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소감] 영화평론 부문 정새별
[제18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소감] 영화평론 부문 정새별
  • 정새별
  • 승인 2024.02.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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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언덕〉의 명은을 보면 꼭 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칭찬에 신이 나서 열심히 출품작을 쓰고, 우수상을 타도 부모님께 기대하는 말을 듣지 못하자 최우수상을 받으려 애쓰는 명은처럼, 저도 늘 인정받기 위해 글을 써왔습니다. 세상의 인정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들로부터의 인정을 원했지요. 참 소박하다 싶지만, 실상은 이 편이 더 어렵습니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나의 못나고 허술한 부분을 더 많이 알고, 이는 곧 나의 성취를 의심할 명분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나와 관계가 없거나 얕은 사람은 내가 어떻게 살든 상관이 없기에 칭찬도 쉽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은 내가 사는 방식이 그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어서 칭찬 허가 기준이 높습니다.

적어도 저의 부모님은 이 명제를 참으로 만드는 분들입니다. 아버지는 제가 글을 써서 보여드리면 아무 말 없이 볼펜을 들고 문장 하나하나 첨삭하기 시작하고, 어머니는 “이야 잘 썼네” 하다가도 “글 잘 쓰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같은 말을 덧붙이시곤 합니다. 저는 그런 부모님이 밉지만, 아버지가 “고칠 문장이 없네”라고, 어머니가 “네 글이 제일 좋다”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면서 다시 글을 씁니다. 안타깝지만, 이것도 사랑이겠죠.

부모님은 제가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이면서, 동시에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제가 쓰고 싶은 글은 두 분을 걱정 또는 실망하게 만들 단어들을 갈수록 더 많이 필요로 하고, 그래서 쓰지 않기로 단념한 글들이 성불도 못한 채 방 안을 떠돌며 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데도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헌데 용기내어 쓰다보니, 제 글에 제가 위로를 받는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쿨투라 신인상 당선을, 나만 위로받은 건 아니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따뜻한 위로를 교환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지도교수이시자 든든한 지원자였던 정수완 교수님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제 곁에 교수님과 같이 아낌없는 격려와 조언을 보내주는 어른이 있어 다행입니다. 이 글의 단초를 제공해주신 정영권 선생님, 그리고 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눠준 성혜미 선생님에게도 특별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글을 쓸 때 두 분과의 대화를 많이 생각했다는 점을 수줍게 밝힙니다. 언제나 내 글을 읽고 반가운 감상을 전해주곤 하는 유진이, 주은이, 승혜에게도, 당신들 또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 나 잘했죠?

 

 


정새별 1997년 여름에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고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봉준호 영화의 동물 재현 연구: 에코페미니즘 이론을 중심으로」 「셀린시아마 영화의 퀴어 페미니즘 연구」 「〈나이브스 아웃〉의 내러티브 시간 분석」 등의 논문을 썼다.

 

 

* 《쿨투라》 2024년 2월호(통권 11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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