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나무에게
[새 시집 속의 詩] 나무에게
  • 김흥기
  • 승인 2022.04.01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에게

김흥기

지금 너의 건강하고
늠름한 자세를 갖기까지
젊은 시절 진액을 흘리며
잔 나뭇가지를 낫질 당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바람 앞에
담담하게 서 있는
곧고 푸른 나무야
지금의 네가
나는 너무 부럽다

- 김흥기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개미)에서

 

 


김종회 교수는 “홍안의 소년이 백발 내비치는 육순에 이르는 과정을 두고 한 사람의 일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여기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지금 이순과 고희의 중간 지점에 도달한 시인, 방년 18세에 시에 입문하여 반세기 가까운 기간을 시와 더불어 살아온 시인이 있다”고 해설에서 밝혔다. 이처럼 예순 중반의 연륜에 첫 시집을 상재한 김흥기 시인은 경북 경산에서 출생하여 고등학교 2학년 때 대구백화점 갤러리에서 삼인 시화전을 열었다. 시인이며 영문학자였던 신동집 교수의 추천을 받았던 것이다. 20대 후반이던 1984년에는 다락방문학동인집 『내 사랑 이 땅에서』가 간행되었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그림동인 《실천》 및 시인들과 함께 시화집 『어울림』을 발간·전시했다. 1987년 「아버지의 바다」로 노동문화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해 1987년 《심상》의 해변시인학교 특집호에 연작시 「서울 스케치」, 《우리문학》 창간 특집호에 「할아버지의 나라」 외 5편을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인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동국문학인회, 충북작가회의 회원이며, 다락방문학 동인이다. 또한 오랫동안 광고계에 몸담고 전문성을 확보한 연유로 현재 런던국제광고제 한국 대표이며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권지예 소설가는 40년 만에 꽃을 피운 김흥기 시인의 시집이 더 귀하고 아름다운 이유를 “ ‘당신, 영혼이나 있어요 썩은 영혼으로 무슨 시를 써.’라는 아내의 격려사(?) 덕”이라고 말한다. “선한 목자의 피”(김재롱 시인)가 흐르는 그의 시는 “통증에 관한 기록”(황훈성 시인)이며, “숨겨놓은 오래된 사랑”(오은주 소설가)이다. “유머와 위트의 시인”(김종근 미술평론가)이자 “늘 전복을 꿈”(이철 교수)꾸는 “그는 천상 시인”(이종수 시인)인 것이다.

그림 애호가이기도 한 김흥기 시인의 이번 시집은 특별히 3명의 화가와 협력하여 3종의 표지화로 발간되었다. 초판은 최근 10년 이상 인간의 양면성을 닮은 얼개를 주제로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추상화가인 전지연의 〈Flowing – 2112(2)〉, 2판은 자연을 벗 삼아 놀던 유년시절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바탕으로 맑고 순수한 마음을 담은 그림들을 소박하면서도 해학적인 인간 내면의 기억을 압축해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신철 화가의 〈봄이다 - 2015〉, 3판은 캔버스에 붓이 아니라 조각칼로 형상과 색채를 만들어 가는 독특한 화풍의 이미애 화가의 〈꿈꾸는 겁쟁이 - 2021〉를 표지화로 각각 다르게 작업하였다. 독자들에게 개성 있는 세 명 화가의 표지화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하여 시집을 구매하는 특별한 재미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부)

 

 

* 《쿨투라》 2022년 4월호(통권 94호)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