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쿠바영화제] 중남미 유일의 미수교국, 쿠바를 영화로 만나다
[2022 쿠바영화제] 중남미 유일의 미수교국, 쿠바를 영화로 만나다
  • 손정순(본지 발행인)
  • 승인 2022.08.03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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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설재원 본지 에디터
통역_옥유롬 통번역가

외교부 주최, 쿠바영화제운영위원회(집행위원장 오동진 영화평론가) 주관으로 ‘2022 쿠바영화제’가 지난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렸다.

‘영화로 만나는 쿠바’를 주제로 개막작 〈율리Yuli〉(이시아르 보야인 감독)와 폐막작 〈아바나스테이션Habanastation〉(이안 파드론 감독)을 비롯하여 2011년 이후 제작된 쿠바 현대영화 8편을 상영하였다.

김여진 아나운서 최종욱 외교부 국장
김여진 아나운서 최종욱 외교부 국장

‘2022 쿠바영화제’는 개막 오프닝부터 흥겨운 쿠바음악으로 펼쳐졌다. 온몸을 들썩이게 만든 쿠바밴드 공연에 이어 등장한 개막식 사회자 김여진 아나운서 또한 쿠바를 상징하는 레드 드레스코드를 선보였다. 빨간 올드카 배경의 포스터가 비친 무대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은 한국 아나운서의 등장만으로도 쿠바영화제의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개막식에는 지구 반 바퀴를 돌아 45시간 만에 한국을 찾은 쿠바배우 알리시아 에차바리아를 비롯하여 배창호, 정지영, 변상호 감독과 권해효, 김규리, 박종현 배우 등 영화관계자, 외교부 관계자, 게스트, 일반 참가자 290여 명이 참석했으며, 영어와 스페인어 통역이 함께 이루어졌다.

최종욱 외교부 국장은 개막 축사를 통해 “한국과 쿠바의 인연은 약 100년이 된다. 6·25때 구호금으로 27만 불을 보내기도 한 나라인데 지금은 사회주의 혁명 후 수교가 단절된 상태”이다. 그래도 “한류가 유행”하고 “양국간의 관심과 교류가 활발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외교부는 “이번 상영작들을 통해 이민으로 헤어졌던 가족의 재결합, 극심한 경제난 아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한 연인의 고민,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벌어지는 빈부 격차 및 양극화, 사회주의 교육 제도 아래 천부적 재능을 가진 개인의 성취 여정 등 현재를 살아가는 쿠바인의 삶과 사회상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쿠바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이한 2021년부터 미수교국 쿠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교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해효 배우/ 김규리 배우/ 알리시아 에차바리아 배우GV를 진행하는 김효진 평론가와 오동진 집행위원장/ 장희주 프로그래머와 알리시아 에차바리아 배우
권해효 배우/ 김규리 배우/ 알리시아 에차바리아 배우GV를 진행하는 김효진 평론가와 오동진 집행위원장/ 장희주 프로그래머와 알리시아 에차바리아 배우

외교부에 따르면 1905년 멕시코에 이주한 한인 약 300명이 1921년 3월 25일 쿠바로 재이주해 현재 약 1,100명의 한인 후손들이 쿠바에 거주하고 있다. 쿠바배우 알리시아 에차바리아는 “쿠바음악으로 환영해주어서 고맙다. 이번 상영작들을 보며 쿠바를 많이 이해하기를 바란다. 쿠바에는 요즘 한국 아이돌 패션이 유행하는 등 한류 붐이 일고 있는데 이번 쿠바영화제를 통해 한국과 쿠바간에 더욱 왕성한 문화예술교류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한국의 김규리 배우는 “쿠바 여행을 너무 하고 싶다. 쿠바는 미지의 이미지와 영화와 음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8편의 영화를 통해 미지의 쿠바를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답했다.

권해효 배우 또한 우리에게도 친숙한 “살사, 체게바라, 헤밍웨이 등을 언급”하며, 이렇게 영화로 쿠바를 만날 수 있도록 “쿠바영화제를 개최한 외교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2019년 JTBC 예능프로그램 〈트래블러〉에서 쿠바여행의 낭만을 선사했던 이재훈 배우는 영상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쿠바를 여행했던 지난 기억을 추억하며 “쿠바영화제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기”를 독려했다.

개막식에 이어 개막작 〈율리〉 상영이 이어졌다. 발레리노 카를로스 아코스타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다. 〈율리〉는 쿠바가 갖는 사회적 시스템과 달리 개개인의 예술적 능력이 세계적 수준임을 보여준다. 쿠바는 현대미술, 현대무용 분야에서 탁월한 인물들을 배출했으며 무용을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발레리노 카를로스 아코스타이다. 이이러니하게도 아코스타는 어린 시절 무용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재능을 일찍 발견한 아버지는 그를 발레 학교에 입학시킨다. 아이의 장래를 끝까지 믿고 훈육시킨 발레 선생과 찢어질 듯 가난한 삶에도 불구하고 후원을 아끼지 않은 부모의 애틋한 사랑이 관객들의 가슴까지도 먹먹하게 한다. 언뜻 영국 〈빌리 엘리어트〉(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쿠바판처럼 보이지만 더 절절한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이 모든 역경을 견뎌낸 스크린의 위대한 무용수 카를로스 아코스타가 실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무용의 대가, 당대 가장 위대한 무용수로 불리는 카를로스 아코스타 주연의 실제 공연을 스크린을 통해 리얼하게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은 배가 되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2018년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으며, 리스타파드 민스크국제영화제에서는 관객상(최우수 장편영화)을 차지했다. 또한, 2019년 낭트스페인 영화제 관객상과 영국 인디펜던스영화제에서 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개막작을 관람한 후 쿠바영화에 매료된 나는 폐막작 〈아바나스테이션〉 까지 7편을 죄다 관람했다.

그동안 한국인들은 페르난도 페레즈 감독의 영화 〈밀입국자〉(1988년) 〈안녕 헤밍웨이〉(1998년), 마다가스카르(1994), 〈인생은 휘파람〉(1998년), 〈호세마르티의 눈동자〉(2010년) 등과 음악영화 빔 벤더스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토마스 구티에레즈 알레아 감독의 〈저개발의 기억〉 등을 통해 쿠바를 만나왔다. 이번에 상영하는 쿠바영화는 가장 최근에 제작된 쿠바영화로 쿠바의 오늘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영화들이어서 더욱 매혹적이었다.

개막작 〈율리Yuli〉(이시아르 보야인 감독)와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에르네스토 다라나스 세라노 감독의 〈품행Conducta〉(2011), 경제적 재난이 일상화돼있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생존투쟁을 우화적으로 그린 레스터 햄렛 감독의 〈우화Fabula〉(2011), 사랑 이야기를 담은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 아르투로 산타나 감독의 〈아바나 셀피Havana Selfies〉(2019), 8명의 쿠바 의대생들이 부패한 스페인 행정부의 음모에 맞서 싸워 나가는 과정을 그린 알레한드로 길 감독의 〈결백Inocencia〉(2018), 쿠바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좀비물 알레한드로 브루구에스 감독의 〈죽은 자들의 후안Juan delos Muertos〉(2011), 지난 10년간 쿠바가 어떤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왔는가를 추측하게 하는 폐막작 이안 파드론 감독의 〈아바나 스테이션Havana Station〉(2011)까지 총 7편의 쿠바영화를 관람하며 잃어버린 순수와 가난의 상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영화는 사회주의 쿠바에서도 빈부의 격차, 계급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쿠바의 민중 내부에서도 사회적 균열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 속에서도 쿠바 사람들이 여전히 얼마나 열정적인지, 일상의 삶이 얼마나 예술적이고 사랑스러운지를 보여준다. 쿠바란 나라 자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고, 쿠바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작품이었다.

올 4월 방문했던 쿠바 아바나의 말레콘 비치와 올드카와 신구 시가가 스크린에 계속 등장해서 아련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사회주의 체제지만 통념과 달리 쿠바영화가 꽤 사회 비판적인 부분들이 많은 것도 놀라웠다. 쿠바인들은 문화예술에 있어서는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보다 훨씬 퀄리티가 높고 자유로운 영혼임을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전문적인 쿠바영화와 문화에 대한 리뷰, 그리고 “한국 배우 이병헌과 공유, 김우빈을 좋아하며 그들과의 연기를 꿈꾼다”는 쿠바배우 알리시아 에차바리아의 인터뷰는 본지 9월호 쿠바 특집에서 만날 수 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쿨투라》 2022년 8월호(통권 9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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