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및 심사평
[제1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및 심사평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09.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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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신인상 당선작 발표

영 화 평 론 부 문
「미완의 우로보로스 - 김기덕론」 임정식

예심: 본지 편집위원, 유성호, 홍창수

본심: 유지나

 

심사평

본심에 올라온 두 편은 각각 저마다의 개성을 갖춘 글이다. 하나는 간결한 문체에 강렬한 의미를 폭발시켜 나간다면, 다른 하나는 친절하게 설명적이며 성실한 글쓰기를 보여준다.

「미완의 우로보로스-김기덕론」(임정식)은 최근작 〈시간〉, 〈숨〉을 중심에두고 과거 영화들을 소환하며 머리와 꼬리가 하나로 돌아가는 우로보로스론으로 김기덕론을 펼쳐 내보인다. 과거형가 현재진행형을 동시에 구사하는 모순의 변증법을 유연하게 풀어 가는 이 글은 단호하고 강렬한 단문 쓰기로 이어진다. 글의 호흡은 짧지만 그 의미 작용은 유장한 임정식의 문체는 즉각적이고 단호하다. 문체의 독특함과 작품 세계를 걸러 내는 패러다임의 적절한 선택이 빛을 발하는 글이기에 이 글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아쉬움이 있다면 문학작품과 같은 차원의 개념과 서사 중심에서 좀더 이미지 중심의 분석이 보완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존재의 불안......」과 「주름진 무법자......」(정순영)도 공력을 들인 글이다. 이미 알려진 정보보다는 영화 텍스트 자체에 보다 집중했다면 좀더 깊은 영화비평 글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누구나 인터넷 평론가여서 굳이 전문적인 영화비평 글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누구나 인터넷 평론가여서 굳이 전문적인 영화평론이 필요할까, 라는 회의가 일기도 하는 이즈음, 심각하고 진지한 영화평의 지면이 갈수록 사라지는 이 시대. 여전히 이렇듯 진지한 영화평을 쓰는 이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 반갑고 신기하다. 두 분 모두 건필하시기를.

 


당선소감

영화평론 부문 - 임정식

솔직하게 고백해야겠다. 아직은, 영화에 대해서 할 말이 별로 없다. 본래 우매한 탓이 크다. 핑계일 뿐이지만, 영화를 정면으로 바라본 기간이 짧은 탓도 있다. 그런데도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이 뻔뻔함이라니.

나이테가 두꺼워질수록 삶은 지리멸렬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헤아려 봤다. 여러 번 길을 잃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2년 전 쯤 영화에 눈을 돌렸다. 한때 영화를 좋아했다는 기억을 억지로 꺼냈다. 동시 상영관에서 웅크린 채 보던, 제목과 배우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에로 영화들. 반은 졸면서 반은 자면서 보던 무거운 영화들... 그러나 기억은 쉽게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다. 아직도, 영화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안개 저 너머에서 가물가물하다. 그 와중에 뜻밖에도 당선 전화를 받았다. 총명한 사람들은 한 분야의 봉우리로 우뚝 서 있을 나이에 좀 계면쩍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걸림돌이 되지는 않으리라 애써 자위한다.

김기덕 영화를 처음 본 기억도, 작품 이름도 희미하다. 어쨌든 김기덕 영화를 주목한 것은, 그가 한국 영화계의 타자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우직한 고집과 생명력도 느껴졌다. 이제는 김기덕 같은 감독이 한두 명 더 있어도 무방하리라고, 더 있어야 하리라고 믿는다. 그래야 한국 영화계가 더 풍성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바닷가 언덕에 오래 앉아서 먼 곳을 바라보곤 했다. 영화도 그렇게 천천히, '느린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이왕 늦었으니, 조금 더 늦은들 어떠랴. 한 10년쯤 묵묵히 쳐다보면, 안개가 걷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를 만드는 일이든 비평하는 일이든, 결국의 사람의 일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겠다.

빚지고 사는 분들이 많다. 늘 부지런한 창작 활동으로 모범을 보이는 지도교수님과 동료들께 먼저 감사드린다. 헐거운 글을 뽑아 격려해 주신 유지나 선생님과 심사위원들께도 깊이 인사를 드린다. 그분들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아내에게는 한 번도 애틋한 사랑이나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서, 이 기회를 빌어 마음을 전한다. '아빠 괴롭히기 놀이'로 내게 늘 기쁨을 주는 두 아이에게도. 연로한 육신과 병환으로 힘겨워하시는 아버님과 장인이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셨으면 좋겠다.

 

 


 

* 《쿨투라》 2008년 봄호(통권 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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