새로운 아파트가 지어지는 것을 보다보니, 제게 아파트는 조금 더 집에 가까운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점점 나이가 들면서 아파트가 집보다는 자산에 가까워지는 듯한 생각이 드니까 제 안에서 괴리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아파트 살 돈은 없지만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약간 쓸쓸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고, 그러다가 ‘한국 사람들한테 아파트라는 게 뭘까?’라는 데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그때 원작인 웹툰 〈유쾌한 왕따〉를 봤고, 2부인 〈유쾌한 이웃〉을 가지고 쓰던 중에 박해천 작가님의 인문학 저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게 된 거예요.

- 「2024 쿨투라 어워즈 – 오늘의 소설 | “제 안의 화두는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 질문하는 것 같아요”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 인터뷰」(강유정 영화평론가) 중에서, 쿨투라 116호, 60쪽

박해천 작가가 쓴 아파트 관련 세 권의 책을 다 보고, 아파트에 더 집중한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엄태화 감독은 “원작인 〈유쾌한 이웃〉은 아파트가 있긴 있지만, 〈국가의 탄생〉에 좀 더 가까운 이야기”였고 자신은 “더 한국의 아파트,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집단의 이야기로 만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2024 쿨투라 어워즈’를 테마로 다룬 쿨투라 2024년 2월호(통권116호)에는 수상자와 수상작품에 대해 집중 조명하였다. 더불어, 오늘의 한국문화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 지형도를 짚어보는 토크도 진행하였다. 한 해의 문화를 짚어보는 ‘쿨투라 어워즈’는 좋은 한국문학과 문화를 국내외에 알리고 한국 문화콘텐츠의 지형도를 그려내는 소중한 작업이 될 것이다. 

‘쿨투라 어워즈’ 기획위원으로는 유성호(문학평론가), 홍용희(문학평론가) 오형엽(문학평론가), 방민호(문학평론가), 강유정(문학·영화평론가), 김민정(드라마평론가), 허희(문학평론가), 설재원(쿨투라 편집장) 씨가 참여하였으며, 추천 위원은 강수미 강태규 곽영진 권두현 김세연 변해빈 서영호 설규주 송석주 안숭범 안진용 양근애 유지나 이우빈 이재복 이지혜 이현경 임대근 전소영 전찬일 정성일 정재형 진은경 최정인 한유희 평론가를 비롯한, 권 박 박소란 손정순 송찬호 육호수 이승은 이지아 시인, 이은주 이제이 구선경 김은숙 주찬옥 최창근 홍창수 작가 등 문화예술인 100명이다.

‘2024 쿨투라 어워즈’ 시상식은 오는 3월에 가질 예정이며, 수상작을 비롯한 선정 작품은 각각 『2024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2024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2024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로 출간된다. 

 

 


 

 

* 《쿨투라》 2024년 2월호(통권 11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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