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만난 별 Ⅱ 배우 박진희] 에코 지니의 가방
[시로 만난 별 Ⅱ 배우 박진희] 에코 지니의 가방
  • 장재선(시인)
  • 승인 2022.03.01 0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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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 지니의 가방
- 배우 박진희

장재선(시인)

그녀가 에코백에 넣어 갖고 다니는 걸
누구는 믿음이라 부르고
누구는 고집이라고 한다
대나무 칫솔, 텀블러, 휴대용 비누
그리고 뽑아 쓰는 손수건….
누가 무엇이라 부르든
그녀에겐 사랑이다

사람이 사는 땅에서 함께 호흡하는
꽃과 나무가 눈물겨워
어머니가 보듬어 준 것
하늘과 바다도 살아 숨 쉬도록
자기도 내내 지키고 품어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그녀에겐 사랑이다.

 


  시작노트
  박진희 배우가 사극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원경왕후 민 씨 역할을 했다. 이 드라마는 촬영 중 동물학대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정통 사극의 묘미를 잘 전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극 중 민 씨 는 남편 이방원의 그림자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와 정권을 잡도록 이끄는 인물로 나온다. 박 배우는 현명하면서도 강인한 여성상을 잘 그려냈다.

  그녀가 배우로 데뷔한 것은 만 18세였던 1996년 한국방송공사의 청소년 드라마에서라고 한다. 이후 영화 〈여고괴담〉 〈하면 된다〉 〈궁녀〉 〈만남의 광장〉 등에서 활약했다. 드라마 〈쩐의 전쟁〉 〈자이언트〉 〈구암 허준〉 〈리턴〉 등에서도 열연을 펼쳤다.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연기 휴지기를 갖기도 했으나, 복귀 후 더 원숙해진 연기를 선사하고 있다.

  그녀를 지난 2010년 영화 〈친정 엄마〉 개봉 때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만 32세의 배우는 소탈한 말투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제가 그렇게 예쁜 배우는 아니잖아요. 거울 보면서 스스로 깜놀하며 예쁘구나, 그럴 때가 없어요.” 실제론 빼어난 외모를 지녔음에도 그렇게 말함으로써 미모에 의존하지 않는 연기자임을 분명히 전한 것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지독한 가난을 겪었으나 어머니가 늘 정직하게 살라며 붙들어 줬다고 되돌아봤다. 그때부터 이미 지구 환경을 되살리는 일에 관심이 깊었다“. 싸이월드에 홈페이지를 열었어요. 거기에 제가 환경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작은 것들, 예를 들어 휴지보다 손수건을 쓰고 자전거를 즐겨 타는 것 등을 소개하고 있어요."

  요즘도 그녀는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환경을 살리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너무 설친다는 느낌을지 주않으면서 쉽고 편안하게’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일상의 지혜를 대중에게 전하고 싶다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이런 배우가 있다는 게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의 진화 증거가 아닐까. 연기자로서, 환경 도우미로서 세상과 더불어아 살가며 늘 행복하기를 바란다.

 


장재선
문화일보 선임기자.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들』,
산문집 『영화로 보는 세상』 등 출간. 서정주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 《쿨투라》 2022년 3월호(통권 9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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