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발표 및 심사평
[제18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발표 및 심사평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4.01.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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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동행할 ‘동료비평가’의 탄생을 축하하며…

제18회 신인상 당선작 발표

미 술 평 론 부 문
불가지론의 내러티브로 엮어내는 미디엄의 여정
― 불가지론 최영건

연 극 평 론 부 문
'온전치 못한' 존재들이 세계를 감각하는 법
― 두 편의 신체연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과 〈템플〉을 통해 박진서

영 화 평 론 부 문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허무는 힘
― 이지은 〈비밀의 언덕〉 정새별

심 사 위 원

예심 이지아(시인), 김세연(미디어비평가, 소설가), 손희(문화평론가),
김명해(화가), 유혜영(방송작가), 설재원(골든글로브 보터, 쿨투라 편집장)

본심 유성호(문학평론가), 강유정(영화평론가), 강수미(미술비평가),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 음반기획자), 김민정(드라마평론가), 손정순(시인, 문화콘텐츠기획자)

심사평

함께 동행할 ‘동료비평가’의 탄생을 축하하며…

올해도 쿨투라 신인상 공모에 2,108편(587명)의 소중한 투고작들이 도착했다. 창작부문으로 시 1,285편(155명), 소설 186편(174명), 동화 53편(49명), 시나리오 8편(7명), 디카시 256편(38명), 시조 174편(25명), 평론부문으로는 영화평론 45편(43명), 문화평론 46편(44명), 미술평론 31편((30명), 문학평론 13편(12명), 음악평론 11편(10명)이다.

올해는 투고작이 지난해보다 배로 증가하였다. 특히 창작부문에 많은 작품이 투고되어 창작부문 당선작 발표는 다음 3월호로 미룬다. 한 달여 동안 끊임없이 울리는 투고자들의 문의 전화를 받으며, 매체적 위상이 한층 높아진 《쿨투라》를 실감할 수 있었다. K-콘텐츠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본지에 보내주신 독자들의 관심과 수고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심사는 예심에서 올라온 본심작을 해당 분야 본심 심사위원이 심사를 진행하여 2-3편의 작품을 최종심으로 올렸으며, 최종심으로 선정된 작품은 전체 본심 심사위원들이 다함께 읽고 최종 당선작을 결정하였다.

그 결과 2024년도 평론부문 신인상 당선작으로 최영건 씨의 미술평론 「불가지론의 내러티브로 엮어내는 미디엄의 여정」, 박진서 씨의 연극평론 「‘온전치 못한’ 존재들이 세계를 감각하는 법」, 정새별 씨의 영화평론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허무는 힘」 세 편을 내보낸다.

최영건 씨의 미술평론
「불가지론의 내러티브로 엮어내는 미디엄의 여정」

상품이미지를 대상으로 이미지의 강렬함, 반복률, 유용성 등을 객관화하려는 시도가 좋았던 정상민 씨의 「상업 이미지: 소멸과 반복의 함수」, 가상현실 작품의 체험을 상당히 감각적인 문장으로 분석한 서지수 씨의 「픽셀 호랑이의 시대: 가상과 실감의 경계」, 백남준과 김수자의 작품에서 ‘선’을 해석하는 조현준 씨의 「선을 그리는 선, 그리고 수행」, 흰 빛의 철학적 의미를 검토한 후 월전 장우성의 작품에서 흰 빛의 표현과 제 의미를 논한 조수연 씨의 「어둠 앞의 흰 비단 - 월전 장우성의 그림에 있어서 ‘흰 빛’의 역할」 등 본심에 오른 7편의 미술평론은 동시대 미술에 대한 다양한 비평적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이 중에서 세 분의 작품을 최종심으로 놓고 꼼꼼히 평가하였다.

이동혁 씨의 「사석에서 유별나게 웃긴 녀석들」은 정희승과 앨런 세귤라의 특정 작품들을 비평 대상으로 해서 사진의 객관적 기록성과 폐쇄적 장/계의 내부를 비트는 현대사진의 실천을 대립시켜 논한다. 각 작가의 작품에 대한 논의에서는 타당성과 함께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두 작가가 함께 논의되는 부분에서는 쟁점이 분명하지 않고 논의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오웅진 씨의 「미술관 바닥 깎아내기」 는 김동희 작가의 작품이 시작된 배경과 이후 전개된 개별 작품들에 대해 서술한 대목들이 분석적이고 설득력 있었다. 하지만 전체 논지가 일관되지 않고, 공간, 뮤지엄, 집 등에 대한 서술과 김동희의 작업에 대한 교차 논의가 하나로 구성되지 않은 것으로 읽혔다.

최영건 씨의 「불가지론의 내러티브로 엮어내는 미디엄의 여정」은 양혜규의 미술을 보편과 신화의 맥락에서 해석한 미술평론으로서 타당성이 있었다. 사변적인 진술이나 주관적 판단이 과도하지 않은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작가의 작업 이력을 근거로 작품을 논평한 점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어서 올해의 미술평론 당선작으로 내보낸다.

박진서 씨의 연극평론
「‘온전치 못한’ 존재들이 세계를 감각하는 법」

올해 문화평론 부문 투고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사가 어려웠다. 심사위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투고작의 면면을 유심히 살피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기를 오랫동안 하며 당선작 선정에 공을 들였다. 올해 문화평론 투고작들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다. 형식적인 완성도 측면에서 숙련된 글솜씨를 보이는 글들이 많았고 내용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도 신인 비평가다운 도발적이고 신선한 주제를 선보인 글들이 많았다. 이번 신인상 심사가 단순히 한 명의 문화평론가 발굴에 머물지 않고, 한국 문화예술의 문화적 좌표를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할 수 있는 ‘보다 거시적인 의미’가 있음에 심사위원들 모두가 동의하며 기쁜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다.

윤세훈 씨의 「연결과 분리의 미디어 계단참, 그 자체로 존재하기」는 어느 하나 특정 장르의 비평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독특한 접근법과 해석법을 보여준 투고작이었다. ‘계단참’이 가진 다양한 문화적 의미를 탐구하고 이를 확장해가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문화 전반에 관한 융복합 비평을 포용하는 문화월간지 《쿨투라》이기에 가능했던 시도였다고 생각하여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 읽었다. 비평가로서 자기만의 독창적 사유를 개진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지만 사유의 과정이 다소 날 것의 흐름으로 드러낸 부분들이 종종 보여 아쉬움으로 남았다.

구자준 씨의 「1987 혹은 1988이라는 기원의 문제」는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스토리 구조를 한국 근현대사의 관점에서 해석해내고, 상호비교한 결과를 토대로 장르적 차이에서 파생되는 의미의 차이를 날카롭게 짚어낸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혔다. 다만, 비평적 글쓰기와 학술적 글쓰기의 모호한 지점에서 또 하나의 창작으로서 비평 본연의 개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박진서 씨의 「‘온전치 못한’ 존재들이 세계를 감각하는 법」은 두 편의 신체 연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과 〈템플〉의 의미와 보완할 점을 세세하게 짚어내며 신인 비평가로서 자신만의 관점을 명확히 드러냄과 동시에 비평이 가진 문화적 역할과 사명까지 확장하여 나아가는 점에서 매혹적이었다. 형식적 변화를 통한 치매와 자폐의 새로운 서사를 조망하고, 이를 토대로 언어 중심의 세계에서 비언어적 세계를 탐색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연극적 시도’의 의의를 성찰해내며 신체연극physical theatre에 관한 깊은 비평적 사유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정새별 씨의 영화평론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허무는 힘」

매체, 플랫폼, 미디어가 다양화되는 시점에서 영화에 대한 평론을 쓰는 일은 어쩌면 더 이상 권위적 인준이 필요 없는 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유튜브나 블로그 같은 소셜미디어에 자기 글을 쓰고, 다수의 지지를 얻기도 하는데 굳이 고리타분한 심사 과정이나 고답적 등단 과정을 거쳐야 하나 질문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수고로운 과정에 글쓰기와 영화 보기 그리고 영화와의 진지한 교호 작용의 진심을 담는 진지한 신뢰자들이 있다. 영화와 글쓰기의 관계, 그 힘에 대해 믿음을 가진 자들이 이렇게 소중한 원고들을 보낸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거장이 된 감독들의 생애적 고찰을 비롯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철학적 질문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통한 자기 심문의 깊이와 폭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일독의 기회였다. 최종심에 오른 김영민 씨의 「피부라는 스크린을 향한 운동 : 자크 오디아르 감독론」, 정가은 씨의 「재(탈)신체화로 몰이해에 맞서다」, 정새별 씨의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허무는 힘」 중에서 여러 번 읽고 고민한 끝에 정새별 씨의 영화평론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허무는 힘」을 최종 당선작으로 내보낸다.

신인상 투고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비평가로서의 자의식, 무엇보다 현장 비평가로서의 깨달음이다. 영화 평론가, 비평가는 영화 학자, 영화 제작자, 영화학도, 영화 기자와 다르다. 이는 영화평론의 언어, 문체가 논문, 제작 노트, 레포트, 기사의 문법, 어휘, 서사, 호흡과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비평적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은 글에 드러난다. 글이 곧 비평가로서의 준비 여부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오늘의 영화 비평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사실이다. 현장 비평은 늘 현재적 발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 하더라도, 어떤 경연과 심사의 최종심에 올라 언급된 작품은 이미 기성품이라 말할 수 있다. 과감히 새로운 대상을 찾아 첫 줄부터 다시 쓸 용기가 필요하다.

비평가는 늘 새로운 작품과 만나 쫓기는 시간 속에 만만치 않은 문장을 벼려야 한다. 순간적 통찰을 흔들림 없는 문장으로 빚기 위해선 예민한 현재의 감각이 필요하다. 당선작으로 뽑힌 정새별 씨의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허무는 힘」은 그런 점에서, 최근 한국 영화에서 발견되는 ‘아이’의 의미와 맥락을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문장에 서툰 부분이 있고, 선택된 단어들이 때로 너무 무거웠지만 그건 덜어내고 다듬으면 될 일이라, 흐르는 영화들 속에서 주제를 건져 올리는 감각을 믿어 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바라보는 윤리적 태도가 믿음직했다. 순간을 짚는 감각과 감각에 휘둘리지 않는 윤리적 태도를 견지한다면 좋은 비평가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끝으로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이었지만 문화예술에 관한 고견을 듣는 마음으로 투고작들을 정성들여 읽었음을 밝히며 투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당선된 분에게는 앞으로 함께 할 ‘동료비평가’의 탄생을 축하하고 동행을 환영하는 마음을 전한다.

 

 


 

 

* 《쿨투라》 2024년 2월호(통권 11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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