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만난 별 Ⅱ 배우 윤시윤] 탄생
[시로 만난 별 Ⅱ 배우 윤시윤] 탄생
  • 장재선(시인)
  • 승인 2023.01.03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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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 배우 윤시윤

장재선(시인)

 

탄생은 죽음을 예비하는 것
사라졌다가 다시 살아나
또 죽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어찌 두렵지 않을까.
눈물 너머로 보이는 것이
진짜 세상임을
렌즈 앞에서 헤아린다고
길을 잃는 날이
어찌 오지 않을까.
그분에게 의지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 나아갈 때에도
늘 살아있는 쪽에만
서 있을 수 없겠으나
그래도
새로 태어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그대
알 수 없는 내일을 기다리며
오늘 만나는 모든 것들에
미소를 보낸다.


시 작 노 트

“성인聖人의 얼굴을 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배우 윤시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화 〈탄생〉의 출연진과 함께 지난해 11월 로마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났을 때 그랬다는 것이다.

윤시윤은 〈탄생〉에서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 역을 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김 신부는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되었다. 교황은 아마 그걸 고려해서 젊은 배우에게 덕담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전언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것은 윤시윤에게서 맑고 어진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성인의 얼굴을 지녔다고 말한 게 배우에게는 칭찬이 아닐 수도 있다. 천변만화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연기자가 고정된 이미지에 갇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윤시윤은 그런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라마 〈녹두꽃〉의 악역과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의 코미디 연기로 이미 증명했다. 자신을 스타덤에 올린 〈제빵왕 김탁구〉에서의 반듯한 이미지를 갖고 가면서도 다채로운 역을 너끈히 소화해왔다.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밝으면서도 엉뚱한 캐릭터로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짓게 하는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탄생〉에 함께 출연한 안성기 배우를 롤모델로 꼽는다. 성실하게 외길을 걸어서 국민 배우 반열에 오른 점을 배우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가 안 배우처럼 시간의 공력을 쌓아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연기자가 됐으면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진출하고, 세상의 경계와 장벽을 뛰어넘는 배우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개신교 신도인 그가 천주교 신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에 출연한 것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장재선 문화일보 선임기자.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들』, 산문집 『영화로 보는 세상』 등 출간. 서정주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 《쿨투라》 2023년 1월호(통권 10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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