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만난 별 Ⅱ 배우 겸 감독 이정재] 적요를 어루만지며
[시로 만난 별 Ⅱ 배우 겸 감독 이정재] 적요를 어루만지며
  • 장재선(시인)
  • 승인 2022.05.0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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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국립현대미술관

적요를 어루만지며
- 배우 겸 감독 이정재

장재선(시인)

당신 집 거실에 걸려 있었다는
칸디다 회퍼의 사진은
화려한 궁전에서 고즈넉함을 건진 것
시간을 가로지르는 세상 이야기들을
수많은 얼굴로 상대하며
당신 안에서 적요의 갈망이 자랐던 것인가

이야기 속 새로운 공간에 빠져 들어가기 전
침묵으로 침잠한다는 당신이
여기저기서 떠받들어질 때
온갖 입들의 찬사로부터
고즈넉함을 어떻게 지키는지
나는 모른다

가을과 겨울이 이어지며
저녁노을이 어깨에 묻어올 때
자기 안의 적요를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늙어가는 당신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는
내 마음만은 안다.

 


  시작노트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이정재 배우. 대중문화 스타인 그는 미술 애호가로도 손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 홍보대사를 했을 정도이다. 방탄소년단 RM 이전에 대중문화계의 대표적인 미술품 수집가였다.

  그의 고교 친구인 한 미술계 인사로부터 “아트반에 함께 속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트반은 미술과 음악을 주로 공부하는 학급이었다. 요즘 주요 작가로 인정받는 김재용, 신재환 등이 급우였다고 한다.

  “정재는 얌전하고 착실한 친구였습니다. 미대를 지망했는데, 진학에 실패했지요. 나중에 배우가 된 후 연극영화학을 공부했다고 들었어요. ”

  이런 증언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미술 사랑이 스타 배우의 호사 취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 연예계 데뷔 때부터 주목받았던 그가 20대가 되기 전 미대 좌절이라는 아픔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그의 연기 폭이 넓어질 수 있었다고 하면, 자의적 해석일까.

  그는 항상 톱 배우였으나 “한물 갔다”라는 소리를 들었던 때도 있었다. 20대 말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을 했지만, 흥행과 비평에서 큰 성과를 거둔 작품이 드물어서 였다. 그러나 그는 절치부심한 끝에 〈하녀〉(2010)로 변신을 시도하고, 〈도둑들〉(2012)로 재기에 성공했다. 2013년 작 〈신세계〉와 〈관상〉은 그가 카리스마가 폭발하는 연기력의 소유자임을 보여줬다. 2년 후 나온 〈암살〉에서는 친일파 염상진 역을 소름 끼치게 해냈다. 〈오징어 게임〉의 성취는 그런 공력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나온 결실이었다.

  그가 연출에 도전한 첩보영화 〈헌트〉가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인생의 가을을 앞두고 예술 영역을 더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소망대로 나이 들수록 더 은근한 매력을 뿜어내기를 바란다.

 

  A Note on the Poem
  Actor Lee Jung Jae has gained international fame for his role in Korean drama Squid Game. As one of the top stars in the country, Lee is also known as an art lover. He has once been appointed as an honorary ambassador for the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He is one of the most well-known art collectors in the world of pop culture with RM of BTS.

  A figure in the art world, who has known Lee Jung Jae since high school once said that Lee had been in the art class with him. The class was mostly focused on studying fine arts and music. He added that Kim Jae-yong, Shin Jae-hwan, recognized artists these days, were also in the class back then.

  “Jung Jae was a diligent and gentle boy. He applied to an art school only to fail. Later I heard that he became an actor and studied plays and films.”

  His comment tells us that Lee’s collecting art is not simply a luxurious hobby as a top actor. We also find that he had experienced frustration as a teen by failing college entrance before attracting the spotlight upon his debut as an actor. Would it be an overstatement saying that such hardship only let him expand the spectrum of his acting?

  Lee has once been said to be “past his prime” though he has always been among top actors in Korea. Between his late 20s and mid-30s, he played main roles in many different movies, but they were not received well by the audience and the critics. However, after waiting for an opportunity to rise again with hardwork, he attempted a challenging transformation in The Housemaid (2010) and made a successful comeback in The Thieves (2012.) New World (2013) and The Face Reader (2013) were good enough to reveal his charismatic acting ability. The pro-Japan traitor he played in Assassination (2015) was made perfect through his hair-raising performance. With all the experience, his achievement in Squid Game is not a surprising result.

  Lee’s film directing debut Hunt was invited to screen at the Midnight Screening section of the Cannes Film Festival next month. He is expanding his world of art in his middle years. I hope he will become a man of subtle fragrance with aging, as he once said he wished to be.

 


장재선 문화일보 선임기자.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들』, 산문집 『영화로 보는 세상』 등 출간. 서정주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 《쿨투라》 2022년 5월호(통권 9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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