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및 심사평
[제11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및 심사평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18.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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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신인상 당선작 발표

문 화 평 론 부 문
판타지드라마의 장르적 아이러니 김민정

미 술 평 론 부 문
한국현대미술의 팽창과 분열 김준철

심 사 위 원
김시무(영화평론가), 홍용희(문화평론가), 강태규(문화평론가), 손정순(쿨투라 편집인)
김종회(문학평론가), 이정한(화가), 유성호(문학평론가), 방민호(문화평론가)

 

심사평

문화평론 심사평

판타지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비평문

2018년 제 11회 〈쿨투라 신인상〉에는 부문별로 다양한 응모작들이 투고되었지만 문화평론(드라마 장르) 한 부문만 당선작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당선작은 김민정의 평론 「판타지드라마의 장르적 아이러니」이다.

"판타지는 이미 우리 안에 있다"라는 첫 번째 전제前提로 시작하는 이 글은 장르로서 판타지 드라마가 지닌 의미와 변천을 매우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평자 김민정에 따르면, 드라마의 환상성이 현실에는 없는, 즉 '결핍'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그것이 아직 내게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외계인 도민준과 여배우 천송이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별에서 온 그대〉는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평자는 파악한다. 십분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그리하여 평자는 자연스럽게 "판타지는 우리 안의 결핍에서 탄생한다"는 두 번째 전제를 도출해낸다. 평자에 따르면, 1990년대에 10편에 불과했던 판타지 드라마들이 2010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59편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드라마를 통해서 '결핍'을 채워보려는 시청자들의 욕구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전제를 토대로 평자는 "판타지 드라마에는 장르적 아이러니가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내고 있다. 판타지 드라마는 '초인간'을 동경하는 우리의 욕망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은 결코 현실에서는 충족될 수 없는 영원한 결핍으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판타지 드라마는 비인간화가 일상화된 시대상을 비추어주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위해서 평자가 끌어들인 예시들이 너무 많아서 방만放漫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아쉽지만, 판타지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비평문이라고 사료되어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당선을 축하하며, 앞으로 빛나는 평론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 심사위원을 대표하여, 김시무(영화평론가)

 

미술평론 심사평

미술비평의 깊은 안목과 균형

《쿨투라》 신인상 평론 부문에 여러분이 응모해주셨다. 매체적 위상이 높아져가고 있는 《쿨투라》에 어느 때보다 좋은 평론들이 투고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사위원은 본심에 올라온 평론들을 읽으면서, 일부 응모작이 남다른 개성과 역량을 견지하고 있고, 깊은 안목과 균형을 보여주었다고 판단하였다. 유행 담론을 추수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작품 섭렵에 대한 경험적 구체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꽤 긍정적으로 느껴졌고, 이는 우리 비평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발전적 면모라고 생각되었다. 숙고 끝에 미술비평에 나선 김준철 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김준철 씨의 평론 『한국 현대미술의 팽창과 분열』은 현대미술의 흐름을 추적한 글이다. 한국 단색화의 기원으로부터 최근 양상까지 그 변모 과정을 온전하게 파악함은 물론, 그 역사적 성취를 예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단색화의 양식적 특성을 풍부하게 읽어냄으로써 단순한 소개 관행을 훌쩍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현상 읽기의 꼼꼼함과 무엇보다도 한 시대를 변이와 지속이라는 양 축으로 섬세하게 읽어낸 기량이 충분히 인정되었고, 단색화에 대한 해석과 평가 양면에서 균형 잡힌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판단된다. 특별히 단색화의 대표 작가들에 대한 굴절의 무늬들을 매우 섬세하게 읽어낸 장점이 인정되었다. 평론의 구성과 형식과 문체에서 좀 더 세련화에 집중한다면, 작품 읽기의 단단함이 결속하여 일대 진전이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창작에 비해 2차 담론의 속성을 가지는 비평은, 존재의 위기 국면을 가장 민감하게 겪을 수밖에 없는 장르이다. 하지만 비평은 예술에 대한 반성적 의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장르이며, 타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사유할 수 있는 폭 넓은 양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평의 존재론이 읽을 만한 좋은 글로서 완성되어갈 때, 우리 평단은 더욱 성숙한 자기 표현의 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평단에서 퍽 드문 미술비평에 나선 김준철 씨의 비평적 여정이 이러한 결과를 풍부하게 얻어가기를 희망해본다.

- 심사위원을 대표하여, 유성호(문학평론가)

 

 


당선소감

문화평론 부문 - 김민정

20대 대학생 시절 나는 스스로 신의 '코미디' 채널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멜로에서 흔히 나타나는 불치병이나 집안의 반대와 같은, 사랑을 이루기 위한 역경에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다. 한자만 보면 난독증에 걸리는 나로서는 자극은 절대 몸담아서는 안 될 장르였다. 무엇보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게 만드는 범죄수사물은 말할 것도 없이 싫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하나둘씩 제거하고 나자 내 손에 남은 것이 코미디였다.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겠다는 나만의 결심이랄까. 십년도 더 지난 지금 내 인생의 장르가 '코미디'이길 바라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코미디' 장르에 대한 내 생각이다.

코미디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코미디는 로맨스와 만나면 로맨스 코미디가 되고, 판타지와 만나면 판타지 코미디가 된다.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코미디는 자신의 모습을 바꾸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마치 타인을 잘 배려하지만 자존감이 높아 자기만의 신념과 개성을 잃지 않는 아주 매력적인 사람 같다. 남들을 웃긴다고 해서 우스운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가벼운 유머와 위트 덕분에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누군가의 인생이 조금 살만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코미디는 세상의 균형을 잡아주는, 무게감 있는 장르다.

드라마 스토리텔링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동안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드라마가 곧 삶이고, 삶이 곧 드라마'라는 것이다. 앞으로 나는 나의 글이 '코미디'와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누구나 읽기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마음에 여운이 남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그런 글을 쓰는 나의 삶 역시 '코미디'가 되길 바란다. 나를 잠시 스쳐가고 오래 머물다갈 수 많은 인연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싶다. 그대들이 있어 나는 웃을 수 있었고 또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드라마'가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 한두 번의 클릭으로 편하게 보았을 그 드라마를 힘들게 써주신 작가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드라마에 대한 이런 저런 연구를 남겨주신 선배 연구자님들에게도, 미흡한 글을 좋게 봐주신 심사위원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이 글은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드라마를 보았는지, 내가 얼마나 드라마를 좋아하는지 다시금 알게 되었다. 행복했다. 지난겨울 나와 함께 혹독한 시간을 이겨낸 건 세월이 아니라 수십편의 드라마였다. 고마웠다.

 

미술평론 부문 - 김준철

뜨거웠던 지난 여름을 기억하기 시작한 세상은 다시 열기를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언제나 끝내지 못한 수많은 시작점들을 마주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전에 보이던 것들과 달리 더 선명하고 세밀하게 보게 됩니다.

누군가가 말하고 표현하고 속삭이고 소리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게 ‘미술평론’이라는 새로운 시작의 한걸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이야기가 아닌,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리고 또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기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많은 헛된 것들을
설렘으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쿨투라》 2018년 봄호(통권 49, 5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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