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선 시인의 시로 만난 별들] 배우 김혜수
[장재선 시인의 시로 만난 별들] 배우 김혜수
  • 장재선(시인)
  • 승인 2022.01.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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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
ⓒ박상훈
ⓒ박상훈

 

풍염한 전설을 함께 짓다

장재선(시인)

이 나무도 이름을 하나만 지녔으나
하늘은 따로 수많은 이름을 허락하고
그 명패들이 세상의 바람을 만날 때
사람들이 그걸 보며 울고 웃기를 바라셨다

꽃을 갖고 하는 싸움판이 이어지는 동안
바람이 멈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나
그는 수많은 명패를 너끈히 매달고서
이름마다 펄럭이게 하고 홀홀히 떠나보냈다

나무는 삼십 년 넘게 사철 제 빛을 낼 뿐
굳이 꽃과 열매를 자랑한 적은 없었으나
사람들은 유독 결실의 시간을 기다리며
매해 가을 그와 함께 풍염한 전설을 지었다. 


시작노트

  김혜수 배우는 ‘전설’ 혹은 ‘레전드’라는 말에 어울리는 예인이다. 1970년생이니 이제 막 오십을 넘긴 셈이지만 그런 예우를 받을 만큼의 행보를 보였다.

  1985년 초콜릿 음료 CF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이듬해 영화 <깜보> 에 출연한 것이 데뷔였다. 이후로 35년 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배우로서 펼친 활약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TV 토크쇼 진행자, 영화제 사회자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매년 가을에 펼쳐지는 청룡영화제에선 그의 패션이 항상 화제가 됐다. 그만큼 그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라는 방증이다.

  그가 연기를 하거나 프로그램 진행을 할 때,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타고난 예인이기도 하지만, 맡은 일을 잘 다스리기 위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덕분일 것이다.

  그는 틈날 때마다 독서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그가 좋아하는 선배인 최불암 배우를 닮았다. 

  연전에 최 배우가 주최한 모임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와인을 곁들여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는데, 그는 역시 세상과 사람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면서도 선배인 최 배우에 대한 예의를 깍듯이 지키는 모습이었다. 

  모임이 파할 때, 그는 자신이 사 왔던 딸기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주려고 애썼다. 받지 않겠다는 사람의 손을 붙 잡딸고기 상자를 안기기도 했다. 그의 다감함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대중문화계 후배들이 그를 롤모델로 삼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의 전설이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대중과 함께 늘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나가고 있다. 올해도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 

 

장재선
문화일보 선임기자.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
산문집 『영화로 보는 세상』 등 출간. 서정주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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