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및 심사평
[제2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및 심사평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09.04.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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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신인상 당선작 발표

영 극 평 론 부 문
대중극으로서의 한 가능성 정갑준

심 사 위 원
전찬일(영화평론가), 홍창수(연극평론가), 유성호(문학평론가)

 

심사평

《쿨투라》 신인상 문화평론 부문에 많은 분들이 작품을 보내주셨다. 오랜시간의 고심과 노력이 녹아 있는 가작佳作들 덕에 심사위원들의 눈길은 매우 즐거웠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쿨투라》가 가지는 매체적 위상과 인지도가 얼마나 제고되었는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아직도 문화를 향한 열망이 우리 시대에도 마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물적 사례로서, 경제적 효율성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풍토에 대한 반성적 거점을 여러 모로 보여준 긍정적 결과라 생각된다.

심사위원들은 여러 작품 가운데 김동명 씨의 「곤 사토시의 역동적 애니메이션」과 정갑준 씨의 「대중극으로서의 한 가능성」을 특별히 주목하여 집중적으로 읽었다. 오랜 토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정갑준 씨의 연극평론을 당선작으로 뽑기로 합의하였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정신적 외상trauma을 지닌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보여주는 인생각이자 확연한 대중성을 갖춘 대중극이기도 하다. 이들의 만남, 사랑, 헤어짐의 일상적 사건들을 통해, 평자는 극의 구조와 주제를 섬세하게 살피고 있다. 결국 대중극으로서의 한 가능성을 네 명의 노인들의 서사에서 찾고, 나아가 '사랑'과 '죽음'이라는 커다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것이 그러한 대중성을 획득하게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텍스트와 분석안眼의 적실한 조응이 미덥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서사 위주의 분석이 늘어났고, 인물 분석도 좀 더 연극사적 혹은 문학사적 맥락 안에서 이루어졌어야 할 것이다. 차분하고 평민적인 문장이 오히려 한 작품을 생기 있게 재구再構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심사위원들은 정갑준 씨가 거둔 성취와 앞으로 거두어갈 연극평론가로서의 가능성이 다른 어떤 분들의 작품보다 강렬했기 때문에, 그를 《쿨투라》가 세상에 내놓는 첫 연극평론가로 뽑기로 합의하였다.

그 밖에도 구체성 있는 언어를 통해 자신만의 비평적 성채를 구축한 평론들이 많았음을 부기하면서, 다음 기회에 더욱 풍성하고도 빛나는 선과가 있을 것을 기원해본다. 응모자 여러분의 힘찬 정진을 당부 드린다.

 


당선소감

영극평론 부문 - 정갑준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연극을 보고 극장을 빠져나올 때, 여기저기에서 "만화가 훨씬 나아."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같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장르가 바뀌면 새로운 작품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내가 이 연극에 대해 글을 쓴다면 그렇게 해보리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원작 만화를 읽지 않았으므로, 객관적으로 연극으로서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쓰는 중에 원작 만화를 보게 되었고, 연극만으로 평가해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아마도 원작을 가지고 있는 연극이나 영화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따라서 나는 다른 글거리를 생각해야만 했다. 그때 떠올랐던 것이 서연호 교수님의 퇴임 강연이었다. 그리고 '대중극'이라는 개념이었다.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어린이들이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인들이 후세대에게 들려주는 사랑과 삶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후세대들과 다르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그들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비평이라기보다는 작품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다. 결국 글은 작품 해설에 가까워져 버렸다.

아마도 심사위원들께서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연극이 바람직한 대중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고, 비평을 그에 맞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하시고 좋은 점수를 주신 것 같다. 아주 미숙한 글을 선택해 주셔서 어떻게 고마운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특별히 두 분의 선생님께 고마운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 공부 못하는 제자를 그래도 아껴 주시는 이상호 선생님과, 내게 처음으로 연극론과 희곡론을 강의해주셨던 김종원 선생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너무나도 좋은 문화 잡지를 통해 세상에 나가게 되어 기쁘다. 하지만 좋은 비평이 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도 숨길 수는 없다. 더욱 좋은 비평으로 《쿨투라》에게 진 빛을 갚아 나가리라 다짐해 본다.

 


 

* 《쿨투라》 2009년 봄호(통권 1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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